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공매도 즉각 재개"..與 "손질 먼저"

강계만,양연호,성승훈 2021. 1. 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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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정부와 연례협의서 권고
與 "공매도 제도 손질이 우선"
시장선 "선진국선 허용하는데
우리만 막는건 국격 실추" 지적
국제통화기금(IMF)이 현재 한국의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주식시장 공매도 재개가 가능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전면적인 공매도 금지 조치에 대해선 "투박한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공매도 금지 연장 조치가 오는 3월 종료됨에 따라 이른바 '개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사실상 IMF가 공매도 재개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28일 안드레아스 바우어 IMF 미션단장은 영상으로 실시한 '2021년 IMF 연례협의 결과'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이후 한국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고, 경제도 회복하고 있다"며 "이런 여건을 감안하면 공매도 재개가 가능한 시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IMF가 최근 한국 정부와의 연례정책협의 과정에서 금융위원회 등에 사실상 공매도 재개를 권고한 의미로 해석된다. 바우어 단장은 "공매도 자체는 주요 금융시장의 관행이고, 리스크(위험) 관리를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채택돼 금융시장에서 유용한 도구로 활용되지만, 시장 변동성을 극대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도 명확하다"고 말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해당 주식을 사서 갚는 식으로 차익을 얻는 매매 기법이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여파로 증시가 급락하자 금융위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6개월간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한 데 이어 지난해 9월에 추가로 6개월을 더 연장했다.

한국처럼 작년에 공매도 금지에 나선 이후 현재까지 이를 유지하는 국가는 인도네시아 정도다. 특히 바우어 단장은 "공매도 전면 금지를 통한 시장 균형은 투박한 도구"라며 "시장 효율성 측면에서 굉장히 큰 비용이 수반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이날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IMF가 공매도 순기능을 언급하면서 기본적으로 '시장 효율성'이란 관점을 전제로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았냐"며 "일단 재개하라는 명확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개미들 여론 눈치를 살피며 공매도 재개를 반대해 온 여당 의원들은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이들은 "참고할 수 있겠지만 한국 금융당국이 판단할 일"이라는 반응이다. IMF의 권고를 무조건 따라야 할 어떤 의무도 없지만 1년 이상 공매도 금지가 지속되면 한국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공매도 금지 상시 국가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는 지난 10일 공매도 3월 재개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다가 정치권과 동학개미 반발에 따라 사실상 한발 물러섰다. 금융위는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시장 조성자 제도 개선,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 제고 등 공매도 제도 개선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해 여당이 "제도 보완 없는 공매도 재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공매도 금지 조치 해제에 따른 시장 충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해외 유사 사례에서 시장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벨기에, 오스트리아 등 공매도 금지 국가의 금지 기간 수익률(21.3%), 해제 직후 1일 수익률(-1.9%), 해제 직후 5일 수익률(0.6%)은 공매도를 허용했던 미국, 영국, 독일, 일본의 같은 기간 수익률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모든 선진국 시장에서 허용하는 제도를 우리만 막으면 갈라파고스 규제라는 소리를 듣고, 국격은 떨어지며, 외국인 투자자가 떠나는 계기가 돼 한국 시장의 매력도가 크게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계만 기자 / 양연호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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