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길 막힌 레노버·나인봇, 중국판 나스닥으로 방향 돌렸다

신수지 기자 2021. 1. 2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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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CDR(주식 예탁 증서) 상장 5Q
한국 개인 투자자는 펀드로 간접투자 가능
/그래픽= 김의균

세계 1위 PC 제조업체 중국 레노버(聯想)가 지난 12일 중국 본토 증시에 재상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 1994년 홍콩 증시에 상장, 벌써 27년이 됐지만, ‘중국판 나스닥’이라는 상하이 커촹반(科創板)에 CDR(Chinese Depository Receipts·중국 예탁 증서) 발행 형식으로 추가 상장하려는 겁니다.

중국 AI(인공지능) 분야 유니콘(가치 1조원 이상 신생 기업)인 메그비(Megvii) 등 비상장 기업들도 홍콩 증시 상장 계획을 포기하고 CDR을 통한 중국 본토 상장을 준비 중입니다. 그동안 중국 IT(정보 기술) 기업들은 알리바바나 텐센트처럼 미국이나 홍콩 증시에 상장하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한국 투자자들이 유명 중국 IT 기업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었죠. 왜 갑자기 본토에, 그것도 직접이 아닌 CDR을 통해 상장하는 것일까요. Mint가 다섯 문답으로 풀어봤습니다.

Q1. CDR이 대체 뭐길래 갑자기 주목받나요?

“중국(China)에서 발행하는 DR(Depository Receipts·예탁 증서)이라고 해서 CDR입니다. 미국(America)에서 발행하면 ADR이라고 하죠. DR은 기업이 은행에 맡긴(예탁) 주식을 담보로 발행한 증권입니다. DR은 주식과 다름없습니다. 주식처럼 사고파는 것은 물론,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도 하고 배당금도 받을 수 있죠. 이미 상장한 기업이 다른 나라 증시에 또 상장할 때 많이 이용하는데, 최근에는 중국 비상장 기업도 CDR을 이용한 상장 방식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CDR은 주식 일부를 은행에 맡기고, 이 은행이 DR을 발행해 상하이나 선전 증시에서 주식처럼 거래합니다.”

Q2. 굳이 CDR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는 뭔가요?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이 어려워져서 그럽니다. 미 의회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회계 감사나 규제를 따르지 않는 중국 기업을 증시에서 퇴출시키거나 상장을 제한하는 법안을 제정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중국군이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고요. 결국 차이나모바일 등 중국 3대 국영 통신사가 올해 초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퇴출당했습니다. 그래서 본토로 눈을 돌리는 겁니다.

기업은 풍부한 중국 내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중국은 자국민의 해외 주식 직접투자를 금지해 왔기 때문이죠. CDR 덕분에 중국인들이 유망한 중국 IT 기업에 위안화로 투자할 길이 열렸습니다. 중국 정부도 CDR 방식의 커촹반 상장을 독려하고 나서서, 지난해 CDR 발행 기준을 대폭 완화했습니다.“

Q3. 직접 상장할 수도 있을 텐데 왜 굳이 CDR을 발행하나요?

“상당수 중국의 IT 기업이 ‘VIE(계약 통제 방식)’라는 편법적 지배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인의 중국 기업 소유를 제한하는 중국 법 때문입니다. 대략 이런 구조입니다. 해외 투자자가 해외 조세 회피처에 투자 법인을 만듭니다. 이 법인이 중국 내 외자 법인을 또 만들고요. 그럼 이 외자 법인이 본래 투자하려던 중국 IT 기업에 대출 형식으로 투자합니다. 이런 식으로 이 IT 기업의 지분을 소유하지 않으면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계약을 맺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의 지주회사 알리바바홀딩스는 케이맨제도의 회사로, 알리바바홀딩스는 타오바오와 티몰 등 중국에서 사업하는 법인(자회사)에 자본금을 대출해 주고 그 담보로 이 회사들의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VIE는 중국 정부가 명확히 불법으로 규정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합법으로 인정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VIE 기업의 중국 내 직접 상장은 어렵다고 봅니다. 굳이 CDR 발행을 하는 이유죠.”

Q4. 그동안 CDR 형식으로 상장한 회사가 있나요?

“지난해 10월 전동 스쿠터 제조업체인 나인봇이 처음으로 CDR을 이용해 상하이 커촹반에 상장했습니다. VIE 회사로서는 최초로 본토 증시에 입성한 사례이기도 하고요. 2018년 중국 정부가 CDR 도입을 발표하자 당시 바이두와 알리바바, 텐센트, 징둥 등 중국을 대표하는 IT 기업이 대부분 CDR을 활용해 본토로 복귀하리라 점쳐졌습니다. 실제로 알리바바와 샤오미는 CDR 발행을 신청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이런저런 까다로운 요구 사항을 내걸었고, 미·중 무역 분쟁으로 상하이 증시가 부진하자 결국 CDR 발행을 포기했습니다.”

Q5. 개인 투자자가 CDR에 투자할 수 있나요?

“한국 개인 투자자는 그동안 미국이나 홍콩 증시를 통해 중국 IT 기업에 직접투자를 많이 해왔습니다. 하지만 커촹반에 CDR로 상장하는 기업에는 직접투자를 할 수 없습니다. 중국 정부가 해외 개인 투자자의 커촹반 투자를 제한해서 그렇습니다. 어쩔 수 없이 펀드 등을 이용해 간접투자를 해야 합니다. 국내에선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우리자산운용이 커촹반 상위 50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커촹반은 일간 가격 제한 폭이 상하 20%에 달해 변동성이 클 수 있으므로 투자 시 유의해야 합니다.”

도움말 주신 분: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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