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단 금지법 반대"..다시 거리 나온 폴란드 여성들
[경향신문]
지난해 수십만명의 폴란드 시민들이 기형아 임신중단 허용 위헌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시위를 벌인 데에 이어, 사법부가 기형아 임신중단 금지법을 기습 발효하자 또다시 수천명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열었다.
브보르차 등 현지언론은 폴란드 사법부가 기형아 임신중단을 금지하는 법을 27일(현지시간) 발효하겠다고 당일 예고 없이 발표하자, 이에 항의하기 위해 이날 저녁 수도 바르샤바에서 최소 2000명이 시위를 열었다고 전했다. 브로츠와프, 카토비체, 포즈난, 스체신 등의 지역에서도 임신중단 금지법 반대 시위가 일어났다. 법이 발효되면서 폴란드 여성들은 강간이나 근친상간, 임신 유지시 임신부의 목숨이 위협받는 경우를 제외하고 사실상 모든 임신중단이 금지된다.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내가 생각하고, 느끼고, 결정한다” “선택의 자유”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바르샤바의 헌법재판소에서 모여 해당 법안을 지지해온 법과정의당 당사 앞까지 행진했다. 이날 1km 가량 시위 행렬이 늘어서 바르샤바 거리를 가득 메웠다고 폴란드 TVN24는 전했다. 시위를 주도한 여성운동단체 마르타 렘파트 활동가는 “임신중단 금지법은 여성뿐 아니라 사법부로부터 혐오를 받는 모든 사람들과도 연관된 문제다”고 TVN24에 말했다.
폴란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0월22일 “태아의 건강을 기준으로 임신중단을 결정하는 것은 생명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기형아에 대한 임신중단 허용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반발한 시민 40만여명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했다. 시위는 약 한달간 이어갔다. 시위 참가자들은 당시 옷걸이를 들고 나와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들이 임신중단을 할 방법을 찾지 못해 옷걸이로 임신중단 시술을 한다”고 설명했다. 임신중단 금지에 반대하는 여론이 거세지자, 폴란드 정부는 임신중단 금지법 법안 발효를 미뤄왔다.
민족주의 보수 성향의 법과정의당은 2019년 총선 이후 상하원 다수당이 됐고, 기형아 임신중단 금지 법안을 추진해왔다. 현재 폴란드 헌법재판관 15명 중 14명은 법과정의당 연정이 임명한 보수적 성향의 재판관이다.
폴란드 여성운동단체 여성가족계획연대는 임신중단이 불법인 탓에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20만명 정도의 폴란드 여성이 해외나 집에서 임신중단 시도를 한 것으로 추산했다.
[관련기사][김향미의 ‘찬찬히 본 세계’]폴란드 여성들은 왜 옷걸이를 들었나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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