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지쳤는데 술⋅담뱃값 올린다고?".. 애주가⋅애연가들 뿔났다

심민관 기자 2021. 1. 2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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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최모(43)씨는 "어젯밤 퇴근 후 회사 인근 마트에 들러 한꺼번에 담배 10만원치와 소주 한 박스를 샀다"고 말했다. 갑자기 최씨가 담배와 술 사재기에 나선 것은 정부가 담배와 술값을 올릴 수 있다는 뉴스를 접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언제 갑자기 가격이 오를지 알수 없어 불안한 마음에 소주와 한달치 피울 담배를 미리 산 것"이라며 "술과 담배는 스트레스를 풀 유일한 낙이었는데, 이젠 이것도 맘 편하게 즐기지 못할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DB

정부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술과 담배의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방침을 밝히자,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경기가 침체돼 많은 국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서민들의 기호품인 담배와 술값을 올리는 건 가혹한 처사라는 이유에서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올해부터 2030년까지 시행할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구체적인 시기 등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담배와 술 가격 인상에 대한 방침이 포함됐다. 금연과 금주를 유도해 국민 수명을 3년 이상 늘리겠다는 취지에서다.

특히 담배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7달러(8100원)까지 인상할 수 있다며 세부적인 목표 가격까지 언급했다. 술에는 건강증진부담금을 별도로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소셜네트워크(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제는 술과 담배도 돈 없어서 못 하겠다"는 등의 정부 방침에 대한 비난 글이 쏟아졌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과거 1000원대였던 담배가 지금은 4500원이 됐고 식당에서 2000원 하던 소주가 5000원이 됐지만, 담배와 술 소비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지는 않았다"며 "결국 서민들의 부담만 커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군인들도 담뱃값 인상에 부정적인 분위기다. 부사관 김모(28)씨는 "술은 보급으로 나오지만, 담배는 군대 보급으로도 나오지 않는데 가격이 8000원까지 오르면 군인 월급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며 "일반 병사들도 담배는 정가를 내고 사야 하는데 군대 안에서도 담배를 두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했다.

담배를 끊지 못하는 애연가들의 불만은 더욱 크다. 이들은 정부의 금연정책 강화로 흡연공간이 갈수록 줄고 있어 흡연 환경이 나빠졌는데, 담뱃값까지 오르면 애연가들의 흡연권이 침해된다고 입을 모은다. 20년째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회사원 박모(42)씨는 "흡연할 권리도 헌법상 보장된 행복추구권에 들어가는 내용"이라며 "정부가 담뱃값을 높여 금연을 반강제로 시키는게 문제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애연가인 회사원 강모(41)씨는 "안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살기 힘든데 각종 세금 폭탄에, 이제는 서민들 주머니까지 털려고 담뱃값·술값 인상까지 추진한다"며 "국민 건강을 신경써주는 척 하지만 실제로는 세수를 늘리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담뱃값이 인상된 2015년 당해 담배 세수는 10조5000억원으로 전년(7조원) 대비 50% 증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2019년까지 11조원 이상의 세금이 매년 담배를 통해 걷히고 있다. 서민들에게 부담을 지워 세수를 늘릴 것이란 예상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일러스트=김성규

다만 담뱃값 인상이 금연효과로 이어진다는 정부 주장도 틀린 말은 아니다. 담뱃값 인상 후 금연 효과로 실제 담배 판매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담뱃값 인상 전인 2014년 연간 담배 판매량은 43억6000만갑이었지만, 2015년 4500원으로 담뱃값이 오른 뒤 33억3000만갑으로 24% 떨어졌다. 이후 36억6000만갑(2016년), 35억2000만갑(2017년), 34억7000만갑(2018년), 34억5000만갑(2019년)을 기록, 담배 판매량 감소 효과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서홍갑 한국금연협의회 회장은 "한국이 OECD 34개 국가 중 금연율이 꼴찌였고 담뱃값도 가장 저렴했는데, 2015년 담뱃값 인상 후 겨우 31등까지 올라갔다"며 "서민 부담 증가 우려도 있지만 지속적인 가격 인상을 통해 흡연율을 줄이는게 국민 건강 증진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여론이 악화되자, 28일 자료를 내고 담배가격 인상과 술에 대한 건강증진부담금 부과는 현재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추진계획도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복지부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 방향성을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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