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1월인데 15조~20조 추경 공식화하는 與..기재부 '선거자금줄' 취급?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 입력 2021. 1. 28. 17:05 수정 2021. 1. 2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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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임시국회 거쳐 3월 지급 거론
정부와 협의 없는 '재정 중독' 심각
기재부를 '경리' 빗대는 발언까지
28일 서울 도봉구의 한 식당에서 사장이 영업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여당이 4차 재난지원금 지급 카드를 꺼내 들면서 1월부터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심지어 돈 살포에 눈이 먼 정치권에서는 기획재정부를 ‘경리’에 빗대는 발언까지 나왔다. 선거를 앞두고 ‘재정의 정치화’가 극심해지는 가운데 정부는 “기재부가 선거자금 관리위원회냐”며 부글부글 끓고 있다.

28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여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4차 지원금을 확정해 3월에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는 보편 지급과 선별 지급을 병행해 15조 원에서 20조 원 규모로 편성하는 안까지 거론된다. 지난해 총선 직전 1차 재난지원금을 통해 180석을 탄생시켰던 달콤한 맛을 떠올리면 오는 4월 7일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일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4차 지원금 지급은 전혀 들은 바가 없다”며 “현재는 자영업 손실보상 제도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3차 지원금 집행도 한창 진행 중이어서 당정 간 논의한 것이 전혀 없다는 얘기다. 정부는 27일까지 322만 8,000명에게 3차 지원금(맞춤형 피해 지원 대책) 중 소상공인 버팀목 자금 등 4조 원을 지급했고 신규 수혜자와 법인 택시 기사 등에는 2월에 줄 예정이다.

4차 지원금을 주려면 추경이 불가피하다. 올해 목적 예비비 중 3조 8,000억 원이 남아 있으나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다른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모두 소진할 수 없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전 국민 지원금이 거론되면서 규모가 상당히 커질 가능성이 엿보인다. 지난해 전 국민에게 가구당 최대 100만 원을 줬던 1차 재난지원금은 14조 3,000억 원이 들어갔고 자영업자 지원과 돌봄 비용, 통신비 등 선별과 보편이 겹쳤던 2차 재난지원금은 7조 8,000억 원 규모였다. 피해 자영업자에 맞춤형으로 나눠줬던 3차 지원금 지원 규모는 9조 3,000억 원에 이른다. 민주당은 4차 지원금을 주게 된다면 자영업자에게 줬던 100만 원, 200만 원, 300만 원보다 1인당 지원 규모를 더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추가로 빚을 내면 올해 956조 원으로 예상됐던 국가 채무가 1,000조 원에 육박하게 된다.

정책 주도권이 행정부에서 입법부로 넘어갔다고 해도 여당의 재정 중독 문제는 심각하다. 특히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국가를 기업에 비유해 최고경영자(CEO)는 대통령, 이사회는 국회이고 경리 담당자가 기재부라는 식의 발언까지 쏟아냈다. 김 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존중하되 기재부 의견대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출 판단은 경리담당자(기재부)가 하지만 투자에 대한 판단은 CEO나 이사회, 국회나 대통령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당정청 간 협의 구조는 크게 깨져버려 ‘기울어진 운동장’이 돼버렸다. 지난해부터 재난지원금 등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번번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지 못하고 끌려간 전례들이 있어 4차 지원금도 다음 달 당청이 밀어붙이면 기재부가 수용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경우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세정책연구원 등 주요 기관들이 피해 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이 더 효과적이라고 권고했는데도 선거용으로 전 국민 지원금을 준다는 비판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상반기 중 자영업 손실보상 입법까지 완료되면 추가 재정 소요는 상당히 커질 수밖에 없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영업자와 여행·관광 등 몇 업종이 극심히 어려운데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준다는 것은 의미 없이 돈만 쓰겠다는 것”이라며 “추가 채권 발행을 하고 돈을 풀면 자산 시장으로 흘러가 양극화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불과 열흘 전인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4차 지원금을 지급하려면 추경을 (편성)해야 하고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논의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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