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분리, 유리천장, 임금격차..젠더 불평등의 해결책은 뭔가

임형두 입력 2021. 1. 2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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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 파드빅·바버라 레스킨의 공저 '유리천장 아래 여자들'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지난해 9월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남성 노동자 대비 여성 노동자의 임금은 평균 69.4%였다. 남성 노동자가 100만원을 벌 때 여성 노동자는 69만 4천원을 번다는 뜻이다. 같은 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회원국의 남녀 임금격차 데이터에서 한국은 꼴찌를 기록했다.

임금격차는 노동시장 내 성차별을 쉽게 알아보는 표지 중 하나다. 수치로 간단히 비교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노동 현장에서 일어나는 성차별은 임금격차에 그치지 않고, 훨씬 더 포괄적이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여성 노동자들은 관리직으로 승진하기 어렵고, 설령 승진하더라도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리에 등용되지 않는다. 심지어 맞벌이를 하면서도 가사 노동에 더 많은 책임을 진다.

여성의 일과 남성의 일은 왜 다를까? 이런 분리와 차별은 언제 어떤 이유로 생겨나 확대되고 고정됐을까? 고용, 승진, 소득까지 노동의 모든 영역에서 일어나는 젠더 불평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뭘까?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 사회학과 아이린 파드빅 교수와 워싱턴대 사회학과 바버라 레스킨 교수가 전 세계 노동 현장에서 나타나는 성차별 현상을 구체적 데이터로 상세히 분석한 공저를 펴냈다. 두 저자는 신간 '유리천장 아래 여자들'에서 노동시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수집한 자료 등을 바탕으로 성차별의 원인과 메커니즘을 밝히고 그 해결책을 모색한다.

현대에 나타나는 노동시장의 성차별 현상은 '산업화'라는 역사적 과정을 거쳐 형성·고착됐다. 따라서 현대의 노동 성차별을 이해하려면 근대에 만들어진 사회적 통념과 이데올로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농업사회에서 근대 산업사회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노동에 성별 꼬리표가 붙게 됐는지 문헌기록 등을 곁들여 알려준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별은 생물학적 구분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회는 두 성별의 차이를 과장함으로써 젠더의 차이를 만들어냈다. 성별과 젠더는 동의어처럼 사용되곤 하지만 의미가 엄연히 다르다. '성별'은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에 근거한 분류를 일컫는 개념이고, '젠더'는 사회 행위자들이 구성한 분류로 보통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과장한다.

전통 농업사회에서는 남녀가 자급자족을 위한 농업에 함께 종사했다. 그러다 18세기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임금 노동은 남성의 몫이고, 그 남성을 뒷받침하는 가사 노동은 여성의 몫이라는 구분이 생겨났다. 사회가 이런 가정에 기초해 노동을 구분하면서 남성에게는 부양한 가족이 있다는 가정 아래 더 많은 임금을 주는 반면, 여성은 결혼하면 가정에 충실해야 한다며 설사 취업을 하더라도 낮은 임금과 이직이 잦은 일자리 위주로 주어졌다.

저자는 노동시장 내 젠더 불평등을 분석하면서 성별 임금격차가 단순히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통계상으로 보면 여성 노동자는 이직이 잦거나, 승진을 하기 힘든 직종, 애초부터 낮은 임금을 주는 직종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양질의 일자리에 진입할 기회 자체가 적은 것이다.

[아날로그(글담) 제공]
[아날로그(글담) 제공]

이런 차이는 왜 나타나는 걸까? 저자는 다양한 사례와 통계로 성별에 따른 직종 분리, 사업장 분리, 직무 분리가 일어나는 현상을 살펴보며 그 원인을 경제학적·사회학적 관점 등 다각적으로 고찰한다.

먼저 '성별분리'다. 저자는 성별분리의 대표적 요인은 고용주라고 단정한다. 고용주들이 관행에 따라 같은 자리에 특정 성별만 채용하거나, 기존 노동자들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아는 사람'을 채용하는 폐쇄적 정책을 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직업과 직종이 단순히 성별로 분리되는 것뿐 아니라, 여성 노동자가 높은 권한을 가진 자리로 승진할 수 없는 '유리천장' 역시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저자가 수집한 사례로 보면, 여성 노동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종이나 사업장에서도 정작 관리직은 남성인 경우가 많다.

노동시장 내 성차별을 가장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증거는 앞서 언급한 바처럼 '임금격차'다. 과거와 달리 현대에는 여성과 남성의 교육 수준과 직무 경험이 별 차이가 없음에도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는 알게 모르게 여전하다. 다시 말해 고용과 승진, 소득 등 모든 노동 영역에서 젠더 불평등의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분명한 건 일과 가정이 양립해야 하는 시대적 흐름을 결코 외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20세기 초에 16~65세 기혼 여성 중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이 4% 미만이었지만, 20세기 말이 되자 그 비율은 59.5%까지 증가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남성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비슷해지고 있고, 오늘날에는 결혼, 출산으로 일을 그만두는 여성이 이전보다 대폭 줄었다. 이런 기류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이런 일터와 가정 사이의 갈등을 조율하는 책임이 노동자에게만 부과돼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전 세계적으로 출산, 육아 지원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정책을 비교하고, 기업과 정부 차원의 지원 프로그램을 필요함을 역설한다. 이 책은 미국의 역사와 사례를 중심으로 기술하고 있지만 사회적 흐름과 경제적 구조가 닮은꼴인 우리에게도 타산지석의 교훈이 아닐 수 없다.

다음은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는 집필 취지-.

"1950년대의 구인 광고와 오늘날의 구인 광고를 비교해보면 일자리에서 노골적인 성 불평등은 끝났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 정도가 엄청나게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일자리에서의 성 불평등은 일자리 환경에 따라 편차가 크다. 이런 불평등의 편차가 발생하는 이유를 살펴보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목적이다."

황성원 옮김. 아날로그(글담) 펴냄. 336쪽. 1만6천원.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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