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interview] '아빠 된' 이정협, 아이 위한 15번의 세리머니 약속
[포포투=이종현(통영)]
만 서른 살 이정협(경남FC)은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정체를 경계해 스스로 내린 결정이다.
부산아이파크 유스 출신 이정협은 2013년 부산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2014년 상주에 입단했고 2015년 부산에 돌아왔다. 2016년 울산현대, 2018시즌 쇼난벨마레로 한 차례씩 임대를 떠났지만 늘 부산이 원소속팀이었다. 경남행은 프로 9년 만에 첫 완전이적이다. 또 강등이 아닌 자발적 2부 리그행도 처음이다.
변화를 택한 이유는 여럿 있다. 그의 결단에는 설기현 경남 감독의 존재가 가장 컸다. 설기현 감독은 공격수지만 득점이 부족한 이정협에게 많은 득점 수를 보장했다. 득점에 늘 스트레스가 있었던 이정협은 설기현 감독의 말에 ‘꽂혔다.’
경남 이적과 함께 이정협은 가장이 됐다. 1월 14일 아들 민우가 태어났다. 이정협은 그동안 이렇다 할 세리머니가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아이를 위한 세리머니를 1년 동안 하기로 했다. 이정협은 <포포투>에 열다섯 번의 세리머니를 약속했다.
경남으로 이적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장 큰 이유는 설기현 감독님의 존재죠. 감독님께서 직접 연락을 주셨어요. 원래 모르는 번호는 잘 안 받는데, 통화를 했어요. 놀랐죠. “같이 하자”라며 여러 이야기를 하시는데 그 말들이 크게 와닿았어요. 같이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이적을) 결심했죠.
설기현 감독이 어떻게 활용하겠다고 하던가요?
기존에 다른 팀에서 하던 플레이에는 고립되는 상황이 많았어요. 감독님께서 “고립되는 상황보다 공격 쪽에 숫자를 많이 둬서 편하게 플레이하고 찬스를 더 잡게 해주겠다”라며 상세하게 설명해 주셨어요.
경남에 합류한 지 2주가 훌쩍 지났어요. 팀 적응은 어떤가요?
운동이 생각보다 ‘빡쎄요.'(웃음) 처음에는 오랜만에 팀을 옮긴 거라 적응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황일수, 고경민 등 기존에 아는 선수들이 많아서 반겨주더라고요. 팀에 어린 친구들이 많아요. 서먹서먹했는데 이제는 장난도 많이 치고 가까워졌어요.
설기현 감독의 축구를 배우고 싶어서 온 케이스에요. 훈련을 해보니 어떤 축구를 할 것 같나요?
여태까지 겪어보지 못한 축구를 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축구인데, 또 어떻게 보면 간단한 플레이들이 있어요. 지금은 완벽하게 이해는 못 했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면 더 재미있는 축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록을 살펴보니 1부 리그에서 6시즌(J리그 기록, 2015시즌 전역 이후 부산 기록 포함), 2부 리그에서 4시즌 째(2021시즌 포함) 뛰었더라고요. 이번 경남행은 강등이나 군문제가 아니라 하부리그행을 스스로 선택한 첫 번째 시즌이에요.
당연히 1부 리그 팀에 가고 싶었던 건 사실이에요. 다른 팀을 보면 외국인 선수를 주전으로 많이 써요. 외국인 선수와 경쟁에서 밀리면 벤치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요. 솔직히 출전 시간을 고려한 부분도 있어요. 저를 믿어주는 감독님 밑에서 꾸준히 경기하면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경남을 선택했어요.
부산에 있으면 마음도 편하고 고향팀이고 집도 가깝고 좋아요. 하지만 너무 편하다 보니까 앞으로 계속 부산에 있으면 '안주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제 나이도 어리지 않고 부산에서 저를 많이 배려해 주셔서 편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발전이 없을까 봐 새로운 곳에서 도전해보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정체하는 걸 경계했어요. 그래서 이적을 결정했어요. (FFT: 와이프와 어떤 이야기를 했나요?) 신혼집은 아직 부산에 있어요. 와이프는 항상 제 뜻을 존중해요. 마음 편하게 선택하라고 하더라고요.
주로 고향(부산)에 인접한 경상도(부산, 울산, 경남)권 팀에만 있는 것 같아요.
전혀 의도하진 않았어요.(웃음) 우연하게 경상도권 팀에만 옮겨 다녔어요. 저한테는 좋죠. 집도 가깝고 사투리나 생활도 비슷하고요. 수도권에 있는 팀의 오퍼도 있긴 한데 집이 가까운 쪽이 좋긴 해요.(웃음)
공격포인트 지표로만 보면 나아지고 있어요. 2019시즌 13골은 K리그2 최다골, 2020시즌 6골은 K리그1 최다골이에요. 대기만성형 공격수로 보여요.
