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그 자체가 편견!"

강윤주 2021. 1. 2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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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들만 살던 동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저자가 백인들만 사는 동네로 전학을 갔을 때 일이다.

편견의 원인과 작동방식을 면밀히 추적해온 인종 편견 연구의 권위자인 저자는 편견이 "사회화된 인간의 신경생리학적 반응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 또한 편견일 수 있다.

편견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다는, 그 오만한 편견을 깨트려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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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편견 연구의 권위자 제니퍼 에버하트 스탠퍼드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암묵적 편견은 두뇌 체계와 사회 격차가 만들어낸 왜곡된 렌즈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스노우폭스북스 제공

흑인들만 살던 동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저자가 백인들만 사는 동네로 전학을 갔을 때 일이다. 백인 친구들은 진심으로 그를 반겼지만, 막상 그는 친구들의 얼굴을 거의 구별할 수 없어 애를 먹었다. 백인 얼굴을 많이 보지 못한 탓에 모두 똑같이 보였던 것.

편견이 만들어지는 시발점은 ‘무지’다. 여기에 고정관념이 덧입혀지면 가공할 위력을 지닌 편견이 된다. 그 뿌리는 깊고 강하다. 가령 ‘흑인=범죄’ 공식은 백인뿐 아니라 흑인에게도 박혀있다. 저자의 다섯 살 아들은 공항에서 한 흑인을 보고 “저 사람이 비행기를 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어두운 밤 거울에 비친 자신을 범죄자로 오인하고 총을 겨눈 흑인 경찰의 사례도 있다.

편견·제니퍼 에버하트 지음·공민희 옮김·스노우폭스북스 발행·372쪽·1만7,000원

편견의 원인과 작동방식을 면밀히 추적해온 인종 편견 연구의 권위자인 저자는 편견이 "사회화된 인간의 신경생리학적 반응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축적된 경험에 따른 부조리한 인식을 넘어, 나도 모르는 사이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일종의 반사신경이란 것. 이런 ‘암묵적 편견’은 서두르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더 공고해진다. 미국 경찰들이 흑인 용의자에 대해 강경 진압에 나서는 원인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편견을 몰아내려면, 친숙하지 않은 ‘타인’을 하찮은 존재로 만드는 고정관념과 고정관념에 의지하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물론 이런 ‘당위’만으론 부족하다. 사회에 다양성을 키우고, 편견을 없애려는 훈련이 꾸준히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뻔한 이야기 아니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또한 편견일 수 있다. 편견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다는, 그 오만한 편견을 깨트려줄 수 있는 책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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