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 발랄 94초..조성진 손끝서 살아난 '17살 모차르트'

남지은 2021. 1. 28.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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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미발표 '알레그로 D장조'
조성진 초연 영상 온라인 공개

전문가 "청년 모차르트 생동감 느껴
한국 연주자 맞닿아 기념비적 순간"

1773년 추정 작품 유실돼 떠돌다
3년전 돌아와 265번째 생일에 발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모차르트 미공개 곡 ‘알레그로 D장조’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연주했다. 이 곡은 지난 27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모차르트 주간’(27~31일)에 온라인으로 공개됐다. 조성진(가운데)이 ‘모차르트 주간’ 예술감독이자 테너 롤란도 비야손(왼쪽)과 울리히 라이징거 모차르트협회 연구소장(오른쪽)과 함께 ‘알레그로 D장조’ 악보 등을 들고 선 모습. 유니버설뮤직 제공

“조성진이 모차르트의 미발표곡을 연주한대.”

1월 중순부터 조성진 온라인 팬클럽은 축제였다. 1773년 초, 모차르트가 17살 때 작곡한 것으로 추정되는 94초(1분34초) 길이의 짧은 피아노곡 ‘알레그로 D장조’를 조성진이 초연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팬들은 직접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있는 모차르트 협회에 문의해 관련 정보를 알아내고 공유했다. 모차르트 265번째 생일에 맞춘 ‘모차르트 주간’에 진행된 새 곡 발표는 클래식계의 축제이자 조성진의 인기를 실감하게 해준 하나의 이벤트였다.

팬들의 든든한 지지를 받은 조성진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현지시각 27일 오후 6시(한국시각 28일 새벽 2시) 그의 연주 영상이 온라인에서 공개됐다.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미리 촬영한 영상을 시간에 맞춰 공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내에서는 주최 쪽과 계약한 통신사 서비스를 통해 조성진이 선보인 다른 곡들을 포함한 전체 영상이 하루 앞선 27일 오후 공개됐다. 도이체그라모폰(DG) 공식 유튜브에서는 ‘알레그로 D장조’ 연주 장면과 함께 인터뷰를 담은 4분짜리 짧은 홍보영상을 볼 수 있다.

94초짜리 짧은 곡이지만 모차르트 곡의 특징인 경쾌하고 우아한 느낌의 역동성이 물씬 풍겼다. 모차르트 사후 230년, 오랫동안 잠들었던 음악이 젊은 아티스트 조성진의 손끝에서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류태형 클래식 평론가는 “발랄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모차르트 특유의 느낌이 났다. 17살 모차르트답게 젊고 약동하는 천재의 역동성도 느껴진다”고 평했다. 장일범 클래식 평론가 역시 “생동감 넘치고 건강하며 활달한 모차르트 청년기의 특징을 잘 드러내준 곡이다. 한창 피어나는 신선한 피아니스트인 조성진의 연주는 모차르트의 청소년기 곡과 매우 잘 어울렸다”고 말했다.

조성진이 모차르트 곡을 연주하는 도이체그라모폰 홍보영상 갈무리.

이 곡은 1773년 작품으로 추정된다. 막내아들인 프란츠 모차르트가 악보를 넘겨받았지만 유실돼 세상을 떠돌았고, 이를 손에 넣은 누군가의 후손을 통해 3년 전인 2018년에 모차르트 협회로 돌아왔다. 모차르트 협회 관계자는 도이체그라모폰 홍보영상에서 “협회는 모차르트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지만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네명으로 구성된 외부 전문가단에 자문했다”고 설명했다. 모차르트가 세번째 이탈리아 여행을 끝냈을 즈음이나 잘츠부르크로 돌아온 직후 작곡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알레그로 D장조’는 이전에도 많이 발굴된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품곡이다. 박제성 평론가는 “완전한 형태의 협주곡이나 소나타였다면 엄청났을 것”이라며 다소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많은 음악가가 존경하는 모차르트 작품이 새로 발견됐다는 것만으로도 클래식계에선 의미 있고 흥분되는 사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클래식계는 음악 자체를 떠나 새롭게 발굴된 모차르트의 작품을 한국의 젊은 피아니스트인 조성진이 초연했다는 자체에 큰 의미를 둔다. 류태형 평론가는 “한국 피아니스트가 모차르트의 역사와 직접 맞닿는 기념비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한정호 클래식 칼럼니스트는 “학술적·문화적 가치에만 머물지 않고 이 곡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하는 데는 젊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선택한 것이 아주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조성진은 모차르트와 인연이 깊다. 모차르트의 27개 피아노 협주곡 중 단연 돋보이는 20번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연주했다. 모차르트 콘체르토는 2011년 정명훈과 처음 연주했다. 이 곡은 29일 디지털 싱글로도 발매한다. 박제성 평론가는 “이번 기회를 통해 조성진이 모차르트에 전문성과 특수성을 쌓아가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성진은 도이체그라모폰 홍보영상을 통해 “모차르트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오페라처럼 이야기가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며 “모차르트의 미발표 곡을 초연하게 돼 영광”이라고 밝혔다.

한편에선 위작 여부에 대한 검증 과정이 좀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동안 음악계에서 위작 논란이 꽤 있었던 만큼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정호 칼럼니스트는 “기술이 점점 발전하는 시대 흐름에 맞춰 위작을 검증해내는 프로그램 개발도 병행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 도이체그라모폰에서 공개한 소개 영상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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