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성장률 더 낮춰라" 금감원 압박에 은행 눈치싸움(상보)
금융감독원이 은행 부행장들을 불러모아 대출 성장률 목표치를 더 낮추라고 압박했다. 은행들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지난해 대출 성장률을 감안해 올해 연간 대출 성장률 목표치를 3~6%선에서 잡았는데 이보다 더 낮추라는 요구에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6일 17개 은행 부행장들을 화상회의 방식으로 소집해 '가계대출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다. 올해 들어 두 번째였다. 금감원은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치않다고 판단해 지난해 9월 이후 지금까지 모두 네 차례 회의를 소집했다.
금감원은 앞선 회의에서 은행별로 가계대출 성장률 목표치를 연간, 월별로 내라고 요구했다. 26일 회의에서는 은행들이 낸 목표치를 토대로 하향 조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금감원은 특정 은행을 지목하진 않았지만 "일부 은행은 올해도 대출을 많이 늘리려 하는데 목표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감원은 다른 은행과 비교했을 때 목표치가 높은 은행들을 대상으로 개별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추이, 타은행 계획 대비 과도한 목표를 가진 은행은 개별적으로 (하향) 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감원은 은행별 숫자를 다 받은 만큼 한눈에 비교가 가능했지만 은행들은 타행 상황을 알지 못해 눈치만 보고 있다. A은행 임원은 "다른 은행 숫자를 모르기에 금감원의 지적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알 수 없어 애매하다"고 말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경우 연간 원화대출 성장률 목표치를 5%선에서 잡았다. 3%대로 대폭 낮춰 잡은 곳도 있었지만 대략 5~6% 수준이다. 가계대출 성장률 목표치는 이보다 더 낮은 3~4% 선이다. 2.5%로 잡은 곳도 있는 반면 원화대출 전체와 동일하게 6%대로 맞춘 곳도 있었다.
은행들은 목표치가 높지 않은 것은 물론 임의로 정한 숫자가 아닌데 무작정 하향조정하라는 요구에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통상 대출 성장률 목표치는 경제성장률, 지난해 대출 성장률을 고려해 정한다. 올해 명목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3%대고 지난해 대출 성장률이 7~8%였던 것을 고려하면 적정한 숫자라는 게 은행 입장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은행의 원화대출 성장률은 KB국민 8.6%, 신한 7.7%, 하나 7.4% 수준이다.
대출 성장률 목표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세우는 영업전략의 하나인데 금감원의 간섭이 과도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별 자체 계획을 존중하고, 상황에 따라 계획이 다르겠지만 감독당국 입장에서 마냥 대출이 늘어나는 걸 지켜볼 수만은 없다"고 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 기업대출 활성화를 위해 은행의 팔을 비트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정부는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돈을 잡고 싶은 건데 금융으로 해결하려 은행을 붙잡는 것"이며 "경제성장률보다 대출이 조금 더 성장하는 건 당연한 흐름인데 은행이 일부러 대출을 옥죈다면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기업대출을 늘리기 위해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측면도 있는데 규모가 큰 기업대출 위주, 새로운 성장기업 위주로 여신 포트폴리오를 개편하면 은행의 리스크만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은행들은 금감원 압박이 계속되자 한도 조정, 금리 인상 등 조치를 추가로 취했다. 우리은행은 29일부터 10개 신용대출 상품의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5000만원으로 축소했다. 이 중 6개 상품은 당초 1억원까지, 4개의 경우 8000만원까지 한도가 나왔다. 케이뱅크는 이날부터 직장인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금리를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 올렸다. 이에 최저금리는 2.64%, 3%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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