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도킨스의 도발 "예수도 사람일 뿐이다"[책꽂이]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2021. 1. 28. 16:2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 만들어진 위험(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영사 펴냄)
아담·이브는 다른 신화와 똑같아
모순·부정확●역사적 가치 없어
예수 지혜 인상 깊지만 사실 왜곡
"종교적 믿음은 뇌가 진화한 결과"
논쟁적 무신론자 神에 날선 비판
리처드 도킨스./EPA연합뉴스
[서울경제]

“노아의 방주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각각의 동물 종류는 방주가 발견된 장소, 즉 터키 아라라트 산에서부터 바깥으로 퍼져나가는 패턴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실제로 보는 모습은 각 대륙과 섬마다 그 곳만의 동물이 살고 있는 것이다. 캥거루 한 쌍이 방주에서 나와 도중에 자손을 남기지 않고 오스트레일리아까지 껑충껑충 뛰어갔다고 상상해야 하나? 나무늘보는 남아메리카까지 터덜터덜 걸어갔을까? 아담과 이브 이야기, 노아의 방주 이야기는 역사가 아니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논쟁적인 무신론자, 리차드 도킨스 영국 옥스퍼드대 뉴칼리지 명예 교수가 다시 한번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주장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 2006년 출간 된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에서 신의 존재는 인간의 망상에 불과하다고 했던 그의 입장은 신간 ‘신, 만들어진 위험(Outgrowing God)’에서도 흔들림 없다. 다만 이번 책은 타깃 독자층의 범위를 좀 더 넓게 잡은 듯하다. 도킨스 자신이 유년 시절 내내 신의 존재에 대해 의심을 품다가 열다섯 무렵에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처럼 ‘부모의 세뇌 탓’에 신을 믿다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나이가 된’ 사람들, 청소년층까지 적극적으로 설득하려 한다.

무신론 설파를 위해 그가 꺼내 든 키워드는 두 가지, 성경과 과학이다. 구약과 신약을 순서대로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관점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다시 말해 모순되고 부정확하며, 심지어 부도덕한 지점들을 조목조목 짚어낸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 입장에선 당연히 ‘성경 모독’이다.

먼저 구약에 대해서는 사실을 기록한 역사로서의 가치가 없고, 신화나 다름 없다고 주장한다. 노아의 방주 이야기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홍수 신화나 그리스 신화 속 제우스의 홍수 에피소드와 유사하며, 아담과 이브 이야기는 아프리카 피그미족의 신화와 닮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구약에 등장하는 신은 질투가 많고, 앙심을 품으며 선하지도 않다고 도킨스는 말한다. 신의 명령으로 아들 이삭을 번제물로 바칠 뻔했던 아브라함, 결국 딸을 번제물로 바친 장군 입다 등의 이야기를 지목하며 신의 명령이 ‘섬뜩하다’는 감상을 남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를 하고 있다./UPI연합뉴스

신약에 대해서는 비교적 최근의 일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역사로 볼 수 있다고 도킨스는 평가한다. 하지만 예수의 일생이 정경으로 인정 받은 4대 복음서 및 그렇지 못한 다른 복음서 등에 기록되기까지 많은 세월이 흘렀고, 그 세월 동안 실제 사건이 구전되며서 왜곡, 변형됐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공식 정경이 아닌 도마 복음서에 적힌 예수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는 생물학자로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한다. 예수가 다섯 살 때 냇가에서 진흙으로 참새를 빚었다는 대목을 두고는 “참새는 1,000억 개가 넘는 세포로 이뤄져 있다. 세포들 하나 하나는 어마어마하게 복잡한 기계의 축소판”이라고 말한다.

도킨스는 예수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성경 외 다른 역사서에서도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삼위일체설 등 종교 교리에는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예수의 지혜는 여러 면에서 인상 깊었지만, 신이 아니라 그 시대 훌륭한 사람의 지혜였다. 그는 훌륭한 사람이긴 했지만 그저 사람일 뿐이었다”고 잘라 말한다.

성경에 대한 불신을 설파한 후 도킨스는 진화, 즉 생명의 복잡성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다윈의 진화론에 입각해 생명체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고, 작은 돌연변이 유전자가 살아남아 후대에 전달되는 자연 선택 과정을 학자적 관점에서 전달한다. 이에 더해 그는 종교적 믿음을 가지려는 경향과 타인에 대한 친절, 선에 대한 의지 등도 인간 뇌가 진화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도킨스는 아직 현재의 과학으로 해결되지 못하는 문제들,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틈새를 지목하며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하는 사람들에 맞선다. “우주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아무도 모른 것을 보면 신이 만든 게 틀림 없어”, “물리 법칙이 어디서 오는지 우리가 모르는 것을 보면 신이 만든 게 틀림없어” 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앞에 그는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소환한다. 과거에는 “설마 그럴 리가!” 라고 했던 이들의 주장이 결국 “하지만 사실이야”가 됐던 것처럼 과학자들의 연구가 더 진전되면 앞으로도 “설마 그럴 리가!”와 “하지만 사실이야”의 돌림 노래가 계속 될 것이라는 게 도킨스의 주장이다. 1만6,800원.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