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율배반적' 금융당국 배당자제령에..속앓는 금융지주사

유진우 기자 2021. 1. 28. 16:3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금융위원회가 금융지주사에 배당성향을 20% 밑으로 낮추라는 '배당자제령'을 내리자, 금융지주사들이 곤혹스럽다는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예상보다 훨씬 양호한 실적을 거뒀지만, 배당규제로 금융지주사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면 투자자 이탈에 가속이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금융지주사에 배당성향을 20% 밑으로 낮추라는 ‘배당자제령’을 내리자, 금융지주사들이 곤혹스럽다는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예상보다 훨씬 양호한 실적을 거뒀지만, 배당규제로 금융지주사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면 투자자 이탈에 가속이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28일 금융지주와 은행에 배당성향을 20% 이하로 낮추라고 권고했다. 이번 권고는 중간배당, 자사주매입이 모두 포함된 조치로 오는 6월까지 적용된다.

당장 2020년도 결산배당부터 줄어든다. 2019년도 기준 4대 금융지주사 배당성향은 우리금융 27%, KB금융 26%, 신한지주 25.97%, 하나금융 25.77%를 기록했다. 배당성향이란 당기순이익 중 배당으로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돈의 비중을 의미하는데, 배당 성향이 높다는 것은 기업이 벌어들인 소득에서 주주들에게 그만큼 많이 돌려줬다는 얘기다. 그러나 20% 선에 맞추면 올해 배당 규모는 지난해보다 5~7%포인트(P)가량 줄어든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미국 대형은행들은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후보자 당선이 확정되면서 대규모 돈 풀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자 배당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미국 주요은행 평균 배당성향은 28.5%다. 유럽연합(EU) 주요은행들은 유로존 금융위기 이후 금융권 배당성향을 꾸준히 높인 결과, 배당성향이 65.9%에 달한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뉴스

금액으로 따지면 지난해 신한금융이 8839억원(전환우선주 포함)을 배당했고, KB금융(8610억원), 하나금융(6165억원), 우리금융(5050억원)이 뒤를 이었다. 총 2조8660억원 수준이다. 올해 금융지주사 실적이 작년보다 월등히 좋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배당성향이 5~7%포인트가 줄어들 경우, 주주에게 돌아가는 몫은 최소 3600억원에서 6500억원이 줄어든다.

금융 관련주 주가 향방에 키를 쥔 배당성향 문제가 주주들 뜻과 정반대로 흘러가자, 국내 주요 은행주 주가 역시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28일 오전 기준 하나금융지주는 이달 중순보다 13% 넘게 내렸고, KB금융지주는 12% 정도 하락했다. 우리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도 5~8% 떨어졌다.

이미 금융지주사 주주들 토론방에서는 이번 배당제한 권고가 금융지주사를 상대로 한 지나치게 강한 규제라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금융지주사 역시 최근 이익공유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출만기 연장, 이자 유예처럼 금융권에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조치들을 들며 ‘가뜩이나 저평가된 주가를 방어할 대책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최소한의 길은 터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내비쳤다.

한 금융지주사 외부감사는 "최근 여당까지 가세해 ‘뉴딜 정책 자금이 필요하니 지원책을 마련해라’, ‘이익공유제에 은행도 참여해야 한다’는 식으로 은행에 자금을 내놓으라 압박하지 않았느냐"며 "정작 주주 자본주의의 근간이 되는 배당에 대해선 ‘충당금을 모아야 하니 액수를 줄이라’고 하는 것은 지극히 이율배반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배당 제한 정책이 은행의 손실흡수력을 높인다고 주장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금융당국 생각만큼 리스크 제어능력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선 은행에 충당금을 더 쌓도록 하는 것이 목적에 맞는데, 충당금 적립이 아닌 배당 성향만 규제하면 경영진은 배당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충당금을 줄이거나, 인력을 구조조정해 비용을 줄이려 할 것"이라며 "코로나19는 예측이 가능한 이슈이므로, 자본 여력을 규제하기보다 직접적으로 ‘충당금을 더 적립하라’고 지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