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백신접종센터 250곳, 제대로 운영될지 걱정"

배준용 기자 2021. 1. 2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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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인력 부족, 병목 현상 우려..화이자·모더나도 병원서 접종 가능"

정부가 28일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 백신은 전국 250곳의 접종센터에서 접종하기로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 얀센과 달리 냉동 보관 조건이 까다로워 센터를 마련해 접종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방의 경우 센터 운영에 필요한 의료 인력을 구하기 어렵고, 접종이 지연되거나 센터 내 코로나 감염 우려 등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날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코로나 예방접종 계획’에 따르면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의 경우 초저온 냉동고를 배치한 접종센터에서, 그 외에 백신은 동네 병원 등 위탁의료기관에서 접종이 이뤄진다. 화이자 백신은 장기간 보관시 영화 70도 내외, 모더나 백신은 장기관 보관시 영하 20도의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냉동고가 필요해 전국 각 시군구에 지자체 청사 일부나 공공체육관 등 250곳을 접종센터로 마련하고 초저온 냉동고를 비치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집중적으로 접종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의료 인력이 상대적으로 많은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센터를 운영하기 위한 인력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지방은 의사가 상대적으로 적은데 민간병원의 의료인력을 차출해 센터를 운영하게 되면 일반 환자를 위한 진료 공백이 너무 커질 위험이 크다”며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도 의료기관에서 위탁해 접종하는 방식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코로나 백신 접종 센터 운영을 위한 모의 훈련을 한 결과 정부가 추산한 것보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후생노동성은 전날 일본 수도권 지역인 가와사키(川崎)시의 시립간호단기대학에서 일반인 집단 접종을 상정한 모의훈련을 진행했다. 접종 희망자 역을 맡은 약 20명을 포함해 의사, 간호사 등 60여 명이 참가했다. 이들이 접수, 건강상태 문진표 작성, 의사 문진, 접종, 접종 후 반응 관찰 등을 하는 9개 절차를 마련해 모의 훈련한 결과 한 사람을 접종하는 데 최소 13분에서 길게는 26분까지 걸린 것으로 파악됐다. 요미우리신문은 “문진 단계에서 접종까지 애초 3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2배 정도인 약 7분이 소요됐고, 특히 의사가 맡는 문진 단계에서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백신 접종에 참여할 의료진 확보가 최대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화이자와 모더나 측이 제시한 백신 보관·사용 방안을 보면 굳이 센터가 아니더라도 병원에서 접종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화이자 백신은 단기보관용 용기에 드라이아이스를 5일마다 재충전하면 30일까지 보관이 가능하고 효능에도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모더나 백신도 섭씨 2~8도에서는 30일간 효능이 유지되면서 보관이 가능하다. 화이자 백신은 또 접종 전 2~3시간에 섭씨 2~8도에서 해동을 해야 한다. 모더나 백신도 30분~2시간 동안 2~8도 온도에서 해동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마 부회장은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의료기관에 백신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시스템만 마련되어 있으면 의료기관에서도 화이자와 모더나 접종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접종센터에 접종 인원이 과도하게 몰릴 경우 병목 현상이 일어나 접종이 지연되고, 인파가 몰리면서 도리어 코로나 확산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한 구청 관계자는 “접종 후 이상반응 관찰 대기 장소는 약 700명 정도를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5인 이상 모임 금지도 조심스러운 상황에서 수백명이 거리두기를 하며 대기한다고 해도 코로나 확산 위험을 배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의료기관에 위탁 접종을 하는 게 접종 인원을 분산하고 접종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정부가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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