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굽고 사랑을 파는 이곳은 빵그레 1호점입니다 [하이트진로의 고소한 사회공헌]

이정은 입력 2021. 1. 2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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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빵이 구워지는 경남 창원의 빵집
하이트진로가 만든 청년지원사업장
저소득 청년 자립 돕는 그곳서 제빵 배우고 판매하며 사는 법도 배워
10년간 매장은 무료 대여
청년 8인이 뭉쳐 유기농 밀과 천연 발효종으로 구워낸 30종의 빵은 동네서 인기
月1400만원대 매출 올려..이들의 꿈은 '창업'
1호점 대성공으로 상반기 광주에 2호점 내
버터향 가득한 빵냄새가 발길을 멈추게 하는 하이트진로의 청년지원사업장인 빵그레 내부(위 사진)에는 호텔 베이커리 못잖은 빵들이 다양하다. 깔끔한 내부 만큼 모던한 외부 모습과 인기만점 빵들. 사진=이정은 기자
지난해 5월 베이커리 카페 '빵그레' 개소식에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왼쪽)와 허성무 창원시장이 함께 음료를 제조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제공
일반적으로 기업의 사회공헌(CSR)사업은 물품이나 금전을 지원해주고 '끝'인 경우가 많다. 물고기를 잡아서 주는 것보다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는 있다.하지만 돈과 시간 뿐 아니라 마음을 더 쏟아야 한다. 하이트진로는 정성을 들여 청년들에게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정성을 들인 나무는 꽃을 피우게 마련이다. 하이트진로의 청년지원사업장인 '빵그레'도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추가 매장을 문의하는 등 성공의 꽃을 피워가고 있다.
뽀또 치즈 식빵(왼쪽), 그래모닝빵과 먹물치즈바게뜨.
딸기품은 까망이(왼쪽), 고구마빵과 바질 크런치 베이글.

【파이낸셜뉴스 창원(경남)=이정은 기자】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부터 버터향 가득한 빵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매대 위에는 빵들이 정갈하게 진열돼 있었다. 호텔 베이커리에서 봄직한, 딸기든 크림이든 아낌없이 재료를 쏟아넣은 것 같은 제품이 많았다. 모던하고 깔끔한 매장 내부에선 직원들이 저마다 맡은 일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지난 22일 KTX를 타고 3시간여 걸려 도착한 이곳은 경남 창원의 빵그레 1호점이다. 하이트진로가 한국남동발전, 창원지역자활센터와 손잡고 창원 지역 저소득 청년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마련했다. 하이트진로는 청년들이 마음껏 제빵을 배우고 만들어 팔 수 있도록 10년간 매장을 무료로 대여해준다. 물고기를 잡아서 주는 것보다 잡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매장은 132㎡ 규모로, 아파트 상가에서도 제법 큰 규모의 점포였다.


빵 맛집 소문에 '핫플레이스' 등극

지난해 5월 문을 연 이곳에는 8명의 청년들이 일하고 있다. 베이커리실 직원이 4명, 교대로 근무하는 홀 직원이 4명이다. 개점 초반 3명이서 모든 일을 다 했을 때보다는 한결 수월해졌다. 여유가 된다면 10명으로 늘릴 계획이라는 창원지역자활센터의 김수진 사업팀장의 설명이다. 자활센터는 청년 선발과 교육 등 이곳의 운영을 돕고 있다. 김 팀장은 지난 2019년 11월 하이트진로와 협약을 맺을 당시부터 함께 하며 빵그레 사업의 토대를 닦아왔다.

그는 "이 곳에선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정에서 아이를 혼자 키우는 분들 등 자활센터 조건에 맞는 분만 일할 수 있다"며 "지역 내 청소년 지원센터, 한부모 여성시설에서 의뢰받으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모던한 외관, 다양하고 맛있는 빵으로 빵그레가 이 지역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면서 청년지원사업장인지 잘 모르는 인근 주민들로부터 '일하고 싶다'는 전화도 매장으로 심심찮게 걸려오는 편이란다.

김 팀장은 "선생님들이 여기서 일을 하면서 본인들이 뿌듯해하고, 자기 가게인 것처럼 홍보도 하고, 빵이 잘 구워졌다고 사진도 찍는 것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곳에서 일하는 청년 대부분 구김 없는 밝은 표정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부터 베이커리실에서 근무하는 고모씨(28)의 경우 생후 24개월 된 아이를 홀로 키우는 엄마다. 그는 "아이 데리고 혼자 살려고 하다 보니 막막해서 동사무소에 찾아갔고, 빵그레를 알게 돼 취업상담을 진행한 후 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씨는 "일반 빵집에 취업을 하면 제빵을 배우기 어려운데 빵그레에서는 빵을 배우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좋다"며 "무엇보다 직접 만든 빵이 예쁘게 나올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가 일을 하는 사이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는 엄마가 만든 빵 가운데 치즈 마들렌을 가장 좋아한다.

