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넘버원' KT도 넷플릭스처럼..'오리지널' 제작 강화한다

강은성 기자,김정현 기자 2021. 1. 2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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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만 가입자 기반으로 강력한 콘텐츠 '수직계열화' 추구
10년전 IPTV 허가 당시 약속했던 사안, 이제야 이행
구현모 KT 대표가 커스터머&미디어 사장이던 시절, IPTV 사업 관련 설명을 하는 모습. 2019.11.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김정현 기자 = 인터넷(IP)TV 등으로 총 1300만명에 육박하는 가입자 기반을 확보한 '유료방송 넘버원' KT가 넷플릭스처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강화에 나선다.

'콘텐츠 왕국' 지위가 지상파에서 IPTV로 바뀐데 이어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의 급부상에 CJ, 종합편성채널은 물론 네이버, 카카오 등 후발주자들이 너도나도 뛰어들며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KT도 미디어 콘텐츠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콘텐츠 전문법인을 설립해 제작부터 유통, 판매 등으로 플랫폼과 제작의 '수직 계열화'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콘텐츠 투자한다"던 10년전 약속 이제야 지킨다

28일 KT는 콘텐츠 전문 기업 'KT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초대 대표이사로는 KT그룹 내 스카이TV 대표를 맡고 있는 윤용필 사장이 겸임대표로 내정됐다. 회사는 향후 외부에서 콘텐츠 전문가를 영입해 공동대표로 선임할 계획이다.

신설 법인은 KT의 웹소설·웹툰 전문 자회사 스토리위즈를 통해 발굴한 원천 IP를 중심으로 국내 유수의 제작사들과 협업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본격 나선다.

그동안 KT는 수차례 오리지널콘텐츠 제작을 통해 국내 콘텐츠 산업에 기여하겠다는 약속을 했었지만 번번이 공수표가 됐었다.

10년전 IPTV 사업 허가를 받을 때는 단순 유료방송플랫폼사업자가 아닌 인터넷TV를 중심으로 한 자체 콘텐츠 제작 및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내걸었다. 이같은 주장을 바탕으로 정부와 IPTV 진입을 반대하는 케이블TV업계를 설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KT를 비롯한 주요 IPTV업체들은 자체 콘텐츠 제작이 미미했고 방송채널을 재전송하는 또 하나의 '유료방송플랫폼'사업자로 10년을 보내왔다.

2018년 넷플릭스가 안방시장에 본격 등장하면서 미디어 시장이 요동을 치자 KT는 자체 OTT '시즌'을 출범시키며 다시 한번 콘텐츠 투자를 공언했다. 그러나 시즌 역시 기존 OTT와 유사한 '방송 다시보기'(SVOD) 콘텐츠 유통에 주력하면서 일부 오리지널 제작에 나섰지만 성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지난 2019년 분사를 통해 독자 콘텐츠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던 '스토리위즈'도 아직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0년 3분기 기준 스토리위즈의 매출은 112억1700만원이며 16억12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KT는 이번 신설법인을 통해 스토리위즈가 보유한 지적재산(IP) 기반으로 드라마, 영화, 예능 등을 제작해 IPTV, OTT 등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방송 채널로 공급하기는 쉽지 않고 주로 주문형비디오(VOD) 형태로 공급될 전망이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1.8조 투자한 네이버·엔터社 설립한 카카오에 위기감 느낀 KT

KT가 콘텐츠 투자에 비로소 본격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국내 플랫폼 시장이 '콘텐츠' 중심으로 대이동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네이버, 카카오 등은 '조단위' 투자를 통해 대대적으로 콘텐츠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90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북미지역 1위 웹툰플랫폼 '왓패드' 지분 100%를 6억달러(약 6533억원)에 최근 인수했다. 네이버의 웹툰 역시 북미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기록하고 있으며 최근 네이버웹툰 중 '스위트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도 제작해 글로벌 인기몰이를 하는 중이다.

또 네이버는 K팝 콘텐츠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YG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에 각각 1000억원씩 투자한데 이어 지난 27일에는 빅히트의 자회사 비엔엑스의 지분 49%를 4119억원에 취득했다. 이를 통해 네이버 브이라이브(V LIVE)와 BTS 팬 플랫폼인 '위버스'를 통합한다는 방침이다.

CJ그룹과도 6000억원 규모의 지분교환을 통해 CJ ENM의 콘텐츠와 티빙 서비스에 공동투자하기로 했다.

네이버가 최근 콘텐츠 분야에 투자한 금액은 무려 1조8652억원에 달한다.

카카오는 '애니메이션 종주국' 일본에서 일본 자체 플랫폼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한 픽코마를 비롯해 국내 음원시장 1위 멜론, 최근 넷플릭스까지 진출하며 저력을 보인 카카오TV 등 '알짜' 콘텐츠 자회사가 줄줄이 있다.

이중 카카오는 콘텐츠 전문 자회사 카카오페이지와 엔터테인먼트 분야 자회사 카카오M을 합병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최근 출범시켰다. 두 회사의 매출은 연간 1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는 "IT·유통 대기업들이 콘텐츠 신흥 강자로 도전장을 내미는 등 격전이 펼쳐지고 있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경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은 양사 합병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더욱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KT는 명실상부 국내 최대 '가입자'를 확보한 미디어사업자로서 뒤늦게나마 자체콘텐츠 사업에 나선 것이다.

현재 KT의 IPTV가입자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873만명이다. 위성방송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는 257만명, 스카이라이프가 인수합병하기로 한 현대HCN이 129만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OTT 시즌 가입자까지 있다. 1300여만명의 가입자가 KT 미디어 채널에 가입돼 있는 셈이다.

콘텐츠 업계에서 자체 플랫폼만으로 자생력을 가질 수 있는 가입자 기준은 '1000만명'으로 알려져 있다.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으면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자사 플랫폼에서만 제공해도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규모의 경제가 마련된다는 것이다. 1300만 가입자를 확보한 KT가 자체 콘텐츠 사업에 나서게 된 배경이다.

다만 KT의 '자체제작 콘텐츠'의 경쟁력이 얼마나 될 지는 미지수다. 네이버나 카카오의 경우 이미 웹툰, 웹소설 등 IP 경쟁력이 글로벌 수준에 올랐던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도 소위 '대박'을 터트릴 수 있었다.

하지만 KT의 IP 저장소인 스토리위즈는 현재 히트작이라 할 만한 것이 많지 않다.

KT 측은 신설법인 설립에 대해 "아직 투자규모나 제작 방향 등은 결정되지 않았고, 이날 법인 설립 등기 절차를 시작하는 등 극히 초기단계"라면서 "조만간 콘텐츠 투자 규모 및 전문인력 확보 방안 등을 마련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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