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면에 민간이 나섰다..국무부 후원받아 납북자 2만명 DB 구축

김명성 기자 2021. 1. 2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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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인권단체들이 국제적 차원에서 북한 정권에 의한 자의적 구금과 납치 등 반인도범죄와 전쟁범죄 사례 2만여건을 모아 온라인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다./풋프린츠 홈페이지 캡처

“정부가 외면하니 민간이 나설 수밖에요.”

국내외 인권단체들이 북한 정권의 납치·구금 등 반인도범죄와 전쟁범죄 사례 2만여 건을 수집해 누구든지 열람할 수 있는 온라인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다. 스위스의 비정부기구인 휴리독스(HURIDOCS)와 국내 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북한인권시민연합 등 9개 인권단체가 28일 인터넷 웹사이트 ‘풋 프린츠’(https://nkfootprints.info)를 연 것이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IT 기술을 접목해 접근성을 높이는 등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하고자 했다”며 “북한 당국을 적극적으로 압박해 인권 문제 해결에 나서게 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 프로젝트에 소요된 재원은 전액 미 국무부가 후원했다.

이 단체들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풋프린츠(발자국)는 북한 내에서 벌어졌거나 북한이 저지른 자의적 구금과 납치, 강제실종 사건 기록을 모아 구축한 통합 자료체계”라고 설명했다. 이 사이트에선 6·25전쟁 국군포로나 1969년 납북된 대한항공(KAL) 여객기 탑승자 등 1950년부터 2016년까지 납북된 것으로 보고됐거나 추정되는 한국인과 외국인 2만여 명의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단체들은 “추가로 피해자 7만여 명의 데이터로 순차적으로 입력할 것”이라고 했다. 영어와 한국어, 일본어 등 3개 언어로 구축된 풋프린츠에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상정보와 사진, 증언 등이 담겼다. 피해자의 경우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 체포·납치·실종 지점을 표시한 지도가 수록돼 있다.

이 사이트에선 유엔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WGAD)과 ‘강제적·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WGEID), 국제적십자위원회, 국제민간항공기구 등에 제출된 진정서와 북한 당국이 혐의를 부인한 답변기록도 확인할 수 있다. 피해자 가족과 지원단체들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한국 정보기관과 경찰 등의 수사기록과 비밀해제자료, 행정기관 문서 등도 열람할 수 있다.

김소희 북한인권시민연합 선임간사는 “정부의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비공개지만 풋프린츠는 탈북민과 피해자들을 인터뷰해 수집한 광범위한 자료를 모두 공개한다”고 말했다. 인권단체들은 “이번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해 70년 넘도록 문제 해결을 기다리다 고령으로 사망하는 피해자와 가족들의 사건 기록을 영구 보존해 진상규명과 책임추궁, 배상, 추모 등에 쓰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데이터베이스 구축은 2017년부터 미 국무부의 후원으로 전환기정의워킹그룹과 북한인권시민연합이 공동으로 착수했으며, 올해부터는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이 이를 유지하고 기록물과 기능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북한 정권에 의한 자의적 구금, 납치, 강제실종 등 관련 자료를 모으는 작업에는 북한인권시민연합을 비롯해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북한정의연대, 1969년 KAL기 납치피해자가족회, 물망초, 노체인, 6·25국군포로가족회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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