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전 10만원 지급' 이재명, 당내 비판 딛고 '뚝심 행보'

김민성 기자 2021. 1. 2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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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설 전 지급 고수 "당 지도부 우려 존중해 신중히 검토"
당 줄다리기에서 얻은 성과..나름의 절충안 찾은 점도 평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제2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 시기 등 세부 내용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1.28/뉴스1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여권의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8일 내달 1일부터 전 경기도민에게 10만원씩 2차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사실상 여당의 '시기조율' 제안과 달리 독자행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당내 비판적인 목소리를 수용하면서도 정책 주도권을 놓지 않는 전략을 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는 이날 경기도 2차 재난기본소득 관련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포함한 일각의 방역 우려를 존중해 지급 시점을 신중하게 검토했다"고 밝혔다.

또 "열흘 동안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지금이 3차 대유행의 저점에 해당한다는 것이 경기도의 판단"이라며 당의 제안을 충분히 고려한 결정임을 시사했다.

이 지사가 '설 연휴 전 지급' 카드를 선택한 건 설 이후에 지급하면 소비 촉진이라는 재난기본소득의 효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1조원 상당의 온누리상품권을 공급하는 것을 언급하며 "온누리 상품권을 공급해서 소비하게 하는 것이 방역에 문제가 없다면 경기도의 재난기본소득도 방역에 방해가 된다는 결론을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 점도 설 연휴 전 지급에 염두에 뒀던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간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 문제는 민주당 지도부 일각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면서 논란이 됐었다.

이 지사는 2차 재난기본소득 지급 기자회견을 지난 18일 개최하려다가 당내 의사결정과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이유로 하루 전날 취소한 바 있다.

이후 민주당은 이 지사에 "지자체의 자율권을 존중하되 방역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이 지사 측은 당의 의견을 존중하며 집행 시기와 지급대상 지급 수단 등을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올해 들어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이후 한발 물러섰지만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민주당의 반대 입장은 여전했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19일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지금 거리두기 중인데 소비하라고 말하는 것은 마치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것과 비슷할 수가 있다"고 이 지사를 직격했었다.

민주당이 코로나19가 안정세에 접어들기 전에 재난지원금 등을 지급하면 다시 4차 대유행 가능성을 들며 방역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달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이 지사는 이날도 "수개월 내 4차 대유행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금보다 감염병 확산세가 약화된 시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코로나19가 종식되기를 기다린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경제 상황을 봐도 지금이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할 적기"라며 설 연휴 전 지급의 타당성을 재차 강조했다.

3차 대유행 이후 1000명을 넘나들던 신규 확진자 수가 점차 감소해 최근 특정 클러스터 감염을 제외하면 1주일 이상 300~400명대를 유지하고 있는 지금이 사실상의 저점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뜻이다.

경기도의 보편적 재난지원금 정책을 두고 이 지사와 여당 의원 사이에 설전이 거듭했지만 앞으로 이 지사의 '독자행보'는 더욱 가시화 될 전망이다.

특히 이 지사 자신이 직접 추진 중인 '기본 시리즈' (기본소득·기본대출·기본주택) 기조를 지키면서 동시에 여당과의 줄다리기에서도 사실상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치적 이미지에 타격을 입지 않고 당의 설득까지 이끌어내며 절충안을 찾았다는 점도 이번 재난소득지급 논란에서 얻은 이 지사의 성과이기도 하다.

여권 한 관계자는 "특히 재난소득 관련 기자회견을 한 차례 연기하는 등 당내 불만 기류가 커질 땐 한발 물러서고, 비판의 목소리를 수용하는 자세를 보이는 등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를 눈여겨 보기도 한다"며 "앞으로 도지사 역할을 넘어 대권 주자로서 당 주류의 경계를 어떻게 헤쳐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m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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