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한 한 명에 베팅'..의류 후원 3억 시대 열렸다

조희찬 2021. 1. 2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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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류 업체들의 '억' 소리 나는 과감한 베팅이 선수 후원 시장을 달구고 있다.

한 의류 기업 임원은 "매주 선수들이 어떤 옷을 입고 나가는지 관리하고 선수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들어주려면 선수 두 명당 최소 매니저 한 명이 필요하다"며 "옷을 자주 바꿔 입는 선수에겐 판매가 기준으로 5000만원부터 많게는 1억원어치의 옷이 지급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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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스폰 못지않은 의류 후원
2~3년前 1억원대 불과했으나
최근 들어 수억원대로 껑충
입는 옷마다 '완판 행진' 유현주
2부 뛰면서 年 3억+α 2년 계약
리디아 고 · 임희정도 '특급 대우'
(왼쪽부터) 유현주, 임희정, 리디아 고


골프의류 업체들의 ‘억’ 소리 나는 과감한 베팅이 선수 후원 시장을 달구고 있다. 여러 명의 선수보다 ‘똘똘한 한 명’을 잡아 브랜드의 얼굴로 내세우기 위해서다. 영입전이 치열해지면서 ‘서브 스폰서’ 개념으로 여겼던 의류 후원 규모가 이제는 메인 스폰서 부럽지 않게 됐다. 2~3년 전만 해도 최정상급 선수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1억원대 후원금을 훌쩍 넘어 한 선수에게 연간 3억원대 계약금을 보장하는 시대가 열렸다.

 의류 후원 3억원 시대 연 유현주

영입 전쟁의 신호탄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유현주(27) 쪽에서 쏘아 올렸다. 그가 지난해 입은 후원사의 옷마다 ‘완판 행진’을 벌였다. 하지만 1부투어에서 뛰다 올해 2부투어로 내려가 계약금이 대폭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하는 처지였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유현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연간 3억원+α’의 2년짜리 계약서에 서명했다. 예상 밖의 영입전이 벌어지면서 유현주가 되레 몸값을 올리고 이적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한 골프의류 회사 관계자는 “3억원은 역대 모든 여자골프 선수를 통틀어도 최고 대우”라고 전했다.

유현주 쟁탈전에서 승리한 곳은 한성에프아이(FI)다. 오는 6월 캘러웨이 골프웨어와 총판 계약이 끝나는 한성FI는 올 가을·겨울 시즌(7월)부터 새로운 파트너인 테일러메이드와 함께 테일러메이드 골프웨어(가칭)를 출시한다. 테일러메이드 골프웨어의 구상 단계부터 유현주 영입을 고려했다고 한다. 적극적인 베팅으로 유현주를 영입한 한성FI 관계자는 “새 브랜드를 대표하는 선수로 유현주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며 “앞으로 유현주가 선수 생활을 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성FI가 보유한 또 다른 브랜드인 레노마는 간판 모델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는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24)를 내세운다. 한성FI가 캘러웨이 골프웨어를 만들면서 맺은 인연을 레노마로 계속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엘르골프는 ‘A급 선수’로 분류되는 임희정(21)을 영입하기 위해 1억원대의 계약금을 보장했다. 페어라이어는 LPGA투어의 전인지(27)를 영입하면서 브랜드 이미지 변신을 노리고 있다.

 시장 과열 우려도 커져

‘소수정예’ 방식이 확산하는 배경에는 기업들이 기존의 ‘문어발식’ 후원으로 재미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선수 한 명을 후원할 때마다 선수에게 지급되는 현물(옷)과 선수들을 관리하는 매니저의 인건비가 후원금과 맞먹는 경우도 있다.

한 의류 기업 임원은 “매주 선수들이 어떤 옷을 입고 나가는지 관리하고 선수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들어주려면 선수 두 명당 최소 매니저 한 명이 필요하다”며 “옷을 자주 바꿔 입는 선수에겐 판매가 기준으로 5000만원부터 많게는 1억원어치의 옷이 지급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류기업 임원은 “4~5년 전만 해도 시장에 새로운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아무 선수나 일단 잡고 보자’는 식으로 계약이 이뤄졌다”며 “돈은 돈대로 쓰면서 매출에는 차이가 없자 간판선수 한 명에게 집중하는 추세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A급 선수의 상징과도 같았던 1억원대 계약금은 물론 2억원의 저항선마저 뚫리자 우려를 나타내는 시선도 있다. 현재의 상황이 시장 전체의 성장이 아니라 특정 선수에게만 돈이 몰리는 ‘쏠림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빈익빈 부익부’가 더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1억원대 계약금은 최정상급 선수를 상징하는 숫자와 같았다”며 “KLPGA투어에서 우승 경력이 있는 몇몇 선수는 아직도 의류 후원사를 찾지 못해 직접 기업들을 찾아다니는 실정이라 소외감을 느끼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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