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이맘때, 생각나는 겨울별미 "이맛에 간다"

조용철 입력 2021. 1. 2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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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고 담백한 생선살이 입에서 살살 녹는 '뜨끈한 탕' 한 그릇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여행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먹거리일 것이다. 사시사철 제철 재료로 차린 음식을 만나야만 진짜 맛을 만나게 된다. 딱 요맘때, 절정에 오른 겨울별미. 추위를 떨쳐내려고 국수 한 그릇 말아 먹거나, 출출할 때 한입 베어물게 만드는 도넛은 만든 장인의 인생사를 들어보는 것 같다. 단순한 말로는 이를 다 설명할 수 없다. 따뜻한 음식으로 추위도 녹이고 아이들과 함께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신선하고 푸짐한 제철 음식을 만나러 지금 떠나보자.

해남 한정식 /사진=조용철 기자
해남 한정식 /사진=조용철 기자

■산해진미로 상다리 휘어지는 해남 한정식

전남 해남, 땅끝에서 나는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다보면 보약이 따로 없다. 남해와 서해를 품고 있는 해남은 딱 지금이 제철인 재료로 맛도 있고, 멋도 있는 계절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서해와 남해를 함께 품은 덕분에 언제나 손쉽게 싱싱한 해산물을 구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다른 지방에 비해 음식이 건강하다. 해산물과 함께 해풍을 맞고 자란 채소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맛의 진수를 만날 수 있다.

이에 해남군은 여행객을 위해 '해남 8미'를 엄선해 추천한다. 보리밥과 산채정식, 떡갈비, 닭코스 요리, 삼치회, 생고기, 황칠오리 백숙, 그리고 한정식이다.

그중에서 해남의 한 한정식집을 찾았다. 남도에서도 귀한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차리는 정성스러운 상차림이다. 해남 한정식은 무엇보다 신선한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풍요로운 지역답게 해남 한정식은 산과 바다에서 나온 각종 재료들로 차려진다. 땅끝 청정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해산물부터 황토 땅에서 자란 농산물 등으로 만든 산해진미가 한상 가득 나오면 임금님 수라상도 부럽지 않다. 현재는 남도 전통한정식, 퓨전한정식 등 상차림도 다양해졌다.

해남 읍내에 있는 천일식당, 대흥사 입구에 있는 전주식당, 땅끝마을에 있는 종가집한정식 같은 노포(老鋪)들이 특히 유명하다.

울진 대게 /사진=조용철 기자
울진 대게 /사진=조용철 기자

■겨울철 별미, 울진대게

겨울철 대게찜은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향기와 촉감, 짭짤하고 고소한 맛. 대게는 과연 겨울 식도락의 정수라고 할 만하다.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는 대게는 찬바람이 불어야 속이 찬다.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가 제철이지만 살이 통통하게 오른 대게는 2월부터 제대로 맛볼 수 있다.

대게는 단지 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몸통에서 뻗어나온 8개의 다리 마디가 마른 대나무를 닮아 대게로 불린다. 대게 중에서도 최상품은 박달대게다. 속이 박달나무처럼 단단하게 차고 맛과 향이 뛰어난 박달대게는 배 한 척이 하루 2∼3마리만 낚을 정도로 귀하다. 경매가도 한 마리에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대게의 고향은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 떨어진 왕돌초 일대다. 왕돌초는 맞잠, 중간잠, 셋잠 등 3개의 봉우리로 이뤄진 수중암초지대로 넓이가 동서 21㎞, 남북 54㎞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 수중 경관이 아름답고 한류와 난류가 교차해 126종의 해양생물이 분포하는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졌다.

대게철을 맞은 후포항에서는 매일 아침 큼직한 대게들이 어판장 바닥에 깔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게는 껍질만 빼고 모두 먹을 수 있다. 찜통에 10~15분 정도 쪄낸 대게 다리를 부러뜨려 당기면 하얀 속살이 나온다. 게 뚜껑을 열어 뜨끈뜨끈한 밥과 비벼먹는 게장도 별미 중의 별미다. 대게 이웃사촌으로 흔히 홍게라고 알려진 붉은대게. 생김새는 대게와 비슷하지만 전체적으로 붉은 빛이 강하다. 붉은대게는 몸 전체가 짙은 주홍색이다. 붉은대게는 늦가을부터 겨울을 거쳐 이듬해 봄까지도 입맛을 살려주는 별미로 대접받는다.

태안 게국지 /사진=조용철 기자
태안 간자미무침 /사진=조용철 기자

■서해바다 별미를 찾아 떠나는 태안

충남 태안의 대표적인 향토음식 중 하나는 '게국지'다. 해산물이 풍부한 태안반도에선 예전부터 게장을 담가 먹었다. 태안 꽃게의 특징은 속이 꽉 차고 육질이 단단해 꽃게 특유의 담백함이 그대로 살아 있다는 점이다. 영양분도 풍부하다. 김장김치의 국물과 꽃게의 달콤한 맛이 어우러지면서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농게, 꽃게 등으로 수차례 게장을 담근 게장국물에는 무기질, 단백질이 풍부하다. 이 국물은 자연스레 맛과 영양이 풍부한 게국으로 만들어진다. 보통 김장김치가 떨어질 때쯤인 이른 봄부터 겉절이, 얼갈이배추, 열무김치 등을 이 게장과 함께 끓여 먹던 충청도 지역의 서민음식이다.

태안에선 게장 국물과 호박을 함께 넣고 아무렇게나 버무린 김장김치를 '게국지'라고 불렀다. 어느 정도 익어 맛이 스며들면 국처럼 끓여 먹었는데 게국의 짠맛과 호박의 달콤함이 어우러지면서 환상적인 맛을 냈다. 하지만 최근 태안 인근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게국지는 본래 토속음식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최근엔 묵은지 찌개에 살이 꽉 찬 꽃게를 넣고 끓이는데 꽃게탕 비슷하다.

10월~2월까지 가장 맛이 좋은 넙치도 태안의 별미다. '광어'라는 방언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간자미는 콜라겐 성분이 풍부하면서도 담백해 맛이 일품이다. 회로 가장 많이 먹지만 회무침도 맛있다. 갯벌의 산삼이 낙지라면 바다의 산삼은 해삼이다. 해삼을 잘게 썰어 야채 등과 버무려 물회로 먹으면 건강하고도 향긋한 바다내음이 몸 안 가득 퍼진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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