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스테이' 박수 받고 '배달고파' 뭇매 맞은 이유?
[경향신문]
김치는 당연히 채식 음식인 줄만 알았다. 지난 22일 방송된 tvN <윤스테이> 3회, 네팔에서 온 호텔 방문객을 위한 채식 식사를 준비하던 최우식은 그 안일한 생각을 깬다. “김치에 새우젓이 들어 있어서….” 그는 지단 없이 파 고명만 올린 채식 만둣국에 김치 대신 매실장아찌, 김자반, 마늘쫑 밑반찬을 대접했다. 외국인들을 위한 한옥 호텔을 운영하는 <윤스테이>는 채식 메뉴뿐만 아니라, 친환경 샴푸·바디워시·치약을 제공하고 천연재료로 만든 허니랩 봉투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 호평 받았다.
“저게 배달 된다고요?” 코로나 대유행 이후 배달 수요가 폭증한 가운데 MBC가 선보인 파일럿 예능 <배달고파? 일단시켜!>는 첫회에서 뜻밖에 뭇매를 맞았다. 배달 맛집을 가리는 프로그램 특성상 과다사용될 수밖에 없는 일회용품의 지속적인 노출에 불편함을 느꼈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이 이어진 것이다. 이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2회부터 배달 음식을 일부러 식기에 담아 소개하는 변화를 보였다.
채식부터 제로웨이스트(zero waste·쓰레기 최대한 줄이기) 운동까지 친환경 실천에 대한 관심이 예능 프로그램 속 풍경도 속속 바꿔가고 있다. 코로나19와 기후위기를 겪으며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소비를 통해 자신만의 사회적·정치적 신념을 드러내는 MZ세대의 ‘가치 소비’ 양상이 영상 콘텐츠 트렌드에도 변화를 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공감을 통해 재미와 웃음을 주는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한층 발빠르고 민감하게 변화에 반응할 수밖에 없다.
흐름은 이미 지난해부터 지속돼왔다. 지난달 2부작으로 방송된 tvN 예능 <조금 불편해도 괜찮아>는 제한된 양의 물과 전기를 사용해야 하는 친환경 하우스에서 1박2일 동안 생활하는 연예인들 모습을 보여줬다. ‘고기 예찬’ 일색이던 ‘먹방’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MBC 예능 <볼빨간 신선놀음> 2회에는 채식 유튜버 ‘초식마녀’가 출연해 ‘채식은 맛없다’는 편견을 부수는 채식 마라 라면을 선보여 출연진들의 감탄을 샀다.
유튜브 등 뉴미디어에서는 제로웨이스트 브이로그나 채식 요리법 소개 등의 콘텐츠가 드물지 않게 등장했으나 최근에는 연예인이 운영·출연하는 규모가 큰 채널에서도 친환경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달 초부터 시작된 유튜브 예능 <지구를 지켜츄>는 걸그룹 이달의 소녀 멤버 츄가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직접 비건 버거를 만들어보는 등 지구를 지키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을 소개했다. 코미디언 강유미는 ASMR로 유명한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환경보호동아리 회장’ 역할극을 선보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친환경 아닌 필환경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이제 시청자들은 환경 친화적 생활을 당연하고 익숙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며 “예전엔 예능에 친환경 실천이 등장하면 꼭 집어 호평을 받았다면 이제는 이같은 실천을 응당 하지 않는 콘텐츠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온다. 콘텐츠와 현실의 문제들이 굉장히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시대다보니 나타난 변화”라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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