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울린 '美개미 반란' 게임스톱..백악관 경고에 '시간외 폭락'

김인오 2021. 1. 2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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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순 이후 뉴욕증시에서는 '청년 개미'들이 월가 공매도 전문 헤지펀드들을 상대로 투자 승리를 선언해 전세계 시장 눈길을 끄는 분위기다. 주식 거래 중개 수수료 무료 앱 로빈후드와 개방형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월스트리트베트' 토론방을 발판 삼아 등장한 2030 개인 투자자들이 비디오게임업체 게임스톱 주식 집중 매수에 나서자 막대한 손실을 입은 공매도 세력이 숏 포지션 청산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개인 투자자 중심의 세대 교체 가능성을 점치는 긍정적인 평가와 자본주의를 모욕하는 개인 투기 세력들의 시장 조작이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엇갈린다.

게임스탑 공매도와의 전쟁에서 '미국 개미들의 성지'가 된 레딧의 '월스트리트베트' 커뮤니티는 비공개 전환됐다.
2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게임스톱 주가는 하루 만에 134.84% 폭등해 1주당 347.5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월가 억만장자 투자자 스티븐 코언이 자금을 댄 멜빈캐피털과 유명 공매도 기관 시트론리서치의 앤드류 레프트 공동 창업자 등이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게임스톱 공매도 청산을 밝히면서 매수세가 집중된 결과다.

다만 같은 날 장 마감 후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백악관은 재무부와 함께 게임스톱을 비롯해 증시에서 주가가 급격히 오른 일부 기업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내고 레딧이 토론방을 비공개로 전환하면서 시간 외 거래에서 게임스톱 주가가 18.28%떨어졌다. 이밖에 미국 최대 영화관 체인 AMC엔터테인먼트(-26.58%)와 캐나다 소재 보안소프트웨어 업체 블랙베리(-9.84%), 목욕 용품 업체 베드배스앤드비욘드(-12.55%), 핀란드 소재 이동통신사 노키아(-9.47%) 주가도 시간 외 거래에서 폭락했다.

특히 노키아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최근 주가 급등·주식 거래량 급증을 설명할 만한 미공개 개발·투자 소식이나 중대한 경영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뉴욕증권거래소가 이상 과열을 이유로 노키아 주식 거래를 여러 번 중단시킨 데 대한 해명이다.

해당 기업들 주식은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집단적으로 공매도에 대응해 '숏 스퀴즈'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주가 급등을 야기했다는 의혹 한 가운데 선 종목들이다. 본 거래 때는 주가 상승률이 두 자릿수 폭등세를 보였다.

숏 스퀴즈는 숏 포지션(공매도)에 나선 전문 투자자들을 쥐어짠다는 의미다. 공매도는 특정 기업 주가에 거품이 끼었다고 판단한 전문 투자자들이 다른 사람이 보유한 주식을 빌려서 주가가 높을 때 주식을 팔아버린 후 일정 기간이 지나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사들여 주식을 갚는 식으로 이뤄진다. 다만 예상과 달리 오히려 주가가 더 오르는 경우, 공매도 투자자들로서는 주가가 오를 수록 손해이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다가오기 전 중간 중간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데 이 때문에 주가가 더 뛰는 것이 숏 스퀴즈다.

공매도 전문 분석업체 S3파트너스의 이오르 두사니브스키 이사에 따르면 게임스톱 공매도 투자자들은 27일 하루 만에 98억5000만 달러 이상 손실을 입은 결과 누적 기준 최소 191억5000만달러(약 21조1608억원)를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까지를 기준으로 게임스톱 공매도 투자자들이 내야하는 단기 이자비용은 총 106억 달러다.

'숏스퀴즈' 조작 가능성이 불거진 노키아와 블랙베리, 게임스톱, 베드배스앤드비욘드(사진 위 왼쪽부터) 주가는 27일(현지시간) 폭등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 마감 후 시간 외 거래에서 폭락했다. 게임스톱은 '반려동물계의 아마존' 공동창업자 리언 코언(사진)이 이사진으로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달 중순 이후 주가가 급등해 공매도와 개인 투자자 간 전쟁터가 됐다.
게임스톱 숏 스퀴즈 사례는 승자와 패자, 논란을 남겼다. 공매도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는 사이 '전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최소 24억 달러 이상 평가이익을 올렸는데, 이는 지난 해 12월 31일까지를 기준으로 블랙록의 게임스탑 지분율이 13%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한 추정액이다. 블랙베리는 최근 주가가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급등하자 최고 마케팅 책임자 등 고위 경영진이 주가 상승세를 틈타 자사 주식을 팔았다.

한편 레딧 공동창업자 알렉시스 오하니언은 27일 그는 트위터를 통해 "온라인은 사람들이 랜덤으로 모여있는 것 같지만, 더 많은 이들이 공감을 통해 집단으로 행동해 새로운 시대 변화를 알렸다"고 언급했다. 억만장자 투자자 차마트 팔리하피티야도 같은 날 트위터를 통해 "이제 게임스톱 콜옵션 거래를 끝냈으며 벌어들인 50만 달러는 기부할 것"이라면서 "게임스톱이나 AMC엔터테인먼트 같은 몇몇 기업 주가가 오른 것은 개인 투자자들이 월가를 견제하는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콜옵션 투자는 특정 기업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파생상품 거래를 말한다.

다만 비난의 목소리가 더 크다. 공매도로 유명한 시트론리서치 공동 창업자 앤드류 레프트는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인터뷰에서 게임스톱 사태에 대해 "자본주의가 극단적으로 거칠어졌다"면서 "이건 도박꾼의 나라"라고 평가했다. 레프트는 멜빈캐피털 등과 함께 게임스톱 공매도에 나섰다가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SNS 계정을 해킹당하고 가족들은 협박과 모욕을 당했다. J캐피탈리서치 공동 창업자인 앤 스티븐슨-양은 "시장 합리성과 펀더멘털이 죽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공매도 자체는 시장 정화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순기능을 하는 측면이 크다. 일례로 머디워터스는 '중국판 스타벅스'를 내세운 루이싱 커피의 회계 부정을 폭로해 상장폐지를 이끌었다. 힌덴버그리서치는 수소트럭업체 니콜라 사기 의혹을 폭로해 창업자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SEC와 법무부가 조사에 착수하도록 하는 데 일조했다.

나스닥증권거래소의 아데나 프리드먼 최고경영자(CEO)는 27일 "최근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와 SNS 공간을 악용한 '펌프앤드덤프'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으며, 시장 조작 의심 정황에 대해 거래소와 규제당국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메사추세츠 주의 윌리엄 갤빈 공공부(富) 장관도 같은 날 배런스 인터뷰에서 "게임스톱이 상장해 있는 뉴욕증권거래소는 30일 간 해당 주식거래를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EC는 일단 관련 업체·기관과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28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도 게임스톱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지난 18~27일 국내 투자자들은 게임스톱 주식을 5992만달러(약 667억원)어치 결제했다. 매수 금액은 3140만달러(350억원), 매도 금액은 2852만달러(317억원)로 순매수 금액은 288만달러(32억원)였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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