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두고 당장"vs"거래 구조부터"..택배노사 합의문 아전인수

정혜민 기자,최동현 기자 2021. 1. 28.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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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가 1주일만에 다시 파업 나선 배경 들여다보니
28일 서울시내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한 택배 노동자가 분류 작업 중 언 손을 녹이고 있다. 2021.1.2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최동현 기자 = 택배노조가 사회적 합의기구 타결 일주일 만에 다시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선언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노조는 회사가 택배기사의 업무에서 분류작업을 제외하겠다는 합의를 파기했다고, 사측은 애초 6000명 이외의 분류작업 인력은 2차 합의 후에 투입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한다.

28일 <뉴스1>이 실제 합의문을 살펴본 결과, 회사 측의 분류작업 인력 전면 투입 시점이 명료하지 않은 등 노조와 회사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을 여지가 많았다.

◇합의문상 합의 이행 시점 모호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 민생연석회의가 발표한 '1차 합의문'은 분류작업을 정의하고 택배기사의 업무범위에서 분류작업을 배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합의문에는 "설비 자동화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택배사업자, 영업점은 분류전담 인력을 투입하거나 적정 대가를 지급하되, 분류작업 비용 및 책임은 택배기사에게 전가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액수는 언급되지 않았다.

택배노조는 이 조항과 함께 사회적 합의 기구 1차 합의가 설 특수기 과로사 문제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들며 택배사가 분류작업 인력 비용을 당장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택배사가 유야무야 합의를 불이행하게 될 것이라는 불신도 바탕에 깔려있다.

하지만 업체와 합의를 주도했던 여당의 입장은 다르다. 업체 측은 1차 합의는 정신과 방향에 대한 것이며 택배산업 거래구조 개선을 논의하는 2차 합의에서 구체적 방안과 이행 시기를 정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다.

업체 측은 그 근거로 합의문의 "택배 거래구조 개선작업이 완료되는 시점 이전에는 택배사업자가 투입하기로 한 분류인력(CJ 대한통운 4000명, 한진·롯데 1000명)을 투입한다"는 조항과 '설 명절 성수기 특별대책 마련'이라는 제목으로 제시된 대책 8가지를 언급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민생연석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문에는 '거래구조 개선작업 이후' 분류인력을 추가로 투입하겠다는 내용도 명백히 포함돼있다. 하지만 택배노조는 현재의 수준으로는 문제의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진빌딩 앞에서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노조는 오는 29일 전면 무기한 '살고싶다 사회적 총파업'에 돌입한다. 2021.1.2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노조 "협정서 체결해야" vs 업체·여당 "사회적 합의 안에서"

해결 방식에도 입장차가 있다. 택배노조는 사회적 합의 기구 합의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만큼 분류작업 정의 및 수행 주체, 수행방식과 관련해 원청택배사 대표와 노동조합 대표가 직접 만나 노사협정서를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업체 측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노사협정서를 체결하라는 노조가 오히려 사회적 합의의 정신에 반한다는 입장이다. 업체 관계자는 "의무는 없지만 책임을 다하겠다는 자세로 각계각층에서 와서 사회적 합의를 한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더민주 민생연석회의 역시 "택배노조가 1차 합의에 대한 이행 속도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면 이 문제 또한 사회적 합의 기구를 통해 함께 해결해나가길 호소드린다"라며 노조의 문제해결 방식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업체 "근본적 해결책 필요" vs 노조 "과로사 진행 중"

1차 합의에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었기 때문에 '잠정적인 미봉책'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설 특수기를 앞두고 택배기사 과로사 문제가 우려되는 만큼 노조는 하루빨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택배업체 관계자는 "1차 합의 자체는 '미완'이고 2차 합의를 진행해 구체적인 기간과 비용을 정하는 걸로 사회적 합의 기구 내에서도 이야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태완 택배노조 위원장은 "설 특수기를 위한 것처럼 합의해놓고 (회사가)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고 합의를 파기했다"며 "과로사 문제는 현재 진행형인데 아무도 대가를 치르고 있지 않다"고 토로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1차 합의에 대해 "합의를 구체적으로 하지 않는 이상 얼마든지 동상이몽의 해석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택배비는 정해져 있는데 분류작업 인력 비용은 누가 내는지 근원적인 문제해결이 안된 상태의 잠정적인 미봉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협상은 제로섬 게임"이라며 "누가 이익을 얻는다면 누구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게임인데 합리적 이익 조정을 어떻게 이뤄낼 것인지 앞으로 더 고민해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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