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은 음성 나와도 양성 판정"..안디옥교회 괴담 방역에 찬물(종합)

허단비 기자 2021. 1. 28.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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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서 익명으로 검체 채취한 교인 120명 달해
괴담과 함께 "교회 탄압" 전수검사 강한 거부감
28일 오전 광주 서구 쌍촌동 안디옥교회 주차장에 신도 등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임시선별진료소가 설치됐으나,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1.1.28 /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39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광주 안디옥교회에서 일부 교인들이 전수검사를 기피해 방역당국이 역학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8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낮 12시까지 광주 서구 쌍촌동 안디옥교회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54명의 교인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안디옥교회 측은 예배당의 좌석 수는 2000석이지만 신도 수는 700~800명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구보건소 등은 이날 오전 교인 수백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이른 아침부터 의료진 수십명을 배치했지만, 예상과 달리 선별진료소는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썰렁한 교회 선별진료소와 달리 이날 쌍촌동 한 종합병원에는 다수의 교인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에서 안디옥교회 교인 다수가 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자 전수검사 대상자인 이들의 검사 비용을 보건소 측으로 문의하면서 이같은 정황이 알려졌다.

전수검사 대상자라도 일반 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으면 3만원의 검사 비용이 발생한다. 보건당국이 안내한 선별진료소에서는 검사 비용이 무료다.

보건소 관계자는 "병원 측에서 안디옥교회 교인들이 병원으로 많이 찾아오는데 이분들의 검사비가 무료인지 유료인지 문의를 해왔다. 교인인걸 밝히지 않은 사람들도 있어서 상당수 교인들이 교회가 아닌 다른 곳에서 검사를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안디옥교회 관계자가 '우리 교회 교인이면 음성도 양성으로 만드니까 교인들이 전수검사를 기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교회 전수검사를 받으면 '괜히 확진자가 되는 거 아니냐'고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런 괴담이 퍼지자 개인 부담이 발생하더라도 교인들이 일반 선별진료소로 발길을 돌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병원 선별진료소에서는 증상이 있다고 말하거나 시청 임시 선별진료소에서는 증상이 없어도 익명으로도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다른 곳에서는 자신들이 교인인걸 숨길 수 있기 때문에 교회 선별진료소를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건당국은 선제적 검사 기회를 놓쳐 방역망이 무너질까 우려하고 있다.

보건소 한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접촉자를 찾아내 검사를 해야 하는데 그 분들이 교인인걸 숨겨버리면 접촉자를 추적하는 연결고리가 끊겨 버린다. 익명 검사자로 검사를 받으면 양성을 받아야만 이분이 교인인 걸 확인할 수 있어서 역학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익명으로 검사를 받은 교인은 12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24일 확진자가 대면예배에 나왔던 날 하루 예배를 본 교인은 모두 553명이지만 5부 예배까지 중복 참석자를 제외하면 실제 예배에 참석한 인원은 400명 가량이다.

방역당국이 전날부터 교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검사에서 240명의 검체를 채취했고 외부 선별진료소에서 익명으로 검사를 받은 교인 120명까지 360명의 검체 확보했다. 나머지 40여명의 교인들은 아직까지 검사를 받지 않고 있다.

28일 오전 광주 서구 쌍촌동 안디옥교회 주차장에서 보건당국 의료진들이 임시 선별진료소를 설치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1.1.28 /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교인들의 전수검사 기피 현상은 교회 선별진료소 인근에서도 여실히 목격됐다.

이날 한 어르신이 선별진료소 앞에서 "나는 어차피 코로나 안 걸렸다. 검사 안 받아도 된다"며 발길을 돌리자 한 여성이 "어르신 여기까지 왔는데 그래도 검사는 받으셔야 한다. 이거 다 의무사항이다"며 그를 쫓아갔지만, 그들을 다시 선별진료소로 돌아오지 않았다.

또 다른 남성은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서 "뭐만 하면 다 교회 때문이냐. 백화점이랑 식당에서는 확진자가 안 나오냐. 문재인이 교회를 죽이려 들고 있다"며 전수조사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남성은 "마스크를 써달라"는 의료진에게 삿대질을 하며 "너 조용히 해라. 어디서 훈계질이냐"며 소란을 피우다 출동한 경찰에게 제지 당했다.

안디옥교회에서는 이날 15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해 누적 확진자는 39명으로 늘었다. 지난 24일 교회에서 대면 예배를 본 교인 중 한 명이 이튿날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추적조사 결과 교인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확산하고 있다.

안디옥교회는 안디옥 트리니트CAS라는 기독교 방과후 학교 운영을 준비 중이어서 IM선교회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IM선교회는 최근 전국적으로 집단감염이 확산한 TCS국제학교가 소속된 곳이다.

안디옥교회 부목사의 아들이 TCS국제학교 학생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회와 국제학교 간의 감염 연관성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광주시는 안디옥교회를 시설 폐쇄하고 7일까지 2주간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려 교인 전수조사와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종효 시 행정부시장은 "오늘 오후 10시까지 교인들의 검체 채취가 완료되지 않을 경우 행정명령을 통해 강제로 명단을 확보하는 등 강력한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beyond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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