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도 반발하는 '분류인력' 갈등..택배 '총파업' 초읽기

CBS노컷뉴스 차민지 기자 2021. 1. 2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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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 총파업' 들어가는 29일 '대리점'도 집단행동
"3천여명 분류인력 빼겠다".."각종 부담과 비용 전가"
"사측이 분류인력 비용과 책임 져야"
"택배 노사 갈등 계속 이어져"
"분류작업 규모 부족" vs "합의 파기한 적 없어"
CJ대한통운 택배물류현장에서 택배노동자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택배기사 과로사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분류작업'에 대한 갈등이 멈추지 않고 있다. 택배노조가 오는 29일부터 '사회적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이번엔 대리점 연합회가 같은 날 분류인력 3천명을 현장에서 빼겠다고 밝혔다. 민족대명절인 '설'을 앞두고 택배 노동자 파업과 대리점의 단체행동이 겹쳐 물류 현장에 혼잡이 예상된다.

◇택배대리점연합 "못 참겠다…오는 29일 3000여명 분류인력 뺀다"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은 28일 입장문을 내고 "오늘까지 원청의 분류 및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대한 해결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29일부터 현장에 투입된 분류인력 투입을 철회하겠다"고 주장했다.

해당 택배대리점연합에는 820여 곳의 영업점이 가입돼 있고, 이번에 철회대상이 되는 분류인력은 3080명이다.

대리점연합은 "현장에 투입된 분류인력 3천여명은 모두 영업점에서 투입한 노동자들"이라며 "이들에게 드는 비용의 70%를 영업점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부터는 대리점은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이 의무 적용되며, 이에 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여기에 분류인력 관련 비용까지 지게 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대리점연합은 사회적 합의로 인한 각종 부담과 비용이 대리점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리점연합은 "CJ대한통운을 포함하여 택배사업자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부지 확보, 자동화 설비 지원, 외국인 인력 투입 등 숙원 사업을 단번에 해결하는 큰 성과를 얻었다"며 "그럼에도 대국민 발표와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대리점에 책임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CJ대한통운은 지난해 10월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해 500억원을 투입해 분류인력을 투입하겠다고 공언하고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영업점과 협의할 것을 약속했다"며 "누가 보더라도 분류인력에 대한 비용 등의 모든 책임은 사업자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당초 CJ대한통운 측은 분류인력 투입비용의 50%를 지원한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30%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대리점연합 측의 설명이다.

대리점연합 관계자는 "본사는 50%를 지원한다고 말하는데, 그 50%는 4대 보험, 추가 연장수당, 주휴수당 등을 계산하지 않고 최저시급을 적용한 평균 임금으로 계산해 지원한 것 뿐"이라며 "분류인력의 비용과 책임을 본사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 하는 택배노조. 연합뉴스
◇택배노조 "분류작업 규모 부족" vs 사측 "합의 파기한 적 없어"

이 가운데 택배 노조와 사측의 갈등은 이어지고 있다. 전날 택배노조는 오는 29일부터 사회적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사회적 합의안을 마련한 지 엿새만으로 '분류작업' 조항 해석을 놓고 다툼이 생겼다.

CJ대한통운·롯데택배·한진택배 등 민간택배사에서 일하는 조합원 2800명은 총파업 형태로, 택배노조 우체국 본부 조합원 2650명은 우정사업본부가 개인별 분류작업을 해놓지 않으면 배송 거부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 21일 마련된 1차 사회적 합의문은 분류작업을 택배사의 책임으로 명시했다. 비용과 책임은 택배기사에게 전가하지 않도록 했다. 택배사는 분류작업 설비 자동화를 추진하고 자동화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택배사와 영업점이 분류 전담인력 (CJ 대한통운 4천명, 한진·롯데 1천명)을 투입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택배기사에게 분류작업을 맡길 경우 적정 수수료를 지급하도록 했다.

노조는 분류인력 투입 규모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택배사들은 CJ대한통운은 4천명, 한진택배와 롯데택배는 1천명씩만 분류인력을 투입한다고 한다"며 "이는 이미 지난해 10월 발표한 대책이다. '작년에 하던 대로 하겠다'고 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수수료 지급도 사측에서 미루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회적 합의문을 만들 때, 휠소터(자동화 설비)가 설치돼 있지 않은 대리점에서는 불가피하게 분류작업을 택배기사에게 시킬 수 있도록 했다. 대신 페널티 성격으로 더욱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게 했다"며 "그런데 사측이 이제 와서 수수료 지급은 택배비와 요금이 개선되는 6월 이후로 한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합의 자체가 무의미해진다고 본다"며 "사회적 합의는 지키지 않아도 강제력이 없어 한계가 있다. 합의 내용을 반영해 법적 강제력이 있는 노사협정서를 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택배노조는 이렇게 되면 분류인력이 각 1천명씩 투입되는 한진과 롯데택배의 경우 택배기사 70% 이상은 분류작업은 여전히 택배기사가 수행해야 하고 그 대가도 지급받지 못하게 된다고 보고 있다.

반면 택배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합의를 파기한 적이 없고 분류인력 투입은 합의한 대로 이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사측에 후속대책을 요구하는 공문을 25일에 보냈는데 26일에 파업을 이야기했다. 왜 그렇게 급하게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라며 "합의 파기 이야기가 나오는데 구체적인 세부방안을 정하지도 못할 만큼 주어진 시간이 부족했다. 수수료도 얼마나, 언제, 어떻게 지급할지도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1차 합의문'이 이름인 이유도, 그 뒤로 2차, 3차 합의문이 필요한 내용이기 때문"이라며 "합의문을 마련한 뒤 하루아침에 100%를 이행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분류인력 투입에 대해서는 "투입하겠다고 발표·합의한 인원을 목표로 순차적으로 투입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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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차민지 기자] chach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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