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전략폭격기 띄운 미국..이란과 '핵합의 복원' 기싸움
공화당 비판 직면 바이든·대선 앞둔 로하니 '벼랑 끝 전술'
[경향신문]
이란과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약속한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출범 이후에도 양국 간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27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전략폭격기 B-52를 페르시아만 일대에 배치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란과 새로운 관계를 정립할 때까지는 중동 지역 안보를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 악화된 양국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서는 핵합의 복원이 중요하다. 하지만 미국은 이란이 먼저 합의를 지키라고 요구하고, 이란은 미국이 제재를 푸는 게 우선이라며 서로 ‘핑퐁게임’을 계속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취임 첫 브리핑에서 JCPOA 복귀와 관련해 “미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파기한 JCPOA의 의무를 이행하기를 원하지만, 미국이 다시 JCPOA 규정을 지키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란은 미국이 의무를 이행하는 즉시 모든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며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미국이 2018년 JCPOA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이후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바마의 외교 실패’라면서 JCPOA를 탈퇴하고 지난해 말까지 대이란 제재를 강화했다. 이에 반발한 이란은 JCPOA 이행 범위를 축소했다. 이란이 핵을 동결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는 대신 국제사회는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기로 한 JCPOA는 유명무실한 협정이 됐다.
바이든 정부 출범 초기 양국은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이란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무력시위에 나선 것도 이런 배경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는 앞서 더 강력한 새 협정 체결을 예고하며 협상 문턱을 높였다. JCPOA 후속 협상에서 원 협정문에 없던 탄도미사일 관련 조건을 추가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란은 다음달 19일까지 미국이 먼저 제재를 풀지 않으면 IAEA의 핵사찰을 제한하고, 우라늄 농축농도를 20%까지 높이겠다고 통보했다.
양국이 ‘벼랑 끝 전술’에 돌입한 데는 본격적인 협상을 앞둔 기싸움뿐 아니라 국내 강경파들의 정치적 압력도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란에 끌려다닌다는 공화당의 비판에 직면한 바이든 대통령은 초반부터 아무 조건없이 JCPOA에 복귀하는 ‘빈손 외교’를 할 수 없는 처지다. 대미 온건파인 로하니 대통령도 오는 6월 대선을 앞두고 정권 교체를 노리는 대미 강경파들의 견제를 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로하니 대통령의 정적들은 로하니 대통령이 퇴임 전에 합의를 되살리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해 방해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미국이 이날 이란의 숙적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최신예 전투기 F-35 등 230억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를 일시 중단키로 한 것은 협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IAEA의 핵 사찰 거부를 시사한 다음달 20일 이후가 협상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현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란이 3월부터 대선 체제로 들어가기에 시간이 얼마 없다”면서 “다음달까지는 양국 모두 JCPOA 원점으로 돌아가기 위한 물밑 접촉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 개혁파 신문인 에으테마드는 지난 25일 “바이든 정부는 JCPOA를 지키고도 강력한 제재를 견뎌온 이란 국민에게 선의를 보여야 한다”면서 한국에 동결된 70억달러의 이란 석유대금 일부 해제를 예로 들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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