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두고 '젠더 이슈' 재점화..與 '성평등 대책' 고심
정치권이 연이어 터지는 '권력형 성범죄'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희롱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 발표를 계기로 공식 사과하고 제도 정비를 약속했다.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으로 충격에 빠진 정의당도 조직문화를 바꾸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젠더 이슈'의 재부상이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국여성위원회를 중심으로 당내 성인지 감수성 제고와 조직 문화 쇄신을 위한 대안 마련을 고심 중이다. 인권위가 박 전 시장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내린 다음날인 지난 26일 민주당은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성인지 강화와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법적, 제도적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이낙연 대표도 전날(27일) 공개 석상에서 사과하며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성별 격차를 조장하는 낡은 제도와 관행을 과감히 뜯어고치겠다. 우리 사회의 여성 억압구조를 해체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성범죄가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서는 관련법을 고쳐서라도 처벌을 강화하겠다"며 입법 의지를 밝혔다.
이 대표가 법 개정을 직접 언급한 만큼 '젠더 폭력'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논의가 다시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회는 미투(Me too) 운동이 활발히 벌어진 2018년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 형량을 7년 이하 징역으로 상향하는 등 권력형 성범죄 관련 법안을 처리했다. 21대 국회에선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위한 형법 개정안(백혜련·류호정 의원),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서정숙·이종배 의원) 등 다수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권력형 성범죄 은폐 방지를 위해 선출직 공무원 대상 성범죄조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박원순·오거돈 방지법'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이자 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춘숙 의원도 다음주 중으로 비공개로 전문가 간담회를 열어 정치권 내 젠더폭력 방지를 위한 법제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정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정치권 내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와 관련 이미 법제화를 한 나라들이 있다"며 "전문가들을 초청해 어떤 방향으로 하는 게 좋을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법제화 뿐만 아니라 당 내 성평등 문화 확산에도 힘쓴다는 계획이다. 성평등 교육 강화는 물론 여성 비율을 확대해 '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전당대회 준비 과정에서 무산된 '여성 최고위원 30% 할당제 도입'과 '지역구 여성 후보 30% 공천 의무화' 등이다. 정 의원은 지난해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방의원회 의원 후보 추천시 지역구 총수의 30%를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김종철 대표 사건으로 창당 9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은 정의당도 '성평등 조직문화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정의당 성평등조직문화개선TF(태스크포스)는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직문화 개선 전담팀 구성과 전 당원 조직문화 실태조사, 실천과제 선정·점검을 약속했다. 또 '2차 피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이번 사건으로 발생한 2차 피해와 관련 전담팀을 구성해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신고 핫라인 개설 등 젠더폭력 대응시스템 개선 방안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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