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interview] 22번 이근호는 도전이다

류청 2021. 1. 2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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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류청]

“나이 먹으면 가장 무서운 게 자꾸 타협하려는 거예요. ‘이제 나이도 좀 됐잖아’라며 저 자신과 타협하려는 거죠.”

한국 나이로 서른일곱이 된 이근호(대구FC)는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확실히 안다.

2020시즌을 마친 뒤 새로운 팀을 찾을 때도 이근호라는 이름을 내세우기보다는 자신을 진정으로 바라는 팀을 찾으려 했다. 주위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했으니 헹가래 받고 멋지게 끝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이근호는 2021시즌을 제대로 보내고 싶었다.

무조건 잘 될 거라는 확신을 가진 건 아니다. 이근호는 무엇보다 아쉬움을 털어내고 싶다. “지난 두 시즌 동안 부상이 많았어요. 이렇게 그만두면 후회가 남을 것 같아서 제대로 해보고 싶었죠. 2년 동안 동계 훈련을 못 했어요. 최근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서 운동했으니 이제는 스트레스 없이 운동하고 싶어요. 마지막 좋은 기억을 남겨야죠.”

그런 마음을 먹었을 때 대구에서 연락이 왔다. 대구는 이근호에게 기회를 주고 도약할 수 있게 만들어준 곳이다. 이근호는 2007년과 2008년에 대구에서 뛰며 59경기에서 23골을 넣었다. 이 과정에서 이근호는 국가대표가 됐고 이후 J리그 무대로 진출했다. 우리가 아는 이근호는 8할이 이 시절에 형성됐다.

“처음에 제안 이야기를 듣고 ‘저는 좋은데, 대구가 괜찮겠어요?’라고 물었어요. 젊은 선수가 많고 팀 콘셉트가 확실하니까요. 조건은 물어보지 않았어요. 조광래 대표이사와 이병근 감독이 전화해서 ‘해보자’라고 하셨어요. 저는 (입단 제안이) 무조건 감사하다고 했죠. 사실 대구는 제게 잊을 수 없는 팀이지만 다시 오긴 쉽지 않아 보였거든요.”

이근호는 대구에 합류한 뒤 가장 먼저 받은 건 위로다. “대구의 한 직원이 옛날 제 플레이를 보면서 축구에 입문하고 대구를 좋아하게 된 이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운동장에 있는 게 좋을 거 같다고요. 장비 담당 직원은 어렸을 때 저랑 찍은 사진도 있어요. 당시 코치였던 손현준 김포시민축구단 코치도 만났는데 ‘넌 무조건 한 번은 대구에 와야 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너무 감명 깊었고, 동기부여도 됩니다.”


대구는 이근호가 뛰던 시절보다 훨씬 좋은 팀이 됐다. 성적뿐 아니라 환경도 발전했다. 주축 선수들은 이근호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 이근호는 “제가 (당시보다) 발전한 것보다 대구가 발전한 게 더 커요. 처음에는 좋았는데 사실 다시 도전하는 게 부담도 되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너무 기대됩니다”라고 했다.

이근호는 올 시즌 22번을 선택했다. 14년 전 대구에서 처음으로 달고 뛰었던 번호다. 다시 도전자로 돌아가자는 의미다. 이근호는 당시 22번을 달고 겁 없이 그라운드를 누볐다. 조금 투박해일지라도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뛰는 이근호를 보며 축구의 맛을 본 이들이 많았다. 도전하는 이근호는 길고 거창한 목표가 없다. 그는 “상상을 하긴 하지만, 그건 나중 일이에요”라고 강조했다.

“올해만 보고 있어요. 다치기 전까지는 오래 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부상 당하고 그러니까 쉽지 않더라고요. 이번 1년만 봐요. 조 대표가 ‘너 하기에 달렸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올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뭔가가 결정될 거예요. 나이 먹으면 제일 무서운 게 자꾸 타협하게 돼요. ‘나이 먹었으니까…’ 이런 생각 하며 자신과 타협하려고 하죠. 그런 생각이 익숙해지면 다시 올라서기 어려워요. 노련하게 차면 된다지만 그게 쉽지 않아요. 어렸을 때처럼은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 수준으로는 해야 합니다. 그래야 경쟁력이 생겨요.”


이근호는 “시작은 잘했어요”라며 웃었다. 그는 “분위기도 너무 좋고, 저도 어린 친구들이랑 직접 부딪히면서 축구하는 게 오랜만이라 기분이 남달라요. 이 팀하고 잘 맞아요. 어린 친구들이 많으니 해줄 수 있는 역할도 있고, 축구 쪽으로 조언해 줄 수 있는 것도 많아요. 룸메이트는 장성원인데, 나름 괜찮게 지내고 있어요. 뭐든 같이 하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2021시즌에 부활만큼 기대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대구 관중이다. “예전에도 대구에 의외로 관중이 많았어요. 운동장이 워낙 커서 없어 보였던 겁니다(웃음). 빨리 코로나19로 인한 상황이 끝나서 관중을 보고 싶어요. 정말 기대돼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도 하잖아요. 대구 유니폼을 입고 챔피언스리그에 나갈 줄이야!”

인터뷰 내내 이근호는 약속이나 구호를 앞세우지 않았다. 솔직하게 현 상황과 바람 정도를 언급했을 뿐이다. 그가 말한 대로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확실한 게 하나 있다. 이근호는 14년 전이나 지금이나 포기하지 않는 도전자다. 22번 이근호는 도전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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