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이 청계천 골목을 찾아 헤맨 이유는..
미디어아티스트·기술장인 운명적 만남
고국 복귀작품 '다다익선' 등 탄생시켜
백남준이 준 설계 드로잉·메모 등 보면
30여년 흐른 지금까지 따스함이 흘러
29일 15주기.. 5월 9일까지 기획전시

주름진 얼굴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그는 백남준의 동지 이정성. 비디오아트 창시자 백남준의 작품을 구현했던 기술자이자, 백남준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의 작품을 수리하고 있는 ‘아트 테크니션’이다.
지난 27일 방문한 청계천박물관의 기획전시 ‘미디어아트X세운상가’ 한쪽에서 정동구 감독이 촬영한 이정성의 짧은 인터뷰 영상이 흘렀고, 영상 속 그는 30여 년 전 백남준을 처음 만난 날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18년의 동행이 시작된 순간에 대해서였다.
이정성은 1961년 국제TV학원에서 기술을 배웠고, 이후 전자기기를 고치거나 부속품을 파는 천막들이 줄지어 들어섰던 청계천 골목에서 일하던 기술자였다. 1984년 서울국제무역박람회(SITRA) 때 삼성이 텔레비전 429대를 쌓아올려 거대한 벽을 만든 ‘멀티비전 영상 쇼’를 선보였는데 당시, TV 여러 대에 동시에 입력신호를 보낼 수 있는 분배기를 만들어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실현시킨 당사자였다.
세계적 아티스트로 부상한 백남준은 조국의 관객들에게 직접 자신을 드러낼 복귀작 ‘다다익선’을 준비 중이었다. 그는 ‘다다익선’ 제작을 위해 한국에서 기술자를 찾고 있었다.


전시에는 백남준이 이정성에게 건넨 설계 드로잉, 백남준이 이정성에게 직접 그림을 그려 선물한 노트북, 자신의 작품을 커다랗게 실은 영자신문 위에 두꺼운 펜으로 ‘이것은 이정성이 진정한 창조자다’라고 쓴 백남준의 신문 스크랩 등이 나왔다. 진정한 예술가의 심성을 생각하게 한다.
‘드로잉을 10개로 그렸습니다. TV 12개로 제작하시는 데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라는 메모를 더해 이정성에게 보낸 드로잉을 들여다보고 있다 보면, 그가 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듯하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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