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저축은행 '대주주 문제' 수시로 살펴본다

박소정 기자 2021. 1. 2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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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저축은행 대주주에 문제가 없는지 수시로 살펴보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금은 1~2년에 한 번씩 살펴보거나 직접 저축은행을 인수할 때만 대주주 이슈를 들여다보는데, 앞으로는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그때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런 제도 개선을 통해 최근 불거진 ES저축은행(구 라이브저축은행) 불법 대출 사태 같은 사례를 적기에 방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8일 "위법 소지가 있는 사람이 사실상 저축은행에 대한 지배력을 취득한 경우에도 이 사람이 적격한지 여부를 언제든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며 "문제 있는 대주주를 수시로 솎아낼 수 있게끔 상호저축은행법을 고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라 필요할 때마다 심사를 받는 은행 등 여타 금융업권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차원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 저축은행 ‘우회 인수’하면 대주주 심사 피할 수 있어

현행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라 금융당국은 1~2년 주기로 혹은 주주가 직접 저축은행의 지분 30% 이상을 사들이는 경우에만 저축은행의 대주주 문제를 살펴봤다. 하지만 자회사를 앞세워 저축은행 지분을 사들이거나, 저축은행 대주주의 지분을 매입하는 ‘우회 인수’ 시에는 심사를 하지 않았다. 이런 사각지대를 악용하면 리스크가 있는 사람이 저축은행의 대주주가 된 뒤 범죄를 저지르고 다시 매각해버리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탓에 당초 금융당국은 2016년 상호저축은행법을 개정하면서 저축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수시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포함했다. 그해 6월 입법예고까지 됐지만, 11월 국회에 제출되는 법안에는 이 내용만 빠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시는 지배구조법을 제정할 때로, 저축은행 관련 대주주 심사 이슈가 해당 법안에 포함될 거로 예상되면서 빠졌다"면서 "그런데 ‘저축은행은 상호저축은행법에서 다뤄야 한다’는 이유로 지배구조법에서도 제외되면서 구멍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논란이 됐던 ES저축은행 사태도 우회 인수 시 실질적 대주주가 되는 사람에 대한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던 데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ES저축은행은 불법행위가 적발돼 최근 신규 유가증권(주식) 담보 대출 업무 영업정지 6개월, 과징금 91억원·과태료 7400만원 부과, 전(前) 대표이사 해임 권고 등의 제재를 받았다. 이는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로 상호저축은행들이 무더기로 영업정지 통보를 받은 이래 가장 무거운 징계다.

◇ ES저축은행 사태 계기로 ‘수시’ 심사 필요성 제기

ES저축은행 사태의 시작은 삼보상호저축은행을 인수할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9년 7월 레저용 장비 제조업체 라이브플렉스가 부동산임대·유류판매 업체인 태일의 지분 73%를 매입했는데, 당시 태일은 삼보상호저축은행 지분을 50.39% 보유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라이브플렉스가 삼보상호저축은행의 새 주인이 되면서 그해 8월 삼보상호저축은행이 라이브저축은행으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없었다.

이때부터 문제가 불거졌다. 라이브저축은행은 사실상 동일한 사람들과 법인에 이른바 ‘쪼개기 형식’으로 자기자본의 210.3%를 초과하는 대출(2020년 1월 말 기준 최대 667억9000만원)을 내줬다.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돈을 빌린 이들의 경제적 이해관계는 실질적으로 한 사람과 연관돼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은 은행 자기 자본의 20% 범위에서 개별 법인에 최대 100억원, 개인에게는 최대 8억원까지만 대출을 허용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당 건에 대해 현재 사법기관에 고발한 상황"이라며 "그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어디에 쓰일 예정이었는지 등에 대한 내용은 추후 검찰이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8월 상보상호저축은행에서 상호를 변경한 라이브저축은행은 지난해 11월 ES저축은행으로 또다시 이름을 바꿨다. /ES저축은행

이외에도 라이브저축은행 전 경영진은 제3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6600만원을 요구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현행법상 저축은행은 정당한 이유 없이 대주주 등에게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금감원 검사 실시 통보 직후 임직원 PC의 하드웨어를 교체하고 허위자료를 내 검사를 방해하기도 했다. 라이브저축은행을 인수한 현 경영진은 지난해 11월 ES저축은행으로 상호를 바꾸고, 유가증권 담보 대출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등 정상화에 힘쓰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된 구 라이브저축은행의 대주주는 당초 다른 저축은행을 직접 인수하려고 했다가 자본시장법 위반 문제가 발각될 것을 우려해 해당 저축은행을 우회 인수했다"라며 "우회 인수로 들어온 대주주가 꼭 이런 위법 행위를 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수시로 심사가 이뤄졌다면 불법 행위 의도를 갖고 들어온 사람을 어느 정도 거를 수는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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