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업계 '라벨 프리' 바람 "반갑지만 수거까지 잘 될까"

김민제 2021. 1. 2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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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음료 시장에서 상표띠(라벨)를 부착하지 않은 음료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는 '라벨 프리' 바람이 불고 있다.

분리배출이 쉬워진 동시에 플라스틱 폐기물도 줄 것이라며 환영하는 반응이지만, 별도의 수거 체계를 갖추고 모든 페트병 제품으로 적용을 확대해야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라벨프리 바람으로 떼어내야하는 상표띠가 줄어드는 효과는 있지만, 뒤섞인 폐기물 중에서 상표띠가 붙은 플라스틱병을 골라내는 수고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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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 "분리배출 한결 수월"
전문가 "폐기물 자체 줄인 점 높게 평가"

재활용 업계는 "별도 수거체계 갖춰야"
26일 롯데마트는 무라벨 자체상품(PB) 생수 ‘초이스엘 세이브워터 에코’(500ml, 2L)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롯데쇼핑 제공

최근 국내 음료 시장에서 상표띠(라벨)를 부착하지 않은 음료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는 ‘라벨 프리’ 바람이 불고 있다. 분리배출이 쉬워진 동시에 플라스틱 폐기물도 줄 것이라며 환영하는 반응이지만, 별도의 수거 체계를 갖추고 모든 페트병 제품으로 적용을 확대해야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28일 코카콜라사는 국내 탄산음료 최초로 상표띠를 제거한 탄산음료 ‘씨그램 라벨프리’ 제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상표띠를 없애는 대신 플라스틱에 로고 음각을 새긴 형태다. 앞서 26일 롯데마트는 라벨이 없는 자체상품 생수 ‘초이스엘 세이브워터 에코’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25일 편의점 씨유(CU)도 자체상품 생수 ‘헤이루 미네랄워터’ 3종을 다음 달부터 무라벨 상품으로 순차 교체한다고 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4일부터 “상표띠가 붙어 있지 않은 먹는샘물과 병 몸체 대신 병마개에 상표띠를 부착한 먹는샘물의 판매를 허용한다”는 내용이 담긴 ‘먹는샘물 기준과 규격 및 표시기준 고시’ 개정안을 시행 중이다.

소비자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반응이다. 상표띠는 음료병 몸체와 재질이 달라 버릴 때 제거해야하는데, 쉽게 뜯기지 않아 분리배출을 번거롭게 만드는 주원인으로 꼽혀왔다. 대학생 박아무개(27)씨는 <한겨레>에 “기업 입장에서 이런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지만, 익숙하지 않아도 필요한 일은 해야 한다. 다른 기업도 참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또 뚜껑을 열 때 병목의 고리를 함께 제거하는 방식도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 모든 게 비용이지만 이렇게 하지 않았을 때 드는 사회적 비용도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비슷한 반응이 많다. “무라벨 생수가 나왔길래 구매했다. 라벨 분리 안 해도 되고, 쓰레기도 안 나와서 일석이조”(@*****bird)라거나 “무라벨 생수들이 늘고 있다. 너무 잘 됐다”(@******dhwm) 같은 식이다.

전문가들도 분리배출 수고를 더는 동시에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 자체를 줄일 수 있게 됐다며 높게 평가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서 석유 사용을 줄인 거고 쓰레기 발생량을 줄인 거니까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 모든 페트병으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분리배출의 번거로움과 이물질이 섞여들어 가는 문제를 원천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대표는 “지난 20년 동안 상표띠 제거를 요구해왔는데 마침내 결실을 이룬 것 같다. 다른 기업들도 어서 동참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재활용 쓰레기 선별 현장에선 아직 변화를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 별도 수거 체계가 없다 보니 폐기물 수거 과정에서 여전히 상표띠가 붙은 폐기물과 뒤섞이기 때문이다. 라벨프리 바람으로 떼어내야하는 상표띠가 줄어드는 효과는 있지만, 뒤섞인 폐기물 중에서 상표띠가 붙은 플라스틱병을 골라내는 수고는 여전하다. 장영일 민주노총 구로구자원순환센터 분회장은 “별도 수거 체계를 만드는 작업을 병행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고급 의류나 가방, 화장품 병 등으로 재활용되는 고품질 재생 원료인 투명 페트병에 대해 지난해 12월25일부터 공동주택(300세대 이상이거나, 150세대 이상이면서 승강기가 설치된 아파트 등)을 대상으로 별도 분리배출을 시행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투명 페트병을 별도 마대로 수거해 차 안에서 섞이지 않도록 유도하고, 깨끗한 선별이 이뤄지면 선별업체에 지원금을 더 주는 방식으로 변화를 끌어내려 노력 중”이라며 “향후 재활용 품목의 특성에 따라 수거체계를 다양화하고 생산업체 스스로 폐기물을 역회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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