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준비할 때

2021. 1. 2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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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계기업 구조조정 얘기를 좀 해볼까 한다.

경직적인 노동시장 구조나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 등을 고려할 때 이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이제는 피할 수만은 없다.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경제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외부 충격 때문에 한계기업의 취약성이 더욱 뚜렷하게 표출되고 있는 지금이 바로 구조조정을 위한 준비 작업을 시작할 때인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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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계기업 구조조정 얘기를 좀 해볼까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의 한가운데서 대다수 기업이 ‘오늘의 생존’을 걱정하는 상황에서 무슨 한가한 소리냐고 할 수 있으나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정책 당국은 지난해 코로나19의 급습으로 채무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상환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조치를 취했다. 또 최근 정치권은 올해 3월 말 도래하는 시한의 연장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으로 도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옥석을 가리지 않고 사실상 모든 기업에 대해 지원이 이뤄짐으로써 금융의 선별 기능을 근본적으로 훼손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방식이 향후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최근 연구에 의하면, 외감기업 중 3년 이상 동안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차입금에 대한 이자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업의 비율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소 등락은 있으나) 13% 내외 수준을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환경의 변화에 따라 한계기업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10년이 넘는 긴 기간에 한계기업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경제 시스템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을 신속하게 퇴출시키는 장치가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한계기업이 퇴출되지 않고 시장에 머무르는 데서 발생하는 가장 직접적인 문제는 생산성이 높은 분야에 투입돼야 할 생산요소를 비효율적인 부문이 점용해 국민경제의 생산 기반을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또 그에 못지않은 문제는 한계기업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덤핑과 같이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함으로써 정상적인 상태에 있는 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한계기업의 퇴출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고용이나 투자는 물론 생산성의 측면에서도 한계기업이 속한 산업 전체가 피해를 볼 수 있다. 이는 여러 차례에 걸친 국내외 연구에 의해 명확하게 밝혀지기도 했다. 한계기업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퇴출을 담보하는 장치를 확보하는 것은 국민경제의 역동성과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중요한 과제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실업이나 지역사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한계기업의 구조조정 문제를 가급적 미루고 회피하는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 경직적인 노동시장 구조나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 등을 고려할 때 이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이제는 피할 수만은 없다.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경제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외부 충격 때문에 한계기업의 취약성이 더욱 뚜렷하게 표출되고 있는 지금이 바로 구조조정을 위한 준비 작업을 시작할 때인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으로 사회안전망을 대폭적으로 확충해 구조조정에 대한 극단적인 거부감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을 이유로 발생한 실업에 대한 실업급여의 기간과 조건을 대폭 완화 적용함으로써 실업 기간에 일정 수준의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 재교육이나 훈련 등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에 집중해 실업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도 있다. 이와 함께 지나치게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중소기업 정책자금 규모를 서서히 축소하고, 지원 조건을 시장 환경에 부합하도록 개편을 진행해야 한다. 스스로의 힘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기업이 정부의 지원에 의존해 연명해나가는 현상은 원천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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