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행동주의 펀드' 압박에 경영진도 갈아치우는 엑슨모빌

이슬기 기자 2021. 1. 2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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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에너지기업 엑슨모빌이 신재생 에너지 전문가 1명 이상을 이사진으로 선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신생 행동주의 투자기업인 엔진넘버원(Engine No.1)이 엑슨모빌 이사회에 풍력기업 전 최고경영자(CEO)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 전문가 네 명을 신규 이사로 선임하겠다고 공식 서한을 보낸지 한달 보름여만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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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개발'차 신규 이사 1명 이상 선임
이르면 내달 2일 실적 발표서 공개할 수도
행동주의 투자기업 "이사회 40% 갈아엎겠다"
석유 시추 수익률 지적하며 "지출 축소" 압박

2019년 10월 뉴욕주 연방대법원 앞에서 엑슨모빌의 '화석연료와 기후변화 연관성 묵인' 혐의 관련 재판을 기다리는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세계 최대 에너지기업 엑슨모빌이 신재생 에너지 전문가 1명 이상을 이사진으로 선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그린 뉴딜'을 선언한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전후로 행동주의 펀드 등 투자자들로부터 지속가능한 개발 흐름에 동참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관련 조치를 채택할 준비에 나선 것이다.

'행동주의'는 헤지펀드가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채택하는 다양한 운용전략 중 하나다. 경영진의 잘못된 회사 운영으로 가치가 떨어진 기업의 지분을 매입한 뒤 회사 경영에 적극 개입해 주가를 끌어올리고, 이 과정에서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해당 분야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날 WSJ에 "엑슨모빌이 이사회에 한 명 이상의 신규 이사를 선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복수의 소식통은 사측이 온실가스 감축과 지속가능한 투자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행동주의 투자기업 디이쇼(D.E.Shaw)와 이번 사안을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엑손모빌은 성명에서 "(행동주의 투자기업) 엔진넘버원의 요구에 따라 12월 중순부터 이 문제에 대해 협력하고 있으며 이사회가 신규 이사 후보자들을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몇 주 간 주주들에게 지속 가능하고 장기적인 가치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것"이라며 "탄소 배출 감축의 핵심인 기술 사업화 주도권과 파리협정에 근거한 사회적 목표 충족 등 기업 실적과 기후변화 대응 조치도 업데이트해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엑슨모빌은 이르면 내달 2일쯤 2020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신규 이사 선임 내역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는 아직 확정된 내용이 아니라고 WSJ은 전했다. 복수의 소식통은 엑슨모빌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이번 실적 발표에서 '역대 최장 기간의 연속 적자'라는 우울한 소식을 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신생 행동주의 투자기업인 엔진넘버원(Engine No.1)이 엑슨모빌 이사회에 풍력기업 전 최고경영자(CEO)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 전문가 네 명을 신규 이사로 선임하겠다고 공식 서한을 보낸지 한달 보름여만에 나왔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을 강화하지 않으면 이사진 10명 중 4명을 갈아엎겠다는 경고다. 사측은 플레어링(가스전에서 배출되는 잉여가스를 태우는 것)을 2030년부터 중단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겠다고 했다.

◇"수익 낮은 석유 시추 등 지출 줄여라" 비용 절감도 약속

이날 텍사스주(州) 어빙 소재 엑슨모빌 본사 측도 현재의 지출 감소세에 더욱 속도를 붙여 향후 5년 간 자본 지출에서 수십억 달러를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엔진넘버원이 엑슨모빌에 지출을 축소해 배당금을 보전하라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석유 시추처럼 수익이 떨어지는 사업에는 공격적인 지출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엔진넘버원은 앞서 엑슨모빌이 2022~2025년 자본지출 계획에서 기존 대비 200~250억달러를 줄이겠다고 한 비용절감안을 두고 미흡하다고 혹평했다. 특히 석유 탐사·생산에 투자한 자본 수익률이 10년전까지는 35%에 달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6%대로 폭락했다면서 새로운 성과 지표를 만들어 보상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대런 우즈 엑슨모빌 CEO는 지난해 초 성명에서 2025년까지 석유 및 가스 생산을 하루 100만 배럴 이상 늘리겠다며 "생산 증대에 더 많은 돈을 쓰겠다"고 선언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화석연료 수요가 급감하면서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결국 지난 11월 해당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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