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보언니 챌린지] 새해 첫 수업 '팬텀싱어3' 소리꾼 고영열..뜻밖의 '이불킥'

2021. 1. 2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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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고영열의 소리교실'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옛말은 틀리지 않았다. ‘시작이 반’이라거나, ‘첫 단추를 잘 꿰야한다’거나. 한국인이라면 ‘시작’과 ‘처음’의 중요성은 귀가 닳도록 들어왔다. 잘 모르는 분야를 ‘배워보자’며 호기롭게 시작한 ‘쫄보언니 챌린지’의 첫 수업도 그런 이유로 중요했다. 과연 ‘누구와 어떻게, 언제 시작할 것인지’ 고민한 시간만 해도 한 달. 심사숙고를 거듭해 지난 여름 만난 첫 선생님은 바로 소리꾼 고영열이었다. ‘팬텀싱어3’(JTBC)를 통해 라비던스 팀으로 2위를 기록하며 음악으로 세계여행을 떠나게 해준 주인공이다.

‘왕의 귀환’이다. 계절이 두 번 바뀌고 나서야 만남이 성사됐다. ‘쫄보언니 챌린지’ 시리즈의 첫 선생님을 새해를 여는 ‘첫 번째 선생님’으로 다시 한 번 ‘모셨다’. 이것은 마치 ‘일타 강사’의 인기 강좌를 수강하기 위해 ‘광클’에 온 힘을 쏟은 기분. 덕분에 오랜만에 ‘고영열의 소리 교실’이 문을 열었다. 언제나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아닌 만큼, 특별히 2부작으로 진행된 수업이다.

사실 고영열은 어느 때 못지 않게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팬텀싱어3’ 이후 고영열과 라비던스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고, 지난 연말엔 문화체육관광부 표창까지 받았다. 고영열은 “더 잘 하라는 의미인 것 같다. 더 잘해서 문화 발전에 기여하겠다”며 몸을 낮췄다. 게다가 새해와 함께 ‘팬텀싱어 올스타전’(JTBC)이 출항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만난 자리의 고영열은 활기가 넘쳤다.

지나온 시간 만큼이나 ‘소리의 세계’엔 ‘마음의 거리’가 생긴 것도 사실. 잠시 스쳐간 제자의 게으름과 시간의 야속함을 간파한 고영열 쌤은 발성부터 차근차근 수업을 시작했다. 제대로 된 발성을 위해선 자세부터 중요했다. 고영열 쌤은 “배에 힘을 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목표치에 도달하기 위해선 기준보다 높게 잡아야 하는 것”처럼 “배에 힘을 주기 위해선 아래에서부터 힘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허벅지부터 단전까지 단단히 힘을 주고 서야 제대로 된 ‘발성’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소리의 세계에 발을 담그는 것은 스포츠에 버금갔다. 그래서인지 “소리하는 사람들은 하체가 탄탄하다”고 한다.

하체에 힘을 주고 서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자꾸만 엇박자가 났다. 힘을 주다가도 입을 벌리면 힘이 풀리기 일쑤. 반복 학습을 이어간 끝에 성공해보니, 힘을 줘서 소리를 낼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실감했다. ‘아’ 한 마디에도 힘이 실렸다. 특히나 그네를 타고 오르내리듯 음을 실은 ‘아아’를 연발하자, 폭포수 아래에서 ‘득음’을 경험한 듯한 착각도 들었다.

고영열. 박해묵 기자/mook@

‘소리의 기초’를 전수하기 위해 고영열 쌤은 특별히 ‘고수’로 변신했다. 뭐든지 하나만 하는 법이 없는 ‘멀티 플레이어’다. 선생님 앞의 제자가 자꾸만 작아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 수업은 판소리와 남도 민요를 제대로 익히기 위해 기본 음들을 익히는 것으로 이어갔다.

먼저 중심이 되는 음을 뜻하는 ‘본청(本聽)’. 본청에선 발성법을 적용해 몇 번의 ‘아아’를 질러봤다. 중심이 되는 음인 만큼 난이도는 가장 기본이었다. 이어진 수업은 ‘떠는 음’을 일컫는 ‘농음’.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서양 음악 속 비브라토의 국악 버전이다. 말 그대로 ‘음이 흔들리는’ 것이니, 손의 움직임을 따라 소리를 내보면 어설프게 흉내내는 정도는 가능했다. 지난 여름 고영열 쌤의 가르침이 불현듯 스쳤다. 잊고 있었던 자전거 타는 법을 기억해내듯, 몸과 목이 자연스럽게 소리를 냈다.

가장 쉽지 않은 것은 ‘꺾는 음’이었다. 선생님의 소리를 귀로 들어, 몸으로 체득해 입으로 나오기까지가 쉽지 않았다. 소리를 낼 때 몸을 ‘훽’ 꺾어주면 좀 더 쉽게 ‘꺾는 음’을 낼 수 있다는 꿀팁이 방출됐다. 이런 난관이 없었다. 몸과 함께 소리를 꺾어 내질러보니 삐그덕 거리는 로봇이 된 기분. 볼품없는 모양새와 소리가 이어졌음에도 고영열 쌤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최고 난도는 세 가지를 한꺼번에 하는 것이었다.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은 아니었다. ‘왕도’도 없었다. 고영열 쌤은 “이 연습은 지금도 목 풀 때마다 하고 있다”며 “완성이 되는 것이 아닌 늘 함께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팬텀싱어3 올스타전'에서의 고영열

고영열 쌤은 타고난 강사 체질이었다. 족집게 강의를 하듯 시범과 함께 이어진 수업은 이해도가 높았다. 게다가 바로 옆에서 최고의 스승의 소리 시범을 듣고 있으면, 어떤 발성도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선생님의 박수와 칭찬에 텐션이 점점 높아지기도 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미처 몰랐다. ‘소리의 기초’를 배우며 ‘아아’만 연발하다 보니, 제법 괜찮은 소리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최근 ‘팬텀싱어 올스타전’이 방송됐다. 고영열 쌤이 속한 라비던스는 방송에서 서도민요 ‘몽금포타령’과 경기민요 ‘배띄워라’를 매시업해 선보였다. 휘몰아치는 감정에 전율이 흐르며 눈물까지 고였다. 감정의 늪에 빠져 견디기 어려워지자, 문득 이날의 수업이 떠올랐다. 이런 대단한 선생님을 모셔두고, 이토록 허름한 소리를 내는 제자라니…. 자괴감이 들끓는 밤, ‘이불킥’의 연속이었다. 그제야 단전까지 힘이 실렸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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