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누가 급진주의자인가

송영규 기자 skong@sedaily.com 2021. 1. 2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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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여론 거스르는 경제정책 고집하고
미치광이 세계관에 민주주의 혐오
거짓말 일삼는 공화당이 '급진적'
바이든의 모든 정책 반대 가능성
[서울경제]
폴 크루그먼

필자를 포함한 많은 미국인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에 깊은 안도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의 마음 한편에는 불안감이 여전히 존재한다. ‘우익 테러’의 위협 때문만이 아니다. 바이든이 거짓말로 오염된 정치 환경에서 임기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큰 거짓말(big lie)’이다. 선거를 도둑맞았다는 근거 없는 주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공화당 지도부는 바이든을 향해 ‘통합’을 주문한다. 새 대통령이 선거에서 정당하게 승리했다는 사실 자체를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상대 정당 지도부가 이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하는 경우가 미국 정치사에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지도부를 제외한 공화당 의원들의 절대다수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대대적인 부정이 저질러졌다고 믿는다는 여론조사 결과 역시 염려스러운 대목이다.

중요도 면에서 큰 거짓말에 조금 못 미치지만 ‘작은 거짓말’도 걱정스럽다. 우파는 새로 출범한 행정부와 의회의 온건한 중도 좌파 지도자들을 급진 사회주의자 혹은 그들의 조종을 받는 집단으로 매도한다. 조지아 상원 결선 투표에서 공화당이 시종일관 떠들어댄 거짓 주장이다.

공화당은 바이든의 경기 회복 정책에 반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연방 최저임금 인상(시간당 15달러로의 인상)을 꼽는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그들은 설사 최저임금 인상이 아니더라도 바이든이 제안하는 모든 정책을 무조건 거부할 것이고 어떻게든 반대할 것이다.

급진적 경제정책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한마디로 여론을 거스르는 경제정책이다. 이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경제정책에 관한 한 공화당 정치인들이야말로 급진주의자들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매우 인기 있는 정책이다. 자칭 공화당 지지자들의 과반수를 비롯해 전체 미국인 유권자들의 70%가 연방 최저 시급 인상을 원한다.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지난 11월 플로리다에서 발생한 사건에 주목하라. 트럼프의 텃밭인 그곳에서 유권자들은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인상하자는 내용의 주민 발의안을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여론을 기준 삼을 경우 공화당은 연방 최저임금 이슈에서 대중과 제대로 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급진주의의 기준을 여론이 아닌 주류 경제학에 대한 거부로 바꾸면 어떨까. 그래도 민주당이 온건 집단, 공화당이 급진 세력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한때 경제학자들 사이에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로 이어진다는 거의 일치된 의견이 나온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건 오래전의 일이다. 지금은 경제 전문가 중 극히 일부만이 연방 최저시급을 15달러로 올릴 경우 막대한 고용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낡은 견해를 고집한다. 15달러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저임금을 상당 폭 올리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학자들 또한 적지 않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마음을 바꾼 이유가 무엇일까. 최저임금을 올린 주와 그렇지 않은 이웃 주 사이에서 나타난 자연적인 실험 결과가 이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같은 증거에서 얻은 교훈은 최저임금을 이제까지 나온 제안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무리하게 끌어올리지만 않는다면 고용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은 물론 소득 향상과 빈곤 축소에 상당한 효과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증거에는 널리 알려진 진보 바이러스가 담겨 있다. 백악관에서 퇴거당하기 수일 전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지난 2017년 감세에 따른 비용을 감세 효과로 발생한 세수를 통해 상쇄했다고 발표했다.

경제 사상사에서 이런 식의 주술 경제학(voodoo economics)은 극히 허구적인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축적된 경험을 근거로 유권자들은 대기업들과 부유층의 납세액이 너무 많은 게 아니라 지나치게 적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특권층에 대한 감세는 포퓰리스트 성향의 대통령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공화당의 핵심 어젠다이다.

경제정책에서 민주당은 어떤 기준에서 보건 여전히 온건파인 반면 공화당은 과격한 급진주의자들이다. 이처럼 사실과 완전히 반대되는 주장을 하면서도 공화당이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중도 좌파에 속한 정치인들을 사정없이 몰아붙이는 우익 허위 선전 기구의 힘이 부분적인 대답이다. 유권자들이 일부 민주당 의원들을 정책 대신 피부색으로 판단해주기를 노골적으로 희망하는 공화당의 태도 역시 부분적인 대답이 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미국 양대 정당 중 하나는 급진 정당이라는 것이다. 이 정당은 민주주의를 혐오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치광이 같은 세계관과 대다수 유권자들의 의견과 반대되는 견해를 갖고 있다. 그리고 이 정당은 민주당이 아니다.

/송영규 기자 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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