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온' 일 잘하는 여성이 주는 카타르시스 [TV와치]

이수민 2021. 1. 2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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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온' 속 여성들 직업이 흥미롭다.

따뜻한 소재와 청량한 연출, 시대 감수성을 녹인 대사로 꾸준히 순항 중인 JTBC 드라마 '런온'.

사랑과 관계에는 서툴러도 일만큼은 참 잘하는 이 여성들이 매회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시청자를 끌어당기고 있다.

이밖에도 "내가 못하는 건 안 했을 때밖에 없어", "스스로 던진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으니 잘 닦아서 수습하면 돼" 등 숱한 워커홀릭 어록을 남기며 드라마 여성 팬들을 열광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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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수민 기자]

CEO, 번역가, 영화사 대표, 배우, 프로골퍼‥.

‘런온’ 속 여성들 직업이 흥미롭다. 따뜻한 소재와 청량한 연출, 시대 감수성을 녹인 대사로 꾸준히 순항 중인 JTBC 드라마 ‘런온’. 이런 작품을 견인하는 다섯 여자의 공통점은 모두 지독한 일꾼이라는 것. 각 분야를 휘어잡는 거물급이거나 책임감 없인 살 수 없는 종자들이란 점이다.

사랑과 관계에는 서툴러도 일만큼은 참 잘하는 이 여성들이 매회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시청자를 끌어당기고 있다.

▲ 오미주, 로맨스 전형성을 탈피한 여주인공

영화 번역가 오미주(신세경)는 보호 종료 아동 출신으로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단단하게 성장한 인물이다. 큼직한 작품들만 취급하는 스타 번역가는 아니어도 나름 업계에서 알아주는 실력자다. 누가볼까 싶은 독립영화 엔딩크레딧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뜨는 ‘번역 오미주’, 이 한 단어를 보기 위해 늘 마지막 퇴장 손님을 자처한다.

사랑의 감정이 명확하지만, 자신의 자존심을 갉아내는 관계 앞에서는 “내가 소중해서” 그 관계를 과감히 포기하는 결단을 내린다. 오미주의 사랑법은 늘 ‘본인을 잃지 않고 지켜내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11화에서는 서단아(최수영)가 오미주에게 당신은 어떻게 살았냐고 묻자 “필요 유무를 잘 선택하면서 살았다. 못 가져도 원래 없던 것이니 욕심내지 않았고, 갖고 싶으면 비슷한 것을 만들어서라도 가졌다. 그게 가짜라도”라고 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내적근력이 얼마나 단단한 인물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 서단아, 촌철살인 워커홀릭

스포츠웨어 에이전시 ‘단’ 대표. 서명그룹의 유일한 적통이었지만 연년생으로 태어난 후처의 아들 때문에 후계 서열에서 밀린 인물이다. 두려울 것 없는 재벌가 CEO지만 그 세계 안에서는 본인이 약자임을 뼈저리게 느끼며 살아왔다. 이는 서단아의 지독한 결과주의와 소시오패스적 성향에 개연성을 만든다.

서단아가 서명그룹 전무 서명민(이신기)에게 “최고 경영자 되고 싶지. 근데 내가 하면 비정상이고 네가 하면 정상이래. 너랑 나랑 타고난 거 딱 하나 다른 거 성별인데”라고 짚거나, 혼맥을 강요하는 아버지에게 “제가 아는 게 많은 덕에 불편한 것도 참 많네요”라던 일침은 통쾌한 사이다를 선사하며 두고두고 회자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내가 못하는 건 안 했을 때밖에 없어”, “스스로 던진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으니 잘 닦아서 수습하면 돼” 등 숱한 워커홀릭 어록을 남기며 드라마 여성 팬들을 열광케 했다.

▲ 박매이-기은비-육지우, 시대를 대표하는 전문 여성들

영화사 대표 박매이(이봉련), 세계 랭킹 1위 골프 여제 기은비(류아벨), 칸의 여왕 육지우(차화연)는 실제 현실 속 여러 얼굴을 연상케 한다. 우리 세계에 존재하는 상위계층 전문 여성들을 세심하게 그려내며 캐릭터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엘리트 코스를 밟고 각 분야 정상에 올랐지만 우리네 인생이 늘 그렇듯 그만큼의 시련도 따른다. 각자 위치에서 느끼는 고난과 막중한 책임감을 스스로 짊어지고 누군가는 알지 못했던 현실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가끔은 모두 떨쳐내고도 싶지만 일에 대한 애정 하나로 기어코 제 자리를 지켜낸다. 로맨스극이라면 조연에게도 어김없이 부여되는 ‘사랑’의 대상을 사람이 아닌 직업을 향하게 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가능하게 했다.

그동안 수많은 드라마에서 소비됐던 전형적 민폐 캐릭터, 혹은 악역 하나 등장하지 않는다. 열정과 야망으로 뭉친 건강한 여성 캐릭터만으로도 충분히 재밌다는 것을 증명한다. 어느 때보다 위로와 힐링이 필요한 오늘날, 드라마 ‘런온’의 등장이 어느 때보다 반가운 이유다.

(사진=JTBC 제공)

뉴스엔 이수민 su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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