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원 "감독 경험 없다고? 코치 경력도 봐 주세요" [인터뷰]

조홍민 선임기자 dury129@kyunghyang.com 2021. 1. 2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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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전주원.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오른다는 것만큼 부담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자리를 ‘독이 든 성배’에 비유했을까. 그렇지만 누군가는 꼭 나서고, 책임져야 할 자리가 바로 대표팀 감독이기도 하다.

지난 27일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에 전주원 우리은행 코치(49)가 선임됐다. 동·하계 올림픽 단체 구기 종목 사상 한국인 최초 여성 사령탑이다. 한국 여자농구의 천재 가드로서, 그리고 코치로서 이미 실력을 검증받았다. 전주원 신임 대표팀 감독은 “부담도 되고 걱정이 앞선다”면서도 “책임감을 갖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8일 오전 그를 전화인터뷰했다.

-여성으로서 사상 첫 올림픽 단체 구기 종목 감독에 임명됐다.

“영광된 자리다. 그만큼 부담되고 걱정이 앞선다. 책임감을 갖고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 해야된다고 생각한다. 그 사실(첫 단체 구기종목 여성 감독)은 어제 기사를 보고 처음 알았다. 그런 수식어가 없어도 (대표팀 감독은) 막중한 자리라고 생각한다.”

-이미선 코치와는 연락했나.

“어제 카톡만 한 번 했다. 오늘 (이미선 코치가 소속된) 삼성생명과 경기가 있기 때문에 바빠서 자세히 얘기할 여유가 없었다. 경기 끝난 뒤 연락할 생각이다. 이미선 코치 역시 국가대표도 오래했고 은퇴 후 지도자 경험을 계속 쌓고 있다. 이 코치는 현역 때도 ‘스마트했던 선수’였다. 내가 도움받을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세심하게 잘 해줄 것으로 믿는다.”

-일각에서는 감독으로서 경험이 없다는 얘기를 하는데.

“맞다. 부정할 수 없는 얘기다. 하지만 나도 박신자컵 대회나 퓨처스리그에서 벤치를 보기도(감독 역할을 하기도) 했다. 또 지금 (위성우) 감독님 밑에서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 2011년 은퇴 후 코치를 시작해 벌써 지도자 생활 10년이 됐다. 국가대표팀 코치로도 4년간 있었다.”

-12년 만의 올림픽 출전이다. 목표는?

“맡은 지 얼마 안돼서 목표가 뭐라고 말씀드리기 어렵다. 3개 조로 나뉘어 경기를 하는데 우리는 최하위 그룹에 속해 있다. 무조건 강팀이랑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몇 위를 하겠다는 목표보다 선수들과 열심히 하면서 순위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전 감독도 올림픽 출전 경험이 있다. 올림픽 무대는 어땠나?

“1996년 애틀랜타와 2000년 시드니올림픽, 두 번 나갔다. 2004년 아테네 때는 임신 때문에 가지 못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는 부상도 있고 해서 못 나갔다. 올림픽은 내가 뛴 경기 중 가장 큰 대회다. 체육관 분위기도 일반 대회와 너무 다르다. 나도 긴장했던 것 같다. 올림픽에선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경쟁하며 뛴다. 정신적인 면은 물론 기량에서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무대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선 트리플더블을 기록했다.

“쿠바전으로 기억한다. 경기 땐 몰랐는데 경기 끝나고 감독님(유수종 감독)이 인터뷰 갔다오시더니 ‘트리플더블’을 했다고 말씀해주셨다.”

-선수 구성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지금으로선 WKBL 소속 선수들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 정은순(은퇴)이나 박지수(KB스타즈)와 같이 고교 때 대표팀에 뽑힌 경우도 있지만 그 정도의 대어급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 우선 협회와 이미선 코치 등과 상의할 생각이다. 3월 중순 시즌이 끝나면 선수 선발도 순차적으로 할 생각이다. 아직 결정된 건 아무 것도 없다. 선수들의 장·단점을 잘 파악해 짧은 시간 안에 조화롭게 조합하는 게 코칭스태프의 몫이다.”

-선수들에게 어떤 점을 강조할 생각인가.

“그런 얘기를 지금 하는 건 너무 빠른 것 같다. 선수를 선발하고 소집하게 되면 그때 말씀 드리겠다.”

-한국 여자농구 수준이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지금은 초·중·고교에서 운동하는 선수들이 많지 않다. 기본기를 잘 잡고 (프로에) 올 수 있는 구조도 못된다. 워낙 선수가 없다 보니 포지션별로 운동을 할 수도 없다. 선수가 최소 10명이 돼야 5대5 연습을 하는 데 그럴 형편이 못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협회나 WKBL, 중·고연맹 등에서 유소년 부문을 장려하면서 농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기량이 떨어진 걸 선수들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올림픽 취소 가능성이 나오는데.

“아직 확실하게 결정된 게 없다. 열리든 안 열리든 그때그때 내게 주어진 상황에 충실하게 대응하는 게 맞다고 본다.”

-요즘 여자프로농구가 재밌어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무엇보다도 경기 내용이 좋고 재미가 있어야 팬들이 여자 농구를 찾는다. 몇 년 전부터 모두가 느끼고 여자농구의 인기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다. 물론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건 아니다. WKBL과 6개 구단 모두 노력하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두가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조홍민 선임기자 dury12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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