선수라면 매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도 직전 시즌의 기록을 넘기 위해 노력해요. 하지만 2020시즌은 개인적으로 아쉬워요. 2021시즌은 2019시즌보다 많은 득점을 해서 팀이 승격했으면 좋겠어요.
어릴 때 축구화를 물려받을 정도로 유복하지 못한 상황이 꾸준히 노력하는 선수로 된 것에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집 형편이 어려웠어요. 그래서 축구화를 물려받곤 했죠. ‘뽕갈이’라고 하죠. 밑창을 수선해서 신기도 했어요. 지금도 집이 잘살지는 않지만 '어릴 때 환경을 생각하면서 감사해 하고 더 열심히 하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축구하고 있어요.
설기현 감독이 ‘인생시즌'을 만들어주겠다고 했어요.
감독님과 처음 통화했을 때도 했던 이야기에요. 감독님이 “올해 골을 많이 넣을 수 있을 거다”라고 했어요. 그 말 믿고 훈련 열심히 하고 있어요.
반대로 설기현 감독에게도 인생시즌을 만들어줘야죠?
승격이 최고의 시나리오가 아닌가 싶어요. 좋은 경기하고 많이 이겨서 다이렉트 승격을 해서 저나 감독님에게 인생시즌 만들고 싶어요.
많이 뛰고 동료를 돕는 장점은 있지만 승격하려면 '수비형 공격수'에서 진짜 공격수가 돼야 해요.
공격수라면 당연히 골을 넣고 싶은 마음이 많아요. 사람들이 ‘수비형 공격수’라고 해서 수비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스타일은 하루아침에 바뀌는 게 아니에요. 골이 넣고 싶다고 해서 언제든 넣을 수도 없어요. 감독님 말처럼 주위에 좋은 동료가 많아서 믿고 경기장에 나가면 올 시즌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황일수, 백성동, 도동현, 에르난데스, 윌리안 등 측면에 빠른 동료 선수가 많아요.
사이드에 황일수, 도동현, 다른 외국인 선수도 있어요. 장점이 스피드와 개인 돌파가 좋아요. 다들 크로스 능력도 돼요. 그런 부분을 많이 기대하죠. 1대 1 상황에서 내가 위치만 잘 잡고 있으면 사이드 선수의 도움을 통해 언제든 골을 넣을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질 거라고 기대해요.
훈련을 받아보니 설기현 감독 축구는 어떤 스타일인가요?
신선해요. 훈련 때 공수 모두 신경 쓰기 어려운데, 감독님은 수비 쪽에 지도하시다가 또 공격 쪽에 오셔서 직접 지도하시는 걸 보면 정말 열정이 넘치시는 것 같아요. 하나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세요. 젊은 감독님이어서 ‘파워풀하구나' 느껴요.
훈련 때 설기현 감독이 이정협 선수에게 가장 많이 요구하는 건 무엇인가요?
감독님도 제 스타일을 잘 아세요. 가운데에 있지 말고 공간이 있으면 빈 곳으로 뛰라는 주문을 많이 하세요. 감독님이 제 장점을 잘 살려주시는 것 같아요. 저도 그게 편해요.
올 시즌 목표하는 득점포인트는 무엇인가요?
감독님이 열다섯 골을 넣게 만들어주신다고 했으니 열다섯 골을 넣고 싶어요. (FFT: 감독님의 공개적 발언이 부담을 주진 않나요?) 부담보다는 저에게 믿음이 있는 거라고 생각해서 감사하고 더 잘해야죠.
좋은 소식이 있네요. 경남 이적 이후 득남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경남 이적 이후 1월 14일 아이가 태어났어요. 훈련 때문에 저도 태어났을 때 한번 안아 본 게 전부에요. 정말 보고 싶어요.(웃음) 제 이름을 개명한(이정협은 2014년 이정기에서 이정협으로 개명했다) 작명소에서 아이 이름을 받았어요. 저도 이름 바꾸고 잘 풀렸으니 한 번 더 믿어보려고요. 민규와 민우가 후보였는데 민규는 강한 느낌이어서 민우로 정했어요.
설기현 감독이 "아이를 위한 세리머니를 하면 어떻겠느냐"라는 이야기를 하던데요?
올 시즌 득점하면 입으로 엄지 손가락을 무는 세리머니를 해보겠습니다. (FFT:포포투랑 약속입니다!) 네! 하지만 만약 부산전에 득점하고 세리머니 하지 않아도 이해해주세요.(웃음)
사진=이연수, 한국프로축구연맹
영상=이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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