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금지령 어기고 손님 끌어모아 "리베르테!" 외친 프랑스 식당 주인

파리/손진석 특파원 2021. 1. 28. 10: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방역 수칙에 정면 도전한 니스 식당 주인 결국 경찰에 구금돼

27일 낮(현지 시각) 지중해 연안의 프랑스 휴양도시 니스 시내의 ‘포피’라는 식당에 손님 100명 가량이 내부를 가득 채웠다. 의도적으로 정부의 영업 금지령을 어긴 것이다. 프랑스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작년 10월말부터 모든 식당과 카페의 테이블 영업을 금지하고 있다.

식당 주인 크리스토프 윌슨은 주방에서 음식이 담긴 접시를 몇 개 들고 나왔다. 그는 손님들 앞에 서서 큰 목소리로 “리베르테(liberté·자유)”라고 외쳤다.

그러자 일어서 있던 손님들도 “리베르테”를 연호하면서 박수를 치고 환호했다.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장기간 지속되는 영업 금지령에 지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영업 금지령에 정면으로 도전한 포피 주인 크리스토프 윌슨이 음식을 손님들에게 나르고 있다./니스 마탱

정부의 방역 수칙에 정면으로 도전한 이 장면은 트위터를 비롯해 소셜 미디어에서 즉각 화제가 됐고, 르피가로를 비롯한 주요 언론이 보도했다. 프랑스의 절대 다수의 식당과 카페는 테이크아웃 외에는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크리스토프가 손님을 끌어모은 것은 정부에 대한 도발적인 행위로 간주되고 있다.

크리스토프는 이날 영업을 하겠다고 사전에 주변에 알려 약 50팀의 예약을 받았다. 그는 니스 지역 언론에 “모든 사람이 이런 운동에 동참하기를 바라고 또한 모든 프랑스인들이 정상적인 삶을 되찾았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나는 손님을 받고 종업원들 임금을 줘야 하는 사람”이라며 “불복종은 나의 의무”라고 했다.

영업금지령을 어기고 포피에 몰려든 손님들이 오랜만에 외식을 하며 '자유'를 즐기고 있다./트위터

테이블을 가득 메운 손님들은 오랜만에 ‘자유’를 만끽하며 외식을 즐겼다. 손님들 중에는 반(反)정부 시위를 벌이는 이른바 ‘노란 조끼’ 소속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일간 르피가로가 보도했다.

27일(현지 시각) 영업 금지령을 정면으로 어긴 니스의 식당 '포피' 내부를 손님들이 가득 채우고 영업을 했다./로이터 연합뉴스

포피가 고의적으로 영업 금지령을 어겼다는 소식에 경찰관들이 출동했지만 현장에서는 강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일단 돌아갔다고 한다. 손님들이 돌아간 다음 경찰이 현장 조사를 했다고 니스 지역 언론은 전했다. 점심 식사를 즐기는 손님들과 충돌해 불상사가 벌어질까봐 우려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결국 이날 밤 크리스토프는 경찰에 구금됐으며 조사를 받고 있다. 그의 식당 주방에서 일을 하던 외국인 종업원 한 명도 불법 체류 혐의로 함께 연행됐다. 니스 지역을 관할하는 알프마리팀 지방경찰청은 트위터를 통해 포피에서 점심을 먹은 모든 손님을 대상으로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포피에서 손님들이 점심 식사를 마치고 돌아간 뒤 경찰이 찾아와 식당 장부를 들여다 보고 있다. 경찰은 식당 주인 크리스토프 윌슨이 고용한 외국인 한 명이 불법 체류자라는 것을 확인하고 크리스토프와 함께 연행해 조사하고 있다./니스 마탱

프랑스 정부는 빠르면 이번주 내로 세번째 봉쇄령을 내릴 지 여부를 결정한다. 식당·카페의 영업을 전면 중단시키고 오후 6시부터 야간 통행금지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코로나 확산세가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누적으로 310만여명이 코로나에 감염돼 그중 7만4400여명이 숨졌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