구모씨(26)는 베이커리실에서 가장 고참이다. 빵그레에서 일하기 전에도 3년 가량 다른 빵집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구씨는 "오픈하기 전부터 빵그레 하면 떠오를 수 있는 빵을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먹물빵인 '까망이'를 만들었다"며 "손님들이 빵이 맛있다고 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실제로 빵그레의 빵은 유기농 밀과 천연 발효종만을 사용해 고품질을 자랑한다. 구씨의 노력과 다른 빵집과의 컨설팅 등을 통해 오픈 당시 12가지밖에 없던 빵 종류는 현재 30종으로 불어났다. 홀 직원인 김모씨(25)는 자활센터에서 세탁일을 하시는 부모님을 통해 이 곳을 알게 됐다. 주로 아메리카노를 많이 만들고 있다는 그도 카페 창업을 꿈꾸고 있다.

장사가 잘 돼 매출이 높은 것도 직원들의 자신감을 북돋아 주고 있다. 빵그레 오픈 100일을 맞은 지난해 8월께 월 매출 1500만원을 달성했으며, 지금도 여전히 월 1400만~1500만원의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빵그레의 취지에 공감한 학교나 기업, 어린이집에서 단체 주문을 많이 해준 덕에 코로나19의 타격도 미미했다.

무엇보다도 주요 고객은 인근 아파트 주민이다. 빵그레 1호점이 위치한 곳은 아파트 상가로, 2018년 입주한 1184가구 대단지 아파트가 배후에 있다. 게다가 인근에 베이커리 카페는 이 곳밖에 없어 '황금입지'를 자랑한다.


'황금 입지'에 매출도 쑥쑥

소비자들은 빵맛 뿐만 아니라 지리적 접근성을 이곳의 장점으로 꼽았다.

이날 빵그레를 찾은 40대 이모씨는 "빵그레의 소시지빵을 가장 좋아하지만 오늘은 선물을 사러왔다"며 "인근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지리적 접근성이 좋아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30대 김모씨는 "대파빵을 가장 좋아한다"며 "우연찮게 방문한 뒤 맛있는 빵이 많아서 어떤 곳인지 검색해보다가 청년자립 지원사업장이라는 것을 알고 더 자주 찾고 있다"고 전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도 큰손 고객이다. 맥주를 생산하는 하이트진로 마산공장과 700m 거리에 있어 김 사장은 공장에 올 때마다 빵그레를 들른다. 그리고 한아름 빵을 사가며 청년들을 응원하고 있다. 현장 직원은 "(김 사장이)처음 왔을 때 매대를 가리키며 '여기부터 여기까지 다 주세요'라고 말했다"며 "드라마에서나 들어봄직한 대사를 실제로 듣는 건 처음이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다음달부터는 그동안 쉬어왔던 일요일 근무도 예정돼 있어 매출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김 팀장은 "일요일 장사가 제일 잘 될 것 같았지만 그동안은 인원도 그렇고 적응도 해야 해 6일만 일했다. 이제는 교대로 일요일 근무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빵그레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꿈은 대부분 '창업'이다. 자활센터 김 팀장은 "이곳에서 번 돈으로 창업을 시키는 게 목표다. 내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자활기업이나 사회적기업으로 창업을 시켜서 자활센터 소속이 아닌, 빵그레 소속으로 창업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창업을 위해 이곳에서 발생하는 매출 중 일부만 재료비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적립하고 있다. 창업을 하기 위해선 장비 등 목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건비는 자활센터에서 나간다.

매장 한 켠에는 하이트진로의 캐릭터인 두꺼비 피규어도 놓여 있었다. 김 팀장은 진로 두꺼비도 빵그레 홍보에 한몫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오픈 100일 이벤트로 두꺼비 피규어를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어린 아이들이 많이들 갖고 싶어 했다"며 "당시 네이버 영수증 리뷰가 20~30개밖에 없었는데 두꺼비를 받기 위해 너도나도 리뷰에 나서면서 순식간에 100개가 넘어서기도 했다"고 전했다.

빵그레는 올해 상반기 광주시에 2호점 개점을 앞두고 있다. 창원1호점의 성공이 알려지며 많은 지자체의 제의가 이어졌는데 광주에 2호점을 열기로 결정됐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해당사업 운영기관으로 선정된 광주동구지역자활센터와 빵그레 광주2호점 개점 및 운영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향후 2호점 사업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 타 지역에 3호점 오픈도 검토할 계획이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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