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상륙한 미국발 '뉴스페이스' 바람..민간 우주기업 100여곳

곽노필 2021. 1. 2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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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이후 민간 우주기업 100여곳 탄생
2조원 투자 유치..로켓·위성 발사 잇단 성공
2019년 7월 아이스페이스가 발사한 중국 민간기업 최초의 로켓. 아이스페이스 제공

`2030년 인공지능 기술 최강국'을 선언한 중국이 이것 못잖게 공을 들이는 미래 기술 분야가 있다. 바로 우주 기술이다.

중국의 우주기술은 2010년대 이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19년엔 인류 최초의 달 뒷면 착륙에 성공했고, 지난해엔 44년만에 달 표본을 지구로 가져오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도 중국 최초의 화성 탐사선 착륙과 독자적 우주정거장 건설 시작 등 굵직한 우주 사업들이 예정돼 있다.

중국항공우주과학기술공사(CASC)는 1단계로 2040년까지 ‘지구-달 교통 시스템’을 완성하고, 이어 2050년까지 달을 아우르는 10조달러의 우주경제권을 건설한다는 장기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런 원대한 꿈은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숱한 민간기업의 도전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얘기다. 미국에서 기업들의 우주기술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한동안 정체됐던 우주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고 우주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래서 미국에선 지금의 우주산업을 과거 정부가 주도했던 시절과 비교해 `뉴스페이스'라고 부른다.

그런데 중국의 우주분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려는 걸까? 그동안 우주산업과 기술 개발을 이끌어 온 중국항공우주과학산업공사(CASIC)와 중국항공우주과학기술공사(CASC) 일변도에서 벗어나,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중국판 `뉴스페이스'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중국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최강국 자리를 넘보는 수준으로 올라서게 된 것도 1천개가 넘는 IT 대기업과 스타트업들의 활약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움직임이다.

미국의 비영리 민간연구기관 방위분석연구소(IDA)의 보고서는 2019년 현재 78개의 민간 우주기업을 확인해 발표한 바 있다. 2020년 9월 발표된 시장조사업체 유로컨설트(Euroconsult)의 `중국 우주산업 2020'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설립된 중국 민간 우주기업은 100개를 넘어섰다. 이들 기업이 6년간 유치한 투자자본은 125차례에 걸쳐 18억달러(약 2조원)가 넘는다.

2014년은 중국 정부가 `민간 우주 인프라를 위한 중장기 발전 계획'(2015~2025), 이른바 `문서60'을 발표한 해다. 2013년 집권한 시진핑 국가주석은 인공지능, 태양광 발전에 이어 우주산업을 혁신의 또 다른 축으로 설정했다.

미국의 지정학 전문가 남라트라 고스와미(Namrata Goswami)는 `MIT테크놀로지리뷰' 인터뷰에서 “시진핑의 목표는 중국이 항공우주 기술에서 핵심 국가가 되는 것이었는데 이를 위해선 민간을 포함한 우주 생태계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했다"며 "그는 정부 지원 조직을 넘어선 인재 집단으로부터 혁신을 끌어낸 미국 민간 부문에서 실마리를 찾았다"고 말했다.

갤럭틱에너지의 팔라스1호 상상도. 갤럭틱에너지 제공

설립 3년도 안돼 로켓 발사 성공

이후 주로 위성 제조와 발사 분야를 중심으로 탄생한 스타트업들은 경험이 짧은 신출내기들이지만 벌써 뚜렷한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2018년 2월에 설립된 갤럭틱에너지(Galactic Energy)는 2020년 11월 자체 개발한 소형 로켓 ‘세레스 1(Ceres-1)’로 통신위성을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이 고체연료 로켓은 350kg의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배치할 수 있다. 갤럭틱에너지는 스페이스엑스처럼 재사용할 수 있는 ‘팔라스 1호(Pallas-1)’ 로켓도 개발 중이다.

