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은행주 배당 축소 권고에 개미들 부글부글.."이럴거면 안 샀지"

서상혁 입력 2021. 1. 2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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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행지주사에 배당 성향 20% 이내 권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금융당국의 금융지주 배당 축소 권고 소식이 전해지면서 은행주가 일제히 하락하는 등 시장의 반응이 거세다. 특히 연말 배당을 노리고 투자했던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당국의 결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업계는 주주들을 설득할 명분이 생겼다는 점에서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정례회의에서 배당 성향을 6월말까지 20% 이내로 축소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은행 및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을 심의·의결했다. 그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금융지원을 도맡는 은행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은행과 은행지주의 배당 축소를 권고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 "금융지주, 장기 침체 못 버틴다" 결론… '배당 축소 하지 말아달라' 청와대 국민 청원도

금융감독원은 권고 수준을 정하기 위해 자체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을 만들어, 준비된 시나리오를 대입했다.

1997년 외환위기(당시 경제성장률 마이너스 5.1%)보다 올해 더 큰 강도의 위기 상황(마이너스 5.8%)이 찾아 올 것이라 가정한 상황에서, 장기 회복인 U자형 시나리오로 전개돼 내년에 회복하는 경우나 장기 침체인 L자형으로 진행돼 내년에도 0%의 성장률을 보이는 경우 두 가지 시나리오다.

테스트 결과 두 개의 시나리오에서 모든 은행(은행지주)의 자본비율은 의무 비율을 웃돌았으나, 배당제한 규제 비율로 봤을 때는 상당수 은행들이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L자형 시나리오 하에서 규제 수준을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를 바탕으로 금융당국은 은행 지주에게 오는 6월말까지 배당 성향을 20% 이내에서 결정하도록 권고했다.

배당 성향이란 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은행지주회사소속 은행의 지주회사 대상 배당과 정책금융기관은 권고 대상에서 빠졌다.

당국의 권고대로라면 2020년 금융지주들의 결산 배당액 규모는 줄어들 전망이다. 2019년 기준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배당 성향은 25~27%로, 총 2조8천669억원을 배당했다. 2019년 실적을 기준으로 금융당국 권고치를 적용하면 배당금은 2조1천958억원으로 축소된다.

소식이 전해지자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포털 종목 토론 게시판엔 "다른 주식들은 다 신고가인데…", "이제 은행주 주주 안할 거다", "어디는 특별배당까지 준다는데" 등의 글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지난달에 이어 지난 22일에도 은행주의 배당 축소를 반대한다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사기업에 대한 배당 축소 의무를 정부에선 강요할 수 없다"라며 "올해 금융권 모두 양호한 경영실적을 기록했다"라고 주장했다.

금융지주들이 배당 성향을 축소하는 일은 매우 드문 사례다. 4대 금융지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29~0.39배로 순자산 대비 주가가 저평가돼있긴 하지만, 꾸준히 배당을 늘려오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배당주라는 인식이 굳혀져왔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주가는 전일 대비 최대 3%가량 하락했다.

◆ 설득한 명분 줘서 고맙긴 한데…주가 부진에 금융권 '한숨'

금융지주들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금융감독원이 최대한 상세하게 수치를 설명한 만큼, 주주들을 설득할 명분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만든 스트레스테스트 모형은 위기상황 시나리오가 은행 및 은행지주의 재무제표에 미치는 분석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추정한다. 대기업·중소기업 등 6개 포트폴리오에 대한 부도율, 손실률을 추정해 위기시 대손비용과 신용위험 가중자산을 산출하고, 금리변화, 은행·지주별 무수익 여신 증가 등 조달비용 상승에 따른 이자수익 비용 변동금액도 추정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금감원의 모형을 검증한 후 "손실흡수능력을 측정하는 데 적절한 방식으로 잘 개발됐다"라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구두로 개입하지 않고, 수치적 근거를 가지고 배당 축소를 권고한 만큼 지주 입장에선 주주들을 설득할 명분이 생겼다"라며 "어떻게 설득을 할지 고민이 있었는데, 이렇게 근거를 만들어 주니 그나마 수월해진 셈"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장기적 관점에서보면 금융지주 입장에서 유쾌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주식회사로 주가 부양의 책임이 있는데, 코로나19 금융 지원 등 지난해부터 주가 측면에서 좋지 않은 이슈들이 나오는 상황이다. 정치권의 '이익공유제' 압박도 최근 들어 거세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가는 미래가치에 대한 시장의 평가"라며 "주가가 저평가된 부분을 배당으로라도 만회할 필요가 있는데, 배당 성향을 축소해버리면 투자 메리트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서상혁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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