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Discourse] "감사해요" 아스널 외질, 힘든 시기를 함께한 로맨스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Discourse, 담론이라는 뜻이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는 별처럼 많은 이야기가 쏟아진다. 또 그 이야기들을 통해 수많은 담론들이 펼쳐진다. STN스포츠가 EPL Discourse에서 수많은 담론들 중 놓쳐서는 안 될 것들을 정리해 연재물로 전한다.
-[이형주의 EPL Discourse], 29번째 이야기: "감사해요" 아스널 외질, 힘든 시기를 함께한 로맨스
현재의 이별이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다.
터키 쉬페르리가의 페네르바체 SK는 28일 "우리 구단은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스타 플레이어메수트 메수트 외질을 영입했습니다. 계약기간은 3년 반이며 그는 67번 유니폼을 입을 것입니다"라고 발표했다. 외질의 페네르바체 합류는 그의 런던 생활이 종료되는 것이기도 했다.
아스널 FC. 북런던을 연고로 하는 EPL의 명문 클럽. 나이젤 윈터번-토니 아담스-스티브 볼드-리 딕슨으로 이어지는 철의 포백을 배출한 클럽. 이안 라이트, 데니스 베르캄프, 로버르 피레스, 티에리 앙리, 토마시 로시츠키가 헌신했던 클럽. 그리고 그 누가 뭐라한들 인자하고 능력있던 아르센 벵거의 클럽.
빛나는 영광 시대 이후 명문 클럽 아스널의 어려움을 한 단어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역시나 돈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아스널은 벵거 감독 시절 승승장구하며 에메레이츠 스타디움을 건립했고 더 나은 도약을 꿈꿨다. 자생력을 갖춘 명문 클럽.
하지만 축구계 인플레이션과 이른바 재벌 구단주들의 등장으로 아스널의 꿈은 힘을 잃었다. 작게는 선수 영입부터 자금 경쟁에서 밀리며 어려움을 겪게 됐으며 부차적인 문제들도 생겨났다. 이는 외질이 합류한 아스널에 2013년에도 다르지 않았다.
당시 외질은 유럽 최정상급 플레이메이커였다. 레알 마드리드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림 벤제마 등과 만드는 공격 호흡은 가히 절정이었다. 돈만 낮춘다면 어디든 갈 수 있었던 것이 당시 외질의 위상이었다.
물론 외질의 아스널행에는 인간적인 감화를 받은 벵거 감독과의 유대가 큰 몫을 했지만, 본인이 팀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아스널행은 이뤄질 수 없었다.
거부 구단주들의 등장, 그리고 팀의 어려움이 발생한 이래 월드 클래스에 목말라 있던 아스널 팬들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외질은 행복이자 자부심이었다. 그리고 합류 이후 외질은 충분히 제 몫을 했다.
오랜 무관을 끊어낸 2013/14시즌의 FA컵 우승, FA컵 최다 우승팀으로의 복귀를 알린 2014/15시즌 FA컵 우승. 2015/16시즌 폭발적인 활약으로 리그에서만 19어시스트를 쓸어담던 시절의 기억. 알렉시스 산체스와 앙리-베르캄프처럼 찰떡호흡을 보이던 모습 등은 아스널 팬들에게 계속 남을 기억이다.
물론 그런 외질의 좋은 모습들이 최근의 나쁜 모습들까지 가릴 수는 없다. 부임하는 감독들마다 태도를 지적하는 모습, 자기 관리 실패로 떨어진 실력. 에이전트가 클럽 상대로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을 방조한 점 등은 반대로 영원히 남을 상처다.
최근 외질은 좁아진 입지 속에서 이적설이 났고 결국 독일에 이은 고국이라고 생각되는 터키 복귀를 하게 됐다. 이적이 마무리되자 외질은 아스널 구단과 팬들에게 대한 사랑을 절절히 녹여냈다.
지난 24일 외질은 자신의 SNS를 통해 "7년 반. 거의 3000일. 런던에서 긴 시간 머무른 이후에 이런 메시지를 쓰려니 조금 이상한 감정이 듭니다. 제가 이 곳에 도착한 순간부터 집과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모든 아스널 스태프분들, 제 동료들, 그리고 매우 중요하고 놀라운 아스널의 팬 분들은 팔을 벌리고 저를 환영해주셨습니다"라며 운을 뗐다.
이어 "저는 2013년 9월 믿음을 가지고 저를 이곳으로 데려와주신 아르센 벵거 감독님께도 항상 감사드릴 것입니다. 저는 북런던에 와 어른으로 성장했고, 항상 이 곳을 집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됐습니다. 절대 잊지 않을 거예요"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현재가 하나의 챕터의 끝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와 아스널 간의 유대는 절대 흐려지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 안녕을 말하지만, 영원한 안녕은 아닐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팬들의 눈에 눈물을 고이게 할 수도 있는 글이였다.