2016년에 설립된 아이스페이스(i-Space)는 이보다 앞선 2019년 7월 쌍곡선1호(Hyperbola-1) 로켓으로 중국 민간기업에선 처음으로 위성을 발사했다. 당시 중국 우주산업의 새로운 이정표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아이스페이스의 로켓은 길이 20m의 고체연료 로켓이다. 최대 260㎏의 위성을 저궤도에 올릴 수 있다. 아이스페이스도 재사용할 수 있는 로켓을 개발중이다. 갤럭틱에너지나 아이스페이스나 회사를 설립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아 로켓 발사에 성공한 점이 눈길을 끈다.

2016년 설립된 스페이스티(Spacety)는 고객 주문 후 6개월 안에 위성을 제작, 발사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평면 레이더 이미지를 이용해 입체 지형도를 작성하는 미니 위성을 발사했다. 올해 초 이 위성은 3미터 해상도의 이미지를 보내왔다. 이 회사는 앞으로 이런 위성을 56개 발사해 운영할 계획이다.

스페이스티의 미니위성이 올해 초 처음으로 보내온 지구 사진. 스페이스티 제공

소형 위성과 로켓 주축…뒤에는 지방정부들

중국 민간 우주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성장 잠재력이 큰 소형위성과 로켓(발사체) 분야다. IDA 보고서에 따르면 로켓에선 아이스페이스, 갤럭틱에너지 등 21개 기업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소형위성에선 이보다 더 많은 29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가운데 갤럭시스페이스(GalaxySpace)는 2020년 1월 24Gbps 광대역 인터넷 저궤도위성을 발사했다. 이 위성은 중국 기업이 독자 개발한 최초의 광대역 인터넷 위성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9월 총 1만2992개의 인터넷 군집위성을 발사하겠다는 신청서를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제출했다.

중국의 우주 스타트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경로는 미국과 비슷하다. 첫째는 정부 계약을 따내거나 보조금을 받는 것이다. 미국의 스페이스엑스가 오늘날의 위상을 갖추게 된 데는 미국항공우주국(나사)과의 초대형 계약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이들이 받는 정부 보조금의 출처는 대부분 베이징 중앙정부가 아닌 선전, 충칭 등 지방정부다.

둘째 경로는 벤처 투자다. 2018년 중국 우주기업들이 끌어들인 투자금은 5억달러 남짓이다. 그해 미국 우주기업들이 받은 22억달러에 비하면 4분의1에 불과하지만, 회사 경력이 일천한 점을 고려하면 괜찮은 편으로 볼 수 있다.

민간 통해 미국 규제 우회하려는 전략

중국이 민간 우주산업을 육성하려는 가장 큰 전략적 이유는 중국 정부와 직접 거래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외국기업이나 투자자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라고 미국의 기술전문 매체 `MIT테크놀로지리뷰'는 분석했다. `리뷰'에 따르면 미국 기관 및 정부 계약업체들은 해외 정부 자금과 연계돼 있는 기관과 협력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민간 우주기업을 앞세우면 이런 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 2014년 중국 정부가 발표한 중장기 개발계획에서도 해외 투자자와 고객 유치는 기술혁신과 함께 중요한 목표로 꼽혔다.

아직 갈 길은 멀다. 대다수 중국 우주기업들은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기술 개발에 성공해 수익을 내기까지는 기본적으로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 그때까지 버틸 만한 자금력이 없는 기업들은 도태될 것이다.

중국 민간 우주기업들의 성패를 가름할 열쇠는 급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는 소형 위성 발사 시장이 앞으로 얼마나 더 커지느냐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설리번(Frost & Sullivan)은 2033년까지 소형 위성이 2만기 이상 발사될 것으로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 규모가 2030년 28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소형 위성 발사와 관련한 세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경우 중국 민간 우주기업들의 기회는 그만큼 넒어지고, 이는 미-중간 또 다른 대결장이 될 수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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