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를 보면 마블·디즈니가 보인다 [TD점검]

김지현 기자 2021. 1. 2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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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음악 산업에 대한 불만이 성공을 이끌었다.”

국내 음악 시장의 혁신을 꿈꾸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 방시혁 의장의 바람은 어떤 방식으로 실현될까. 빅히트가 매서운 속도로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쏘스뮤직, 플레디스, KOZ 등 타 매니지먼트사를 흡수하며 아티스트 IP(지적재산권) 확보에 주력하던 빅히트는 대대적인 관련 사업 양수와 투자 단행으로 음악 플랫폼 시장의 공룡이 되길 꿈꾸고 있다.

가장 주력하는 건 빅히트 산하의 자회사 비엔엑스(beNX, ‘위버스컴퍼니’로 변경될 예정) 관련 사업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다. 빅히트가 2019년 세운 비엔엑스는 팬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위버스(WEVERSE)를 출시해 운영 중이다. 방시혁 의장은 이 위버스를 통해 새로운 음악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위버스에는 BTS, TXT, 세븐틴, 뉴이스트, 여자친구, 지코, 엔하이픈 등 빅히트 산하 계열의 아티스트를 비롯해 씨엘, 선미, 헨리까지 타사 소속 아티스트들의 팬덤 커뮤니티가 입점해 있다. 또 유니버셜 뮤직 그룹 소속 해외 아티스트와도 입점 계약을 채결하며 국내 플랫폼을 넘어 세계 시장까지 넘보겠다는 포부다.

팬덤 플랫폼이 정말 수익이 될까
빅히트가 IP 확보에 열 올린 이유


실제로 위버스는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빅히트는 지난 27일 네이버의 브이라이브(V LIVE)와 위버스를 통합하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공지했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비엔엑스에 4,100억원을 투자, 지분 49%를 확보했다. 브이라이브는 엑소, NCT, 레드벨벳, 트와이스, 있지, 스트레이키즈 등 SM·JYP엔터테인먼트 주요 아티스트들의 라이브 생방송 중계권을 가지고 있다. 빅히트 레이블과 SM, JYP까지 사실상 K팝 독점 팬덤 플랫폼이 생기는 것이다. 빅히트는 또 같은 날 YG엔터테인먼트 산하의 YG플러스에 700억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블랙핑크, 빅뱅, 위너, 트래져 등 YG 소속 아티스트의 IP 콘텐츠와 MD 상품 등을 위버스에 공급하기 위한 투자로 보인다.

빅히트가 IP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위해서는 '팬덤 경제'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래 사업의 중심은 '팬덤 경제'가 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미래의 시장은 가상의 세계를 중심으로 형성되는데 이 세계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건 가상 속에 자리하는 (리얼해 보이는) 세계다. 이 세계가 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기존에 없던 콘텐츠들이 필요하고, 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IP 보유가 절대적이다.

기존 음악 사업은 팬덤 경제가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의 규모를 가늠하지 못했다. 음반, 음원, 콘서트 판매 등 틀에 박힌 형식의 시장 구조가 고착화 됐고, 굿즈 사업의 생명인 IP에 대한 중요성은 제대로 인식 조차 되지 않았다. 반면 빅히트는 BTS의 성공을 통해 팬, 팬덤 자체가 엄청난 고부가가치 사업이 된다는 걸 경험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국내 팬덤 플랫폼의 시장 규모가 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능성을 엿본 빅히트는 아티스트 IP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더니 이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개발에 전면 투자 중이다.

이 콘텐츠가 전시된 곳들이 바로 위버스다. 위버스에 가입하면 24시간 내내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팬들과 교류하는 것은 물론 아티스트와 직접 소통하는 듯한 콘텐츠를 관람할 수 있다. 앨범과 VOD, 음원 스트리밍은 기본이고 각종 영상 콘텐츠와 굿즈 등을 유료로 구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BTS의 콘서트 투어가 시작되면 영화와 다큐 등 관련 콘텐츠가 파생되는 식이다. 출판과 게임도 '팬덤 경제' 콘텐츠 중 하나다. 또 다른 빅히트의 자회사 비오리진은 출판과 관련된 사업을, 슈퍼브는 빅히트 및 관계사들의 IP를 활용한 게임을 제작하는 곳이다.