정말로 사랑했던 존재와 이별하는 일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사랑을 말했던 눈으로 이별을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구나 외질과 아스널처럼 어려울 때 와 큰 힘이 돼주고 힘든 시기를 함께 한 사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유대와 사랑이 가득했던 사이는 끊어지지 않는다. 외질의 말처럼 "현재의 이별이 영원한 안녕은 아니다". 7년 반의 로맨스는 끝이 났지만 둘 사이의 종료는 아니다. 외질은 계속 명문 아스널을 도울 것이고, 아스널은 외질을 지원할 것이다. 한 챕터가 끝났지만, 바로 다음 챕터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지난 24일 메수트 외질의 편지 (전문)
메수트 외질이 경애하는 아스널 FC 팬 분들께
7년 반. 거의 3000일. 런던에서 긴 시간 머무른 이후에 이런 메시지를 쓰려니 조금 이상한 감정이 듭니다. 제가 이 곳에 도착한 순간부터 집과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모든 아스널 스태프분들, 제 동료들, 그리고 매우 중요하고 놀라운 아스널의 팬 분들은 팔을 벌리고 저를 환영해주셨습니다.
저는 2013년 9월 믿음을 가지고 저를 이곳으로 데려와주신 아르센 벵거 감독님께도 항상 감사드릴 것입니다. 저는 북런던에 와 어른으로 성장했고, 항상 이 곳을 집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됐습니다. 절대 잊지 않을 거예요.
아스널에 오래 있으면서 큰 부침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250경기, 44골, 71어시스트를 올린 뒤에 이제는 아스널과 이별을 해야 할 타이밍이 온 것 같습니다.
'함께' 우리는 아스널의 9년 간의 트로피 가뭄을 끝냈습니다. 마땅히 받을 자격이 있으셨고 오랫동안 기다리셨던 팬 분들에게 트로피를 되돌려 드렸어요.
제가 아스널을, 그리고 아스널 팬 분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몇 개의 단어들로 표현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8년 간의 감사함을 어떻게 하나의 레터로 축약할 수 있을까요.
제가 더 이상 이 클럽에서 뛰지 않는 날이 올지라도 저는 아스널의 매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을 할 것입니다. 저는 평생 거너일 것입니다.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외람되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팀을 지지해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번 시즌은 EPL의 모든 팀들에게 힘든 시즌이고, 때문에 결과와 상관 없이 선수들과 스태프 분들을 응원해주셔야 합니다.
저에게 있어 하일 엔드의 소년들이 1군에 자리잡는 것을 지켜보는 건 놀라움을 자아내게 만듭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그들의 이 클럽에 미래도 때문에 저는 그들 모두의 성공을 염원합니다.
에메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저에 대한 응원가가 불리는 것을 들었던 기억, 그리고 제가 이 유니폼을 입고 만든 추억들은 저의 인생 평생토록 함께 할 것입니다.
최근 몇달 간 제 아스널 생활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아스널은 제가 필드로 걸어들 때마다 느끼지만 클래스와 명망이 있는 클럽입니다. 선수들, 스태프들, 경영진들은 오고 가지만, 클럽의 가치와 팬들은 영원합니다.
클래스와 존중, 품위는 잊혀져서는 안 되는 원칙입니다. 구단의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가치들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은 클럽의 책임입니다.
지난 몇달 간은 물론 제게 쉽지 않은 시기였습니다. 모든 선수가 그러하듯 저는 제 팀을 위해 매 순간 뛰길 원합니다. 하지만 인생은 예상하거나 기대한 방향으로만 흐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부정적인 것이 아닌 긍정적인 것을 찾는 거예요. 이것이 제가 인생을 살며 후회나 원한을 만들지 않으려는 이유예요.
아스널에 있는 것은 축구만이 아닌 하나의 공동체였습니다. 필드 위에서 어시스트를 위해 노력하는만큼 저는 이 런던 커뮤니티의 공동체가 되고자 노력했습니다.
북런던은 저를 그들의 일원 중 하나로 대해줬고 저는 매 시즌 이 놀라운 공동체에 행복을 가져다주는 프로젝트들을 진행했습니다. 제가 북런던을 떠날 수는 있어도 그것들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가 한 챕터의 끝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와 아스널 간의 유대는 절대 흐려지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 안녕을 말하지만, 영원한 안녕은 아닐 것입니다.
전 세계의 아스널 팬들에게 드립니다: 아스널 파이팅!
메수트 외질 올림
사진=뉴시스/AP, 메수트 외질 SNS, 이형주 기자(영국 런던/에미레이츠 스타디움)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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