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주민투표 열기

김광수 2021. 1. 2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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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민 20만명 "주한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주민 투표하라"
부산항 8부두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를 주장하는 추진위원회가 28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주민투표 서명운동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부산시민단체와 시민들이 부산항 8부두 주한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 서명운동에서 20만명에 가까운 서명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투표법의 투표 요건은 충족했지만, 주민투표는 어려운 상황이다.

100여개 부산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주민투표 추진위원회’(추진위)는 28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여서 지난 27일까지 19만6239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주민투표법에 따라 전년도 12월31일 기준 자치단체 전체 유권자의 20분의 1(5%)의 요구가 있으면 자치단체는 주민투표를 해야 한다. 2019년 12월31일 기준 부산 유권자는 292만6257명이며 20분의 1은 14만6313명이다. 추진위가 지난해 10월부터 27일까지 서명을 받은 유권자 19만6239명은 6.7%여서 법적인 기준을 훌쩍 넘겼다.

추진위는 “이 땅의 주인은 부산시민이며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여부는 부산시민이 직접 결정하겠다는 결의를 똑똑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추진위는 “부산시는 주민투표 실시 준비에 즉각 착수하고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들은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와 주민투표 즉각 실시를 대표 공약으로 내 걸 것을 제안한다. 미군은 주민투표를 하기 전에 스스로 세균실험실과 관련 장비를 철거하라”고 덧붙였다.

추진위가 법적인 기준을 넘겨 서명을 받았지만 주민투표는 어려운 상태다. 주민투표법에 따라 서명운동을 하기 전에 부산시로부터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를 받아야 하는데 부산시가 지난해 10월13일 “행정안전부에 질의했더니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은 자치단체 사무가 아니라 국가 사무라서 주민투표 추진 요건이 맞지 않는다”며 증명서 교부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에 추진위는 주민 주도의 민간투표를 하기로 하고 지난해 10월부터 15만명 서명운동을 시작해 100여일 만에 20만명에 가까운 서명을 받았다. 온라인 서명이 계속되고 있어 20만명을 넘길 것으로 추진위는 예상한다.

추진위가 합법적인 주민투표를 하려면 부산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이겨야 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산지부는 지난달 28일 부산지방법원에 ’부산시의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 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부산에서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부산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예는 있다. 기장군 앞바다의 바닷물을 끌어당겨 정수처리해 식수로 사용하는 해수담수화시설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주민투표를 요구했으나 부산시는 “행정안전부가 국가사무라고 회신해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다”며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를 거부했다.

이에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2016년 1월 부산지방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같은해 9월 부산지방법원은 “담수화 수돗물 공급사업은 주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결정사항에 해당하기 때문에 주민투표의 대상에 해당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부산시는 2016년 10월 부산고등법원에 항소했으나 2017년 4월 패소했다. 부산시는 대법원 상고를 하지 않아 부산의 첫번째 주민투표가 될 뻔했으나 부산시가 담수화수돗물을 공업용수로 사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시민단체와 주민들도 주민투표 추진을 중단했다. 28일 기준 전국에서 주민투표가 시행된 사례는 11건이라고 부산시는 밝혔다.

앞서 주한미군은 2016년 부산 남구 감만동 부산항 8부두 미군기지에 주피터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지난해 센토로 이름을 바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추진위의 말을 들어보면, 주한미군은 2017년 11월, 2018년 10월, 2019년 1월 세 차례에 걸쳐 국내에 보툴리눔 톡소이드 등 생화학물질 시료를 부산항 8부두 등 주한미군 기지 4곳에 들여왔다. 주한미군은 2019년 12월 현장 설명회를 열어 센토가 검증 완료된 생화학 위협 조기경보 방어체계라고 주장했다. 추진위 등은 생화학 실험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 시설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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