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시진핑 訪韓 애원과 中의 한·미 이간

기자 2021. 1. 2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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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정상이 26일 8개월 만에 전화 통화를 했다.

이번 통화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미국을 향해 작은 파벌 만들지 말라고 강조한 다음 날 이뤄졌고, 한·미 정상 간의 접촉 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시기적 의미가 크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동맹국과 연대해 중국을 압박할 것이란 우려 속에 미국이 한국의 린치핀 역할을 강조하자 한·미 공조가 강화되기 전에 한국의 대미 경사를 견제하려는 중국식 우군 확보 작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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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지역연구센터장

한·중 정상이 26일 8개월 만에 전화 통화를 했다. 이번 통화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미국을 향해 작은 파벌 만들지 말라고 강조한 다음 날 이뤄졌고, 한·미 정상 간의 접촉 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시기적 의미가 크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동맹국과 연대해 중국을 압박할 것이란 우려 속에 미국이 한국의 린치핀 역할을 강조하자 한·미 공조가 강화되기 전에 한국의 대미 경사를 견제하려는 중국식 우군 확보 작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중국 런민르바오(人民日報) 보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중국 공산당 성립 10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인사말을 건넸다고 한다. ‘통상적인 덕담’ 치고는 과공(過恭)이다. 또,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중국 측의 역할을 주문하면서 시 주석의 방한(訪韓)을 요청했다. 이에 시 주석은 북한의 도발 억지를 관리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비핵화가 공동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원론적 입장과 함께 남북 및 미·북 대화를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양국 간 문화 교류 확대와 함께 포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서 한국과의 소통을 강조해 미국을 의식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중 양국의 관심사는 기본적으로 다르다. 한국은 시 주석의 방한을 강조했지만, 중국은 런민르바오를 통해 시 주석 방한 문제는 언급도 하지 않은 채 문화와 경제 교류만 보도했다. 2017년 10월의 사드(THAAD) 합의도 합의가 아니었듯, ‘비핵화’가 북한 비핵화인지도 명확히 하지 않았다.

중국의 태도가 이러한데도 문 정부는 남북 대화 재개와 미·중 간 힘의 대결 틈바구니에서의 전략 공간 확보에 쫓기면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중국과의 중대 경쟁에 직면해 있고, 안보와 번영·가치가 도전받고 있다면서 대중 압박을 지속할 것임을 밝힌 상태다. 이 상황에서 중국적 세계 질서를 뜻하는 ‘운명공동체’라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중국의 국제 지위 상승을 강조하면서 중화민족 부흥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찬사는 외교적 수사 범위를 엉뚱하게 넘어선 언사다. 이는 한국의 외교적 공간을 스스로 제약하는 것과 다름없다.

중국이 최대 후견국을 자처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인식도 엇박자다. 북한은 연초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핵무력 고도화’와 ‘무력 적화통일’을 공식화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식 대북 접근법의 전면 폐기를 선언하고 새로운 전략의 수립을 천명했는데 트럼프 정부 성과를 계승해 싱가포르 합의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거나, 한·미 동맹 사안인 한·미 연합훈련을 북한과 논의하겠다는 것은 한·미 동맹에 대한 자기부정이며, 북한 비핵화가 전혀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는 어불성설이다.

북한은 한국을 철저히 무시하고, 중국은 ‘시장의 무기화’와 관리 가능한 북한을 내세워 한국을 압박한다. 중국 군함이 백령도 인근까지 접근하고 한국 방공 식별 구역을 60여 차례나 무단 진입하는데도 속수무책이다. 이 상황에서 한·미 동맹의 근간이 흔들려선 안 된다. 당연히 바이든 행정부와의 정책 조율을 최우선 해야 하며, 대미 외교 전략 부재를 파고드는 중국의 전략적 접근에 대응하지 못하면 우리의 외교 공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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