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구현모號, '한국판 넷플릭스' 설립해 네이버·카카오 대항

이경탁 기자 2021. 1. 2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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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스튜디오지니’ 출범...콘텐츠 사업 본격화
초대 대표이사로 윤용필 사장 내정
경쟁사 될 네이버·카카오는 K-콘텐츠 선도 중

"외부 자금 수혈해 대작 콘텐츠 제작"

구현모 KT 대표. /KT 제공

KT 구현모호(號)가 한국판 넷플릭스를 만들기 위한 여정에 나서며 통신·포털 기업 간 사업 경계가 무너졌다. 1200만 가입자 기반의 미디어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식재산권(IP) 확보부터 제작·유통까지 아우르는 콘텐츠 전문기업을 출범해 네이버, 카카오 등에 맞불을 놓는다. 지난 10년 4세대 이동통신(4G·LTE) 인프라를 기반으로 콘텐츠 서비스를 성장시킨 네이버, 카카오에 시장 주도권을 내준 만큼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에서는 이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 유료방송 역량 기반으로 콘텐츠 사업 본격화…외부인재 영입 추진

KT(030200)는 그룹 내 미디어 콘텐츠 역량을 결집한 ‘KT 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한다고 28일 밝혔다. 스튜디오지니는 KT그룹이 보유한 미디어 플랫폼과 콘텐츠 역량 간 시너지를 도모하고, 그룹 콘텐츠 사업을 총괄 주도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게 KT의 설명이다.

KT 관계자는 "스튜디오지니로 당장 콘텐츠 관련 자회사들이 합쳐지는 것은 아니고 (당분간) 이 기업들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T의 주요 콘텐츠 서비스는 지니뮤직(음악), 스토리위즈(웹소설·웹툰), 시즌(온라인동영상서비스, OTT) 등이 있다.

초대 대표이사로는 KT그룹 내 콘텐츠 전문가인 윤용필 사장이 내정됐으며, 향후 외부에서 콘텐츠 전문가를 영입해 공동대표로 선임할 계획이다.

윤용필 스튜디오지니 초대 대표이사. /KT 제공

그동안 KT는 유료방송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단순 전달하는 역할에만 머물렀었다. KT 유료방송 플랫폼 가입자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인터넷TV(IPTV) 873만명, 위성방송 257만명, 케이블TV 129만명으로 1259만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최근 플랫폼의 다양화와 함께 IP 경쟁력이 미디어 경쟁력으로 직결되며 시장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KT는 장기적으로 흩어져있던 콘텐츠 사업을 한곳에 모으고 유료방송 1위 지위를 앞세워 IP 확보→제작→방영까지 독자적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KT 미디어 가입자와 콘텐츠 이용 데이터를 연계, 시나리오 개발 및 콘텐츠 제작·투자 단계에서부터 빅데이터 기반의 AI 흥행예측 모델을 적용한다. 이를 통해 OTT 시장에서까지의 영향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KT스튜디오지니 역할과 KT그룹 미디어콘텐츠 사업 현황. /KT 제공

KT의 새로운 사업 방향은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모델과도 유사하다. 두 회사는 막대한 오리지널(자체) 콘텐츠를 투자, 제작해 구독자를 늘리고 그 수익을 다시 창작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재 KT는 넷플릭스와 제휴했고 올해 하반기 국내 서비스 예정인 디즈니플러스 서비스 제휴를 협상 중이지만, 이와 별개로 경쟁력을 갖춘 자체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추후에는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5G 핵심 서비스인 가상현실(VR), 스트리밍 게임 콘텐츠까지 연계될 것으로 예상된다.

◇ 해외서 나는 네이버·카카오 따라갈 수 있을까

이미 국내 경쟁사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우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콘텐츠 강자로 떠올랐다. 실적만 봐도 알 수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4분기 콘텐츠 매출이 전분기보다 20.9% 늘어난 1389억원을 기록했다. 콘텐츠 부문 연간 매출은 4602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48.8% 증가했다. 카카오 역시 지난 3분기 콘텐츠 부문 매출이 전분기보다 19%, 전년 동기보다 26% 증가한 5460억원을 달성했다.

여기서 만족할 네이버와 카카오가 아니다. 먼저 네이버는 대표 서비스인 네이버웹툰의 IP를 활용한 영화·드라마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으로 넷플릭스에 판매한 ‘스위트홈’의 경우 공개 4일 만에 13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웹소설 유통업체인 ‘왓패드’마저 인수했다.

네이버웹툰 원작인 스위트홈이 드라마로 제작되어 전 세계적 흥행몰이를 했다. /조선DB

네이버는 콘텐츠뿐 아니라 자체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도 협력하기로 했다. 네이버의 V라이브와 빅히트의 위버스를 통합해 새로운 글로벌 라이브 커뮤니티 플랫폼 출시한다. 각 플랫폼의 사용자와 콘텐츠, 서비스를 새 플랫폼에 한데 모아 글로벌 서비스로서의 위상을 갖춘다는 목표다.

카카오도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웹툰과 웹소설 등 8500여개의 IP를 보유하며 국내 최대 IP사로 불린다. 최근 ‘이태원클라쓰’와 ‘경이로운 소문’ 등 카카오페이지의 IP를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해 성공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자사 콘텐츠 플랫폼인 카카오TV를 통해 맞춤형 오리지널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또 카카오는 콘텐츠 사업 확장과 다각화를 위해 카카오페이지와 수십개 연예기획사, 음악레이블, 영화공연 제작사 등을 산하에 둔 카카오M을 합병하기로 했다.

◇ 매년 대형 자체 콘텐츠 10~20개 제작...재원 확보는 숙제

이에 맞서 스튜디오지니는 스토리위즈를 통해 원천 IP를 영상화하고 IPTV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업무를 병행 수행한다. KT는 "IPTV 등 그룹 내 강력한 유통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어 KT 스튜디오지니가 제작·확보한 콘텐츠 유통 시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며 "스토리위즈가 보유한 웹소설·웹툰 등 원천 IP를 보유하고 있어 오리지널 콘텐츠로의 지속적인 연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KT 광화문 사옥 전경. /KT 제공

KT는 펀드 조성과 외부 투자를 받아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했다. 오는 2023년까지 대형 자체 콘텐츠를 연 10~20개 시리즈 수준으로 제작을 확대한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당장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오리지널(독점) 콘텐츠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체 재원이 아닌 외부 재원을 투자받아 콘텐츠를 제작하겠다는 것인데 외부 투자자 입장에선 투자할 경쟁력 있는 콘텐츠 제작사가 많다"면서 "어떤 곳에서 KT 콘텐츠 사업에 대형 투자를 할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KT는 추가적인 재원 마련을 위해 자회사 매각에 지속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2일에는 이사회를 열고 무전기 사업 계열사인 KT파워텔을 보안업체 아이디스에 406억원으로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KT 관계자는 "KT그룹이 보유한 강력한 미디어 플랫폼을 기반으로 국내 유력 제작사들과의 협업을 강화해 스튜디오지니를 국내 최고 수준의 콘텐츠 사업자로 성장시킬 것"이라며 "경쟁력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는 한편 K-콘텐츠 육성과 생태계 확장을 주도하며 콘텐츠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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