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K-방역' 홍보 열 올리던 작년 4월, 영국은..
영국은 최악의 코로나바이러스 재앙을 겪던 작년 4월 민·관·군 태스크포스(TF)가 개발도 안 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미리 구매하고 전국적인 접종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영국의 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 현재 영국이 확보한 백신 물량은 1명 당 5.5회(dose)분에 달한다. 타임스는 “개인보호장비도 부족했던 상황과는 달리, 백신 경쟁에서의 승리는 영국이 코로나 팬데믹 대응에서 거둔 몇 안 되는 성공 사례”라고 평가했다.
◇작년 4월 한국이 ‘K 방역’ 홍보할 때
작년 4~5월은 한국에선 1일 신규 감염자수가 50명 미만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K 방역에 대한 국제적 표준을 만들어 전세계에 제시하겠다”고 홍보했다. 반대로, 영국은 4월초 하루 코로나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섰고 5월까지 매일 수백 명이 코로나로 숨졌다. 신규 감염 확진자만 1일 4000~5000명이었다.
타임스는 “영국은 4월말 바이오벤처 자본가인 케이트 빙햄 주도 하에 법률가·사이버보안 전문가·안전성 검사 인력·군 기획가 등 각 분야 전문가로 팀을 꾸리고, 2주 내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할 7개 분야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후 영국 정부는 백신의 구매·공급·운송·접종에 이르는 방대한 네트워크 구축에 나섰다. 영국에 백신 공장이라고는, 호주 기업 세퀴러스(Seqirus)사가 독감백신 수백만 회를 생산하는 리버풀 공장밖에 없었다. 또 어느 제약사도 아직 백신을 개발하지 못한 상태였다. 타임스는 “백신도 없는 상태에서, 팬데믹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과학자들의 전문성에 기초해 미래의 백신 산업을 구축했다”고 평했다.
◇영국민 1명 당 5.5회분 백신 확보
타임스는 “영국 정부는 제약사들이 과연 효과적인 백신을 생산해낼지, 보건당국의 승인을 받아낼지도 불투명한 상태에서, 선례(先例)가 없어 난항을 겪으면서도 선(先)구매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화이자 4000만회분과 아스트라제네카 1억회분이 이 백신 확보 프로그램의 주축이었다. 이밖에, 아직 승인이 나지 않은 얀센 백신 5200만회분과 노바백스사 6000만회도 구매 계약을 맺었다. 심지어 최근 개발을 포기한 사노피 사와도 6000만회 분의 구매 협상을 진행해 왔다.
백신의 1회 생산분(batch)에 대한 최종 안전성 검사를 맡은 국립생물의약품표준화연구소(NIBSC)는 작년 7월부터 준비해, 100만 회분이 4일 내 검사가 끝날 수 있게 했다. 또 특수 운송과 보관에 필요한 시설과 인력을 미리 갖췄고, 현재 1438 곳의 백신 센터에서 군(軍) 의료진 1600명이 국립보건원(NHS) 인력과 함께 백신을 접종한다. TF의 권고대로, 영국 정부는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에 대응할 비(非)활성화 백신을 개발하는 스코틀랜드 소재 프랑스 기업인 발네바(Valneva)사에도 투자했다.
◇영국 접종률 13% vs. EU 2%
그 결과, 현재 영국은 국민의 13%가 최소 한 차례 접종을 마쳤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연합(EU) 27개국의 접종률은 2%에 불과하다. 이 탓에, 유럽대륙에 제조시설이 있는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개발 백신이 생산계획 차질에 따라 EU 물량을 줄이겠다고 밝히자, EU는 “영국에서 생산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EU에 공급하라”고 압박한다. 또 벨기에 피르스(Puurs)의 화이자/바이오N테크 제조공장이 “생산시설 확충을 위해 EU 공급분을 일시적으로 줄이겠다”고 하자, EU 측은 “영국으로 가는 백신 수출 물량은 사전 승인을 받으라”고 요구했다. EU와 영국이 백신을 놓고, 브렉시트(BREXIT) 이후 최대 마찰을 빚는 것이다.
그러나 타임스는 “영국 정부는 이번 주와 다음주 화이자에서 받을 350만회 분은 차질 없이 공급될 것으로 본다”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의 한 관리는 타임스에 “정부가 원하는 이상으로 백신이 많아, ‘잉여분’은 다른 나라에 기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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