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포대로 웨이트한 정우영, "기회 잡고 싶었다, 세배 세리머니 약속"
[골닷컴] 이명수 기자 = 정우영은 프라이부르크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2019년 여름, 바이에른 뮌헨을 떠나 프라이부르크 유니폼을 입었지만 쉽게 출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출전 기회를 늘리기 위해 2020년 1월, 바이에른 뮌헨 2군으로 다시 임대를 떠나기도 했다.
그리고 맞이한 2020-21 시즌에서 정우영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전보다 그라운드를 밟는 빈도가 늘었다. 빌레펠트와의 11라운드에서 환상적인 칩슛으로 추가골을 터트렸고, 지난 주말 슈투트가르트를 상대로 결승골을 기록하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프라이부르크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정우영과 27일, 비대면 화상회의 방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분데스리가 중계방송사 KBS를 비롯해 국내 4개 매체가 참가했다.
정우영은 슈투트가르트전에서 얼굴을 다친 탓에 반창고를 붙이고 등장했다. 정우영은 당시 상황에 대해 “첫 느낌은 사실 아프지 않았다. 그저 몸싸움이라 생각했다. 얼굴을 만졌을 때 피가 났다. 축구하면서 처음 피를 봐서 놀라서 누웠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 팀닥터에게 빨리 치료해달라고 이야기했다. 빨리 스테이플러로 처치하고 경기에 나섰다”고 말했다.
부상으로 인한 아픔보다 뛰고 싶은 의지가 강했다. 지난해 12월에도 손가락 골절 부상을 참고 경기에 나섰던 적이 있다. 정우영은 “손가락 부러진 상황은 잘 기억이 안난다. 뛰는 도중에 느낌이 안 좋아서 봤는데 부러져있었다. 언제 필드에서 뛸지 모르는 건데 참고 뛰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우영은 호리호리한 체격을 갖고 있다. 가벼운 몸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빠른 스피드를 자랑한다. 하지만 최근 정우영은 피지컬이 탄탄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우영은 거친 독일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신의 노력을 전했다.
먼저 분데스리가에 대해 정우영은 “피지컬 적인 면에서 다른 것 같다. 상남자 축구를 한다는 느낌 받는다”면서 “감독님도 저에게 피지컬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 이겨내야 한다고 말씀 많이 하신다. 코로나 때문에 축구가 쉬고 있을 때 혼자서 웨이트도 많이 했다. 팀트레이너 분들께도 물어봐서 조언도 해주셨다. 그때 볼 감각보다 피지컬을 중점으로 두고 운동 많이 했다. 쌀가마 2kg짜리를 손잡이로 만들어서 이두근 팔운동을 했다”고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이어 “사실 (스피드가 느려질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웨이트로 인해 몸이 불었을 때 경기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 하는데 스피드가 떨어지고 볼 감각이 떨어질까봐 걱정했다. 하지만 지금 스피드는 좋아진 것 같다. 제가 해왔던 운동들을 많이 해서 커버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우영을 지도하는 슈트라이히 감독은 프라이부르크에서만 10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다. 프라이부르크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엄격하면서도 때로는 소탈한 모습을 보여준다. 최근 훈련장에 쌓인 눈을 직접 넉가래로 밀고 닦아 화제가 됐다.
정우영은 슈트라이히 감독에 대해 “정말 냉정한 사람인 것 같다. 누가 몸값이 높고 유명한 선수이든 좋은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다음 사람에게 기회를 많이 준다. 그만큼 냉정한 사람이다. 골을 넣었을 때는 채찍질을 많이 하고, 좋은 말보다 쓴소리를 많이 한다. 여기에 안주하지 말라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골을 못 넣었을 때도 많은 조언을 하신다. ‘공격수는 포인트를 중요시한다’와 같은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경기장 밖에서는 할아버지 같다. 저희와 장난도 많이 치고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신다. 세트피스 훈련하는 날 선수들은 운동하는 감독님이 눈을 치우고 계셨다.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 들면서 재밌었다”고 언급했다.
이번 시즌 정우영의 목표는 5골이다.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2골을 넣었으니 목표 달성에 한걸음 다가섰다. 정우영은 설날을 맞아 한국 축구팬들을 위한 세배 세리머니를 약속했다.
정우영은 “감독님께서 ‘열심히 했으니 이렇게 하면 기회가 올 것이다’고 말해주셨다. 그것만 보고 열심히 했다. 기회를 잡으려 했다”면서 “스스로 5골이 시즌 시작할 때 생각했던 목표였다. 골 넣으면 세배 세리머니 하겠다. 늘 이렇게 응원해주시고 늦은 시간에 경기할 때도 챙겨봐 주셔서 감사드린다. 걱정 많이 하셨는데 얼굴, 손가락 괜찮다. 다음 경기도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 = Getty Images, 줌 캡처, 프라이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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