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이어갈 배우 누구일까".. '빌리 엘리어트' 최종 오디션

박성준 2021. 1. 2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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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시작하면 모든 걸 잊게 되고…그리고, 모든 게 사라져요.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아요. 내 몸 전체가 변하는 기분이죠. 마치 몸에 불이라도 붙은 느낌이에요. 전 그저 한 마리 날아오르는 새가 되죠. 마치 전기처럼요.”

춤을 만나 자신의 길을 걷게 된 영국 탄광촌 소년 이야기 ‘빌리 엘리어트’가 오는 8월 다시 찾아온다. 벅찬 감동을 선사하는 마지막 장면이 특히 유명한 영화 원작 뮤지컬이다. 발레와 탭댄스, 노래를 선보여야 할 주인공이 아동이어서 여느 뮤지컬과 다른 제작 과정을 거친다. 일찍 준비해도 서너 달 전부터 성인 배우들이 모여 연습을 시작하는 일반 뮤지컬과 달리 아역 배우 후보를 1년 전부터 불러 모아 ‘빌리 스쿨’로 이름 붙인 훈련 과정에서 연기와 춤, 노래를 가르치며 ‘빌리 엘리어트’의 감동을 이어갈 배우를 선발한다.

이번 무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2월부터 주인공 빌리 역에 160여명, 빌리 친구 마이클 역에 140여명이 참여한 1, 2차 오디션이 시작됐다. 그 결과 ‘쇼 앤 텔’로 이름 붙인 13명의 후보자를 위한 최종 오디션이 지난 27일 열렸다. 오랫동안 춤추며 노래하는 고된 시간을 보내야 했던 소년들이 그만큼 성장한 모습을 가족에게 선보이는 빌리 스쿨 졸업식 격인데 이 뮤지컬만의 전통이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후보 가족들은 물론 외국인 제작진 역시 온라인으로 서울 연습실에서 열린 ‘쇼 앤 텔’을 지켜봤다.

외국 제작진을 위해 영문으로 이름이 표기된 티셔츠 차림의 10대 초반 빌리와 마이클 역 후보들은 이날 긴장감 속에서 발레 기본 동작부터 탭댄스, 재즈댄스까지 다양한 춤을 단체로 선보였다. 성인 배우도 소화하기 힘들어 보이는 연속 회전 동작에 멋지게 성공하기도 하고, 때로는 넘어진 뒤 멋쩍게 웃으며 다시 시도하기도 했다.
제작진은 심사의 절대적 기준은 기교가 아니라 잠재력과 개성이라고 설명했다. 사이먼 폴라드 해외협력 연출은 “후보 아이들의 잠재력과 개성이 가장 중요하다. 저희가 아이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지난 11개월 동안 아이들이 보여준 태도와 개성이 번쩍이는 순간들을 주의 깊게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재은 국내협력연출도 “성인은 완성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선택하고, 아이들은 가능성을 보고 뽑는다”며 “아이들이 견뎌야 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인내심, 발전하는 속도, 기본적으로 실력이 뛰어난 아이보다는 잠재력이 있어서 그걸 폭발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아이를 뽑는다”고 강조했다.

작품 속 빌리가 “춤출 때 어떤 기분이냐”고 묻는 명문 발레 학교 심사위원 앞에서 “몸에 전기가 흐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하며 춤추는 장면에선 노래도 불렀다. 노래 시작 앞뒤로 마스크를 쓴 아이들 모습은 지난 1년간 그들이 호흡도 쉽지 않은 상태에서 격한 무용과 가창을 익히느라 얼마나 고생했을지 짐작하게 했다.

최종 오디션은 빌리와 마이클이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탭댄스를 추는 명장면을 시연하며 마무리됐다. 심사위원인 동시에 1년간 이들의 훈련을 담당한 국내 코치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사이먼 폴라드 해외협력연출은 “배역 결정은 아직 남아있지만 사실 오늘은 그것보다 아이들이 그동안 달성한 것들을 축하하고 기념하는 자리”라고 ‘쇼 앤 텔’이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아이들에게 발레 기초 동작을 가르친 노지현 국내협력안무는 “어린이들이 (배우로서 역량이)완성돼서 온 친구들이 아니기 때문에 기본부터 가르쳐야하는 상황이라,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작품”이라며 “하루 6시간 정도 거의 매일 발레, 탭, 아크로바틱, 필라테스, 재즈 등 수업이 진행되는데, 무에서 유를 창조해서 역할을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소개했다. 
이날 심사를 거쳐 3월 중 최종 선발된 ‘빌리’들은 공연까지 남은 6개월 동안 심화한 프로그램으로 작품 연습을 하게 된다. 박명성 신시컴퍼니 프로듀서는 “암흑 같은 코로나19의 엄중한 상황에서도 1년 가까이 여러 장르의 노래, 연기, 탭 댄스, 아크로바틱, 재즈 등 다양한 훈련을 소화해주신 우리 어린이 배우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큰 박수를 보내드린다”고 격려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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