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조카의 난'..박찬구 회장 조카의 카드는?

이다비 기자 입력 2021. 1. 28. 15:59 수정 2021. 1. 2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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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금호그룹 ‘형제의 난’에 이어 금호석유화학이 다시 ‘조카의 난’으로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증권가에서는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과 박 회장의 조카이자 금호석화 개인 최대 주주인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가 이사진과 지분율, 자사주를 두고 벌일 계산 싸움에 주목하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늦게 박 상무는 "기존 대표 보고자(박찬구 회장)와 공동 보유관계를 해소한다"고 공시했다. 지분 보유 목적도 ‘주주권 행사’라고 못박았다. 박 상무는 금호석화 개인 최대 주주로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과 함께 금호석화 특수관계인으로 묶여 있던 박 상무가 독자적인 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일러스트=박상훈

증권가에서는 중견 건설업체인 IS동서가 최근 단기간에 금호석화 지분을 사들인 것도 이번 경영권 분쟁과 관련 있다고 보고 있다. 박 상무가 IS동서 측과 연합해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금호석화 경영권을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IS동서 오너인 권민석 대표이사는 개인 명의로 수십억원어치 지분을 매입했다. 매입한 금호석화 주식은 전체의 3~4%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박 회장 일가는 금호석화 지배력이 크지 않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금호석화를 이끄는 박 회장은 지분율이 6.69%에 불과하다. 아들인 박준경 전무의 지분율은 7.17%, 딸인 박주형 상무는 0.98%이다. 이 셋을 모두 합치면 14.84%로, 박 상무 개인 지분율보다 4.84% 높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박 회장 일가도 박 상무 측에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박 상무가 대표로 선임되기 위해서는 금호석화 이사진 중 과반을 자기편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박 상무 측 지분율 자체로도 경영권 장악이 수월하지는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지난 3분기 금호석화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사진은 총 10명이다. 박 상무가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6명의 우군이 필요하다. 이사진 중 5명은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데, 박 상무가 새로 선임될 이사 모두를 자기 사람으로 채운다고 해도 기존 이사 중 최소 한명을 포섭해야 힘을 얻을 수 있다. 임기가 남아있는 이사를 교체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이사 교체는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한데, 현재 박 상무의 지분율로는 특별결의 통과(상장된 주식의 3분의 1 이상)를 기대하기 어렵다.

박 회장이 자사주 카드를 활용할지도 관심이다. 금호석화 자사주 18.36%와 박 회장 일가 지분 14.84%를 합치면 33.2%가 된다. 0.2%포인트만 더 확보해도 의결권 지분율 3분의 1을 넘기 때문에 특별결의를 막을 수 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박 회장 측이 보유한 자사주 전량을 백기사에게 넘겨주면 의결권이 생기면서 박 회장 측 우호지분이 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사주를 우호세력에 넘기는 건 도의적인 논란이 있지만, 충분히 가능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의 예측대로 IS동서가 박 상무 편에 선다고 하면 둘의 지분율은 13~14% 수준이 된다. 여기에 국민연금마저 박 상무의 손을 들어준다면 이들 셋의 지분율은 최대 22.16%가 된다. 국민연금은 2019년 박 회장의 배임 혐의로 인해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만약 IS동서가 현금성자산 약 4041억원(작년 3분기 기준)을 모두 동원해 금호석화 주식을 사면 약 5.7% 지분(27일 기준, 금호석화 시가총액 약 7조원)을 더 취득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증권가 관계자는 "박 상무 측은 국민연금과 IS동서 측 지분을 끌어온다고 해도 안정적으로 특별결의를 통과시킬 수 있는 지분을 얻기 위해서는 새로운 흑기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박 상무가 경영권 분쟁 방아쇠를 당긴 만큼, 기존 이사 중 최소 한 명 이상을 포섭해 놓고 추가적인 흑기사가 준비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경영권 분쟁 사실이 전해지면서 금호석유(011780)금호석유우(011785)주가는 당분간 오를 전망이다. 최근 이 두 주식은 박 상무가 곧 경영권 분쟁을 일으킬 것이라는 예상에 주가가 요동쳤다. 지난 26일부터 금호석유는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이날도 금호석유는 20%넘게 오르며 장 중 한때 28만80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금호석유우도 14% 넘게 상승하면서 장 중 13만4000원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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