'팬덤 경제' 알아 본 디즈니 닮은 빅히트
세계관 바탕으로 한 IP, 콘텐츠 제국 만들다

이러한 빅히트의 사업은 여러모로 디즈니를 떠오르게 해 흥미롭다. 작은 스튜디오에서 시작한 글로벌 기업 월트 디즈니 컴퍼니(The Walt Disney Company)는 그들만의 세계관을 구현한 애니메이션으로 세계 애니 시장을 주름 잡았다. 전세계 관객들은 미키마우스와 공주 시리즈에 열광했고, 디즈니는 애니의 왕국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성공에 안주하면서 새 콘텐츠 개발에 소홀했고, 어느새 엄마 할머니 세대나 좋아하는 낡은 것으로 평가 받으며 존폐 위기에 놓였다.

이 모든 것을 바꾼 이가 디즈니 회장을 역임한 사업가 밥 아이거(Robert Allen Iger)다. 2005년 디즈니의 CEO로 취임한 밥 아이거가 선택한 심폐소생술은 최대한 많은 IP를 확보하는 일이었다. 스티븐 잡스가 이끄는 스튜디오 픽사(Pixar) 인수를 시작으로 마블코믹스의 모든 저작권을 보유한 마블스튜디오(Marvel Studios)와 '스타워즈' 시리즈를 보유한 루카스 필름(Lucas film)을 인수한 것이다. 이를 소유하게 된 디즈니는 어느 IP 기업도 넘볼 수 없는 콘텐츠 제국으로 우뚝섰다.

특히 마블은 디즈니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마블의 강력한 글로벌 팬덤의 원천은 마블의 세계관인 ‘마블 유니버스’다. 마블 시리즈를 두 편이상 본 관객이라면 ‘아이언맨’부터 ‘어벤져스’까지 스토리가 이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게 바로 '바블 유니버스', 혹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고 불리는 마블의 세계관이다. 이 세계관은 하나의 콘텐츠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소비 시장을 만들어낸다. 코믹스(만화)에서 시작해 영화, 드라마, 책, 게임, 피규어 등 부가 시장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된 것이다. 최근 K팝 아티스트들이 저 마다 다른 세계관을 내세우는 이유는 체계적으로 구축된 세계관이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팬덤을 결집하고 락-인(Lock-in effect) 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BTS·빅히트 넘어 K팝 제국 꿈꾸는 이들

빅히트의 상징, BTS도 세계관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미의 결집에 각 앨범을 잇는 세계관이 주요 역할을 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 '자신을 사랑하라'는 리더 RM의 연설이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들의 세계관을 먼저 이해하고 접한 아미의 지지가 화력이 됐기 때문이다. 화력은 소비가 되고 시장이 되고 독보적인 브랜드가 된다.

음악부터 출판, 게임으로까지 이어지는 BTS의 세계관은 빅히트 사업의 주요 매개물이 됐다. 디즈니가 마블을 통해 ‘마블 유니버스’ 세계관을 구축한 후 천문학적인 수익을 벌어들인 것처럼 빅히트는 BTS 세계관을 시작으로 다양한 IP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물론 아미를 기반으로 시작된 사업이지만 이들의 꿈꾸는 건 그 이상이다.

디즈니는 마블을 통해 '미키마우스'라는 상징이자 한계를 지웠다. 빅히트 역시 성공 이유인 동시에 넘어야 할 산인 'BTS' 이상의 것을 내려 노력 중이다. 이들의 공격적인 인수 합병은 다수의 아티스트, 소속사와 협력해 새로운 음악 시장을 창출하려는 움직임이다. 네이버와 손잡은 위버스는 실제로 국내는 물론 K팝 해외 팬덤을 독점 흡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벤져스' 혈맹처럼 위버스를 중심으로 결집한 아티스트들의 또 다른 시너지가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국내 음악 시장에서 전례가 없는 사업을 진행 중인 빅히트, 이들은 새로운 K팝 제국을 세울 수 있을까.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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