"○○아들은 잊어라" FC서울의 미래 신재원·이태석이 꾸는 꿈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2021. 1. 2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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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FC서울의 신재원(왼쪽)과 이태석이 지난 25일 창원축구센터에서 가진 연습경기에 출전한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FC서울 제공


FC서울 박진섭 감독은 지난 25일 1차 동계훈련지인 창원축구센터에서 대학팀을 상대로 첫 연습경기를 치렀다. 박 감독이 좌·우 윙백 자리에 올려놓고 테스트한 이태석(19)과 신재원(23)이 시선을 끌었다. 둘은 한국축구 레전드 ‘2세’로 팀에 입단할 때부터 주목을 받았다. 신재원의 아버지는 현재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신태용 감독(51)이다. 성남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통산 6번의 K리그 우승을 이끌며 401경기에 출전해 99골의 역사를 쓰고 은퇴한 레전드다. 1992시즌 신인상을 시작으로 득점왕(1996)·MVP(2001)까지 거머쥐면서 화려한 족적을 남겼다. 이태석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멤버인 이을용 전 감독(46)의 아들이다. 현역 시절 서울에서도 뛰었고, 서울에서 감독(대행)까지 역임했다.

신재원과 이태석은 새로 부임한 박진섭 감독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스포츠경향’과 만난 둘은 “‘서울의 과거 명성을 되찾자’는 형들의 목표 의식이 뚜렷하다. 거기에 맞춰 우리도 팀의 도약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도록 준비하겠다”는 당찬 목표를 밝혔다.

아버지 신태용(왼쪽 사진 오른쪽)과 어린 시절 신재원. 아버지 이을용(오른쪽 사진 오른쪽)과 어린 시절 이태석. 연합뉴스·본인 제공


피는 속일 수 없다. 아버지의 DNA를 물려받은 둘은 일찌감치 가능성을 인정받아 서울 유니폼을 입었다. 이태석은 이강인(발렌시아)과 ‘날아라 슛돌이’ 동기로 어린 시절부터 유명세를 탔다. 이후 연령별 대표팀에 뽑히면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고, (서울 유스팀)오산고를 졸업하자마자 서울에 우선지명됐다. 2년 먼저 서울에 입단한 신재원은 고려대 재학 시절(중퇴) 에이스였다. 독보적인 스피드로 김학범 감독의 23세 이하 대표팀도 눈여겨 봤던 자원이다.

어린 선수들에게 ‘프로’는 쉽게 빈틈을 내주지 않는다. 최고 레벨의 선수들과 경쟁에서 매 순간 자신의 기량을 증명해야 한다. 또 윙백은 수비 역할도 큰 만큼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우대받는 자리다. 경기 출전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시즌 K리그2(2부) 안산 그리너스에서 1년간 임대 생활을 하고 복귀한 신재원은 더 단단해진 마음가짐으로 경쟁에 임한다. 그는 “그라운드에서 많은 경기를 뛰면서 경험을 쌓았다.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며 “이제 3년차다. 그라운드에서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성인 무대에 첫 발을 내디딘 이태석은 “대단한 선배들과 뛴다는게 영광”이라면서 “신인이니까 무엇보다 빨리 적응하면서 경험을 쌓는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2세 선수들’은 어쩔 수없이 아버지와 자주 비교된다. 분명 부담감이 크겠지만, 둘은 요즘 세대답게 긍정의 에너지로 받아들였다. “우리가 이겨내야할 몫”이라며 눈빛을 반짝였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아버지와 같은 포지션에서 기량을 인정받았다. 똑같이 “아버지의 경기를 읽는 센스와 공을 다루는 감각을 배우고 싶다”면서도 더 업그레이드된 자신만의 강점도 어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신재원은 “아버지와는 다르게 나는 스피드로 승부하는 편”이라며 웃었고, 이태석은 “나는 과감한 몸싸움을 즐기면서 활동량도 많은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신재원(왼쪽)과 이태석. 프로축구연맹 제공


아마추어 시절 미드필더와 윙어로 활약한 신재원은 서울에서 윙백으로 변신을 시도중이다.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신재원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한다면 내게도 장점이 될 것”이라면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어느 자리든 감독님이 기회를 주는 포지션에서 그 기회를 잡겠다”고 다짐했다. 이태석도 “형들에게 많이 배우면서도 선의의 경쟁에서는 밀리지 않겠다. 패스와 크로스가 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팀의 좋은 무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씩씩한 선전포고를 남겼다.

지난 시즌 9위까지 추락한 서울은 ‘젊은 피’의 성장을 활력소로 팀 내 경쟁구도를 만들고자 한다. 박진섭 감독은 여러 포지션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2021년 늦겨울, 신재원, 이태석은 언젠가 서울의 양 쪽 후방 날개로 날아오를 꿈을 키워가고 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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