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100조원 시대 개막]〈하〉 R&D 투자 동력 유지해야

최호 2021. 1. 2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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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국 지위 확보했지만
투자 효율성 논란 휩싸여
부가가치 창출에 힘쓰고
기술사업화 기반 마련을

국가 연구개발(R&D) 투자 규모 100조원 시대가 열렸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미국·중국 간 무역 전쟁으로 글로벌 밸류체인이 불안정해지고, 5세대(5G) 이동통신,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한 기술 패권 전쟁이 심화하면서 R&D 수요가 이전에 없이 빠르게 늘고 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부터 새롭게 부상하는 언택트 산업에 대한 대응까지 다양한 분야에 전략적 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던 기후변화, 미세먼지 등 사회 문제 해결 R&D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어느 때보다 높다.

보다 과감한 행보가 필요하지만 효율성 등 R&D 투자를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R&D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에 주력하며 투자 동력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기술 패권 시대, R&D 수요 급증

현재 대외 상황은 한마디로 안갯속이다. 미국·중국 무역 마찰과 5G, 반도체, AI 등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술 패권 다툼이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19는 디지털 전환에 불을 붙였다. 글로벌 기술 경쟁과 감염병 확산은 예측을 불허하며 이전보다 큰 위기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과학기술 역할과 중요성이 강조되는 배경이다.

기술 패권 시대 진입과 디지털전환 가속화 등 급변하는 외부상황과 국내 성장 잠재력, 주력산업 생산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혁신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우리나라 추격형 성장 방식은 한계에 부딪혔다. 탈추격형으로 전략으로 전환하고 4차 산업혁명 패러다임은 물론이고 포스트 코로나19 대응을 포함한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비대면 등 기술혁신 산업에 대한 선제 투자와 우선순위 설정, 글로벌 밸류체인 재편에 따른 대응, 민관 협업 거버넌스 확립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정부가 올해 R&D 투자를 한국판 뉴딜, 소부장 R&D, K-바이오헬스 등에 집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50 탄소 중립'을 위한 그린 뉴딜과 디지털 뉴딜, 소부장 R&D 고도화 방안 등이 모두 대외 상황과 맞물린다.

이런 상황에서 기초·원천 연구, 인력 양성, 중소기업 지원, 거대과학, 인프라 구축, 지역 역량 제고, 사회문제 해결 관련 R&D 수요도 폭증하고 있다. R&D를 포함한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가 빠르게 늘어야 하는 상황이다.

상황이 녹록지 않다. 올해 정부 R&D 예산은 27조4000억원이다. 정부 총 예산 약 5%, 전년 대비 13.2% 증가한 규모다. 코로나19 대응으로 재정 지출이 급증한 상황에서도 미래 투자를 아끼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기조가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과거 재정 지출이 늘 때마다 가장 먼저 투자 감축 압박을 받은 분야가 R&D를 비롯한 미래 투자 분야였다. R&D 성과를 둘러싼 논란도 투자 확대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R&D 확대 속 '효율성' 꼬리표

국가 R&D 투자를 논할 때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 게 효율성 논란이다. 우리나라 총 R&D 투자 대비 경제 성과가 낮다는 '코리안 R&D 역설'이 대표적이다.

R&D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반드시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찾고 개선하되, 오해를 불식해 적정 투자 규모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조사에 따르면 R&D 1차 성과, 즉 논문·특허 등은 양적·질적 측면에서 모두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기준 정부, 민간 분야 투자를 합한 총 R&D 투자는 89조4000억원으로 세계 5위, OECD 37개국 중 4위 수준이다. 국내총생산 대비 총 연구개발비 비중은 4.53%로 OECD 37개국 중 2위이나, 투자 규모에서 상위인 5위권에는 2009년에 처음 진입했다.

SCI 논문 세계 점유율은 1985년 0.10%에서 2019년 2.45%로 꾸준히 증가했다. 5년 주기 SCI 논문의 피인용도는 1981~1985년 1.41에서 2012~2016년 5.89로 세계 평균(5.77)을 상회했다. 2015~2019년엔 6.90까지 올랐다. 상근 연구원 만명 당 피인용 상위 1% 논문 수는 2008년 8.9편에서 2018년 13.5편으로 증가했고 상위 1% 피인용도 논문 점유율도 상승 추세다.

미국에 등록된 특허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기술력 지수는 2000년 1.7에서 2019년 9.3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중국은 0.1에서 5.3으로 상승, 일본은 21.7 초반에서 15.7로 하락했다. 일본과 특허 기술력 격차가 여전하지만 간격을 빠르게 좁히고 있다.

한국 국가혁신역량은 세계혁신지수(GII) 기준, 2011년 125개국 중 16위에서 2020년 131개국 중 10위로 꾸준히 상승했다. GII를 기반으로 한 분석 결과, 우리나라 연구개발 효율성은 2016년 128개국 중 10위에서 2020년 131개국 중 9위로 나타나 처음 10위권에 진입했다.

한·중·일 3개국을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0.92로 9위이며 일본은 0.88(12위), 중국은 0.82(22위)를 기록했다. R&D 투자와 경제 성장 간 상관관계도 뚜렷했다.

기술수출액은 2001년 6억1900만달러에서 2017년 124억3000만달러로 증가했다. 증가율은 같은 기간 R&D 투자 증가율과 거의 일치한다.

연구 효율성을 수치화하는 데 일정 부분 한계가 따르지만 전반적 지표가 세계 상위권이다.

다만 R&D 성과가 사업·산업화로 이어져 발생하는 경제적 효율성은 다소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 최첨단 기술을 개발해도 이를 활용한 부가가치 창출 역량은 아직 부족하다는 의미다. R&D 성과를 활용한 기술사업화 기반이 취약한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기술 사업화를 위한 투자를 강화하고 제도 기반을 확충할 문제로 R&D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 근거로 활용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장재 KISTEP 혁신전략연구소장은 “국가 R&D 효율성을 논할 때 R&D 효율성과 경제적 효율성을 혼용해 혼란이 가중되는 측면이 있다”며 “R&D 성과와 사업화를 연결하는 고리가 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투자 전략과 관련 제도를 면밀하게 검토해 개선해 나갈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민간은 목적에 부합하는 R&D 투자를 확대하고, 정부는 늘어나는 공공 R&D 수요에 적극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경제적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며 늘어나는 R&D 수요에 적